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을 걸고 정부·여당의 상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반대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야당으로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안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는 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에 대해 '내로남불' 이라며 직격한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미표결은 헌법취지에 반한다"며 "헌법 제53조는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에 대해 재표결을 진행하지 않는 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국회가 표결을 진행하지 않고 미루다가 차기 정권이 들어서면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철회해 법을 시행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엄격한 잣대로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에 대해서 반헌법적이라고 비난을 해놓고 헌법이 명확히 정한 재의 절차를 미루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위헌이면 헌법 미표결도 위헌"이라고 강하게 발언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과 함께 배임죄 축소 등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주주보호 원칙 도입을 통해서 주주 원칙 도입을 시작으로 평평하게 만들 수 있다"며 "또 다른 기울어진 운동장은 형사처벌의 운동장이며,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소수주주 보호에 진심이라면, 재계가 명분으로 삼는 과도한 형사처벌도 같이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민주당이 지금에 와서 상법 재표결을 미루고 기업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의 문제점 시정에 침묵한다면, 자신들이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요 정책 이슈를 검토없이 무리하게 추진했음을 자인하는것과 다름 없다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역시 지금은 배임죄 축소 및 적용 기준 마련, 특별배임제 폐지 등 기업의 형사처벌 부담 완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이 원장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한 MBK파트너스 대상 검사, 조사와 관련해서는 유의미한 사실 관계가 파악됐다며, 검찰·증권선물위원회와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절차에 따른 조치를 4월 중에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에 대해선 "작년 두산 때와 같이 투자자 등 이해관계를 판단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증권신고서에 기재하고 그 내용이 주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소통 과정, 절차가 지켜져야 한다'며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관계없이 증권신고서 정정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거취에 대한 질문엔 "재의요구권 의결절차와 관련해 말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