
수제맥주업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춘 '제주맥주'가 지난 4월 사명을 '한울앤제주'로 바꿨어요. 다행히 본사가 있는 제주도를 사명에서 빼진 않았는데요. 전자부품·디스플레이 검사장비를 만드는 한울반도체가 제주맥주 지분 24.18%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이에 따라 사명도 변경했어요.
2021년 상장한 한울앤제주는 제주맥주라는 이름으로 상장할 당시만 해도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죠. 수제맥주업계에서 인지도도 높았고 제주도와 연계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젊은 층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어요.
당시 회사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수제맥주업계 인지도와 맥주 제조 기술력을 높이 평가 받아 국내에서 최초로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어요.
그랬던 제주맥주, 현 한울앤제주는 최대주주도 바뀌고 운영자금 조달을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온갖 자금조달 수단을 모두 활용하고 있어요. CB발행은 무려 1년 넘게 미뤄지고 있는데요. 상장 이후 회사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 볼게요.
공모가 3200원으로 상장했지만 주가 하락
제주맥주로 2021년 5월 상장한 한울앤제주는 상장 당시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어요. 당시 희망공모가는 2600원~2900원 사이였지만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희망공모가 범위를 초과하는 3200원으로 최종 공모가를 확정했어요.
상장 이후 한울앤제주 주가는 4000원대를 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오름세도 잠시, 이후 회사 주가는 1000원 밑으로 크게 하락했고 현재는 2000원대에 머물고 있어요.
회사의 경영실적도 좋지 않은데요. 상장 전인 2019년 매출액(연결재무제표 기준)은 73억원이었지만 상장한 2021년 매출액은 288억원으로 크게 올랐어요. 그러다 2022년부터 매출액이 239억원으로 줄었고 2023년 217억원, 2024년 182억원으로 지속 감소했어요.
이 회사는 상장 당시에도 이익을 내지 못해 '테슬라 요건(이익미실현 기업 특례)'을 통해 상장했는데요. 하지만 상장 후에도 단 한 번의 이익을 내지 못했어요. 연결재무제표 기준 2021년 영업손실 72억원, 당기순손실 82억원을 기록했고, 2023년 영업손실 104억원·당기순손실 124억원, 2024년 영업손실 48억원·당기순손실 209억원을 기록했어요.
유상증자·BW·CB 등 각종 자금조달수단 활용
상장 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한 한울앤제주는 지난해 3월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200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결정했어요. 하지만 3가지 자금조달 모두 원활하게 진행되진 않았어요.

먼저 1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자는 '지와이투자조합'이었어요. 하지만 납입일정 변경, 단순표기오류 등으로 여러 번 정정공시를 올리는 과정에서 세 번에 걸쳐(지와이투자조합→코리아인베스트1호투자조합→샤를고바조합1호→한울반도체) 배정 대상자를 변경했어요. 최종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 대상은 한울반도체로 확정했어요.
한울반도체는 현재 한울앤제주의 최대주주예요. 총 11번의 정정공시와 세 번의 대상자 변경을 통해 9개월 만에 100억원의 자금조달을 완료한 것이죠.
신주인수권부사채(BW) 역시 발행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BW는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채권금액만큼의 신주를 받을 수 있는 두 가지 권리가 모두 있는 주식연계채권이에요.
한울앤제주의 BW공시도 지난해 3월 유상증자 공시와 동시에 올라왔는데요. 200억원의 BW발행 대상자는 애초 '일두 투자조합'이라는 곳이었지만 지난해 8월 빅브라더스 1호 조합→지난해 10월 엑셀조함 1호→올해 1월 한울반도체로 BW 발행 대상자가 세 번 바뀌었어요. 그 과정에서 BW자금조달규모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줄었어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도 지난해 3월 첫 공시가 올라왔지만 발행대상자가 수옹투자조합→태산투자조합→투에이치엔비 투자조합→제이케이(JK)신기술투자조합 제2호로 총 세 번 바뀌었어요. BW와 마찬가지로 CB발행규모도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절반 감소했어요.
