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 면허 1호 건설사 삼부토건과 아파트 브랜드 동부센트레빌로 유명한 동부건설이 지난 31일과 1일 나란히 같은 제목의 공시를 올렸어요.
▷관련공시: 삼부토건 3월 31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관련공시: 동부건설 4월 1일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결정)
두 회사의 공시는 모두 유상증자를 한다는 내용인데요. 유상증자는 대가를 받고 신주를 찍어 기존 주주 또는 일반투자자, 특정 투자자(제3자 배정)에게 배정하고 신주를 찍어낸 만큼 기업은 자본금과 자본잉여금(주식발행초과금)을 늘리는 작업이죠.
그런데 공시를 보니 한 가지 이상한 점. 두 회사 모두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이 액면가라는 사실. 삼부토건 주식의 액면가는 1000원, 동부건설은 5000원인데요. 삼부토건과 동부건설은 액면가에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팔기로 했어요.
두 회사의 7일 기준 주가(종가 기준)는 2730원(삼부토건), 1만3300원(동부건설). 현재 주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유상증자 신주를 발행한 것인데요. 이렇게 저렴하게 신주를 발행해도 되는 걸까요.
유상증자 신주발행가액의 기준
상장회사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이자부담 없이 신주만 찍어서 팔면 되니 회사에 유리한 자금조달 방법 중 하나.
그러나 주주 입장에서 유상증자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신주발행으로 주식수가 늘어나면서 주식가치를 희석시키기 때문이죠. 대신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하면 가지고 있는 주식 비율대로 유상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주식가치 희석이 없어요.
문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인데요. 특정회사 또는 투자자에게만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이죠. 기존 주주에게는 유상증자에 참여할 권리가 주어지지 않아요. 따라서 기존 주주의 주식 수는 변함이 없는데 발행주식수만 늘어나니 주식가치가 떨어지겠죠.
이 때문에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규정)에서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시 신주발행가격을 결정할 때 기준가격에서 최대 10%까지만 할인할 수 있도록 정해놨어요. (주주배정 또는 일반공모 시 할인율은 30% 이내)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크기 때문에 지나치게 낮은 할인율 적용을 자제하라는 취지이죠.
액면가 유상증자?
그럼 다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삼부토건과 동부건설의 공시를 볼까요.
삼부토건은 11만6106주의 신주를 SK에코플랜트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할 예정. 동부건설은 1474주의 신주를 SGI서울보증에게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발행할 계획이에요.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삼부토건은 총 발행주식수의 0.08%, 동부건설은 0.007% 수준. 주식가치를 희석하기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찍는 신주물량이 많지는 않죠.
다만 신주발행가격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두 회사는 제3자 배정방식임에도 기준주가(삼부 3186원, 동부 1만2536원)에서 무려 31.39%(삼부), 63.06%(동부)의 할인율을 적용해 신주발행가액을 액면가(삼부 1000원, 동부 5000원)와 동일하게 맞췄는데요.
7일 기준 삼부토건의 주가(종가기준)는 2730원. 동부건설은 1만3300원으로 현재 거래되는 시세와 비교해도 한참 낮은 가격이죠. 왜 이들한테만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유상증자 신주를 발행한 걸까요.
제3자 배정 대상자를 결정한 이유로 삼부토건은 '미확정회생채권 대위변제', 동부건설은 '출자전환'을 적어놨는데요. 설명은 다르지만 맥락은 같아요.
미확정회생채권을 대위변제했다는 건 삼부토건 빚을 제3자배정 대상자인 SK에코플랜트가 대신 갚았다는 뜻. 삼부토건은 SK에코플랜트에 진 빚을 이번 유상증자 신주발행으로 갚는 것이죠. 이를 출자전환이라고 해요. 동부건설도 마찬가지죠. 제3자 배정대상자인 SGI서울보증에 진 빚이 있는데 이를 유상증자 신주발행으로 대신 갚는다는 뜻이에요.
예외적으로 10%이상 할인가능
기존 제3자 배정 규정대로라면 10% 이내의 할인율을 적용해야 하지만 삼부토건과 동부건설이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 것은 두 기업이 회생절차를 거쳤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삼부토건은 구조조정 실패로 2011년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고 2015년부터 회생절차에 들어갔는데요. 2017년 현재 최대 주주인 휴림로봇에 팔리면서 회생절차를 마무리했어요. 참고로 최대주주 휴림로봇은 지난달 24일부터 삼부토건 보유지분을 꾸준히 매도하면서 결국 보유지분(11.62%) 전부를 팔았어요.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는 과거 삼부토건이 회생절차를 밟을 당시 회생계획에 따라 삼부토건의 채권자로 선정됐어요. 즉 삼부토건에 돈을 빌려줬다는 뜻. 삼부토건은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SK에코플랜트에 진 빚을 갚은 것이죠. 증발공 규정에 따르면 회생절차 과정에서 정해진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할 경우 10%이내 할인율을 적용받지 않아요.
동부건설도 부채가 늘어나면서 2015년 회생절차를 밟았고 2016년 키스톤에코프라임이 동부건설의 최대주주로 올랐어요. 지난해 기준 키스톤에코프라임의 동부건설 지분은 56.25%.
회생절차를 밟을 당시 동부건설은 채무를 갚기 위해 SGI서울보증에 돈을 빌렸어요. SGI서울보증이 동부건설의 회생채권자가 된 것이죠. 동부건설은 이중 일부를 현금으로 갚고 일부는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전환, 즉 유상증자 신주를 넘겨주는 방식으로 빚을 갚게 된 것이죠.
증발공 규정에 따르면 회생절차 추진 중 받은 금융기관에 대한 채무를 갚기 위해 출자전환을 하는 경우에도 제3자 배정 할인율 10%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어요.
<증발공 규정 제3자 배정 예외사항>
①금융위 승인 통해 해외에서 주식발행하거나 외자유치를 통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②기업개선작업 추진 또는 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전환을 위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③금산법,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정부 또는 예금보험공사의 출자를 위해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④금융기관이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인 기업이 경영정상화계획에서 정한 자에게 제3자 배정 증자방식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⑤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이 회생계획에 따라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⑥코넥스시장 상장사가 제3자 배정 증자(대주주, 특수관계인 제외)로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다만 위의 예외사항에 해당하더라도 액면가 미만으로 신주발행가격을 정하려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해요.
한편 보통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짧은기간 내 시세차익을 위한 매도물량부담을 줄이기 위해 1년 간 팔지 못하도록 보호예수를 걸어두지만 이번 삼부토건과 동부건설의 유상증자 신주는 보호예수가 없다는 점도 특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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