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한국의 공매도 제도개선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공매도 제도 변화로 인한 규제 불확실성이 우려되고 한국의 공매도 규제 및 제재 수준이 높아 글로벌 투자·영업활동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도한 공매도 규제로 거액의 과징금,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잔고관리시스템 등 제도개선 내용을 잘 준수하고 내부통제 체계를 갖춘다면 형사처벌 가능성은 차단될 것"이라며 글로벌IB의 우려를 일축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JW메리어트 호텔홍콩에서 투자설명회를 열고 골드만삭스·모간스탠리·뱅크오브아메리카(BofA)·JP모간 등 글로벌IB들을 만나 한국의 자본시장 현안관련 설명회를 열었다. 현재 이복현 원장은 지난 13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홍콩을 방문 중이다. 글로벌IB "한국 공매도 규제 너무 세다" 불만
이 자리에서 글로벌IB들은 한국의 공매도 제도개선 내용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글로벌IB A사는 "공매도 전면 재개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 및 투자 매력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공매도 제도변화 등 규제 불확실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IB B사는 "한국의 공매도 규제 및 제재 수준이 높아 글로벌 투자·영업활동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개선 초기 시행착오 등으로 인해 거액의 과징금 또는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IB들은 지난 3월 31일 1년 5개월 만에 한국이 공매도를 재개한 것은 환영하지만 바뀐 공매도 제도개선과 규제 내용이 너무 세다며 불만을 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통해 한국 자본시장의 유동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 생각한다"며 "규제의 불확실성에 대해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과도 지속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매도 규제수준이 높다는 지적에 대해 이복현 원장은 "한국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투자자의 신뢰훼손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기관 내 잔고관리시스템 및 내부통제 체계 구축·작동을 통해 고의적 무차입 공매도 및 이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도 차단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즉 바뀐 공매도 제도개선 내용을 충실히 따른 다면 문제가 없다며 글로벌IB들의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상법 개정안 거부권…글로벌IB "한국 자본시장 우려"
이날 글로벌IB들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한국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의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기도 했다.
글로벌IB C사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일반주주 권익보호 미흡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어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며 "상법 개정안이 결국 시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로 인해 정부의 정책 추진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IB D사는 "법 개정 방식을 두고 정부 국회 학계 등의 의견에 일부 차이가 있다고 알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안 중 어느 하나가 아닌 모두가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상법, 자본시장법 개정 중 어느 한쪽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입법적·제도적 정비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실효성 있는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