CB·BW 물량폭탄..주주가치 희석 불가피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BW는 최대주주 한울반도체를 통해 자금조달을 완료했지만 100억원의 CB는 아직 자금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예요. 9차례나 정정공시를 하고 세 번에 걸쳐 CB발행 대상자를 바꾼 만큼 또다시 정정공시가 올라올 가능성도 있어요.
회사는 결과적으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379만751주의 신주를 발행했고 최대주주 한울반도체가 쥐고 있는 BW 역시 채권자가가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무려 397만3381주의 신주를 발행해야 해요. 아울러 아직 납입이 이루어지지 않은 CB도 주식전환에 따라 발행해야 할 신주 규모가 442만5221주예요. 3종류의 자금조달에 따른 신주발행 규모는 기존 한울앤제주 총 발행주식수(1188만6605주)의 102%에 달해요.
대량의 주식이 새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도 불가피한 상황이죠.
아울러 주주들은 이미 지난 6월 보통주 5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까지 감내한 바 있어요. 결손금이 늘어나 자본잠식 위기가 오자 회사는 자본금을 줄이는 무상감자를 택한 것이죠. 하루아침에 5주가 1주가 됐지만 주주들은 무상, 말 그대로 아무런 대가 없이 주식 수가 줄어드는 손해를 봤어요.
확보한 자금, 본업 대신 다른 사업에?
회사가 대량의 물량을 쏟아내면서까지 확보한 자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도 관건인데요. 한울앤제주는 △100억원(제3자 배정 유상증자) △100억원(BW) △100억원(CB) 총 300억원을 모두 운영자금에 사용한다고 밝혔어요.
먼저 제3자배정 유상증자로 조달한 100억원의 자금은 아직 사용하지 않았는데요. 회사는 올해 중으로 투자 및 신규사업 진출 등을 검토해 자금 사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어요.
다만 이 자금이 순수하게 수제맥주제조라는 본업 강화에 쓰일지는 미지수예요. 앞서 한울앤제주는 BW로 조달한 100억원의 자금을 운영자금에 쓰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4월 정정공시를 통해 자금의 사용목적을 타법인 증권 취득자금으로 변경했어요.
이어 곧바로 한울앤제주는 BW로 확보한 자금에 5억원을 더해 총 105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KIB벤처스 지분(지분율 100%)을 인수했는데요. 이 회사는 벤처투자사, 즉 기술력이 좋은 다른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본업인 곳이에요.
회사는 이번 지분인수에 대해 사업 다각화에 따른 성장동력 확보 및 수익 다변화라고 밝혔어요. 즉 수제맥주제조라는 본업과는 거리가 먼 새로운 사업 분야(투자사업)에 자금을 투입했다는 의미죠.

한울앤제주는 이미 정관변경을 통해 수제맥주 이외의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예고했어요. 회사는 총 세 번에 걸쳐 주총을 통해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진행했는데요.
지난해 5월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수입주류 판매, 주류용 안주 개발 및 이와 관련한 각종 부대사업을 추가하는 정관변경을 완료했어요. 해당 정관변경은 적어도 수제맥주제조라는 본업과 크게 동떨어지지 않고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어요.
다만 지난해 11월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바이오·의약품, 건강기능식품, 골프장 운영업 등으로 사업목적을 넓혔고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총에서는 전기·전자제품 제조, 반도체 장치제조, 폐기물처리업 등을 추가했어요. 수제맥주제조 본업과는 다소 거리가 먼 사업들을 불과 6개월 만에 두 차례 정관변경을 통해 추가한 것이죠.
한울앤제주는 최초 테슬라요건 상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어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지만 상장 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한 채 대주주가 바뀌고 무상감자 및 대규모 신주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이 큰 손해를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여러 번 정정공시를 통해 가까스로 자금을 확보한 만큼 해당 자금이 한울앤제주의 본업 강화 및 미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쓰여야 주주들에게도 신뢰를 얻을 수 있을 텐데요. 일부 주주들 사이에서 상장폐지 요구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의 보다 변화된 모습이 필요한 시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