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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배임부터 빈번한 CB발행까지…'상폐기업' 이랬다

  • 2022.11.02(수) 12:11

작년 한해만 20곳 달한 상폐기업…자본잠식 등 '공통분모'
CB·BW 발행하곤 '투자 나몰라라'…반복되는 악순환

상장폐지기업이 작년 한해에만 20곳에 달하는 등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으로 기업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자금조달 어려움과 함께 일부 한계기업의 상장폐지 위험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업에는 횡령·배임부터 빈번한 주식관련사채 발행까지 공통적인 '징후'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잠식이나 현금흐름 악화 같은 재무상 문제 이외에도 최대주주 변경, 불성실공시 같은 비재무적 특징 또한 비슷했다. 정상 상장기업에 비해 이런 문제가 최대 10배 가까이 많았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손실·결손누적 등 패턴…상폐 임박할수록 '심화'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5년새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은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7년 12곳에서 2020년 15곳, 지난해에는 20곳에 이르렀다. 올해에는 상반기만 해도 9곳이었다. 

상장폐지 전까지 이들 기업은 영업손실을 지속해 '관리종목' 지정 사유나 횡령·배임 혐의 등 '실질심사대상' 지정 사유가 연쇄·복합적으로 발생했다. 관련 사유가 일단 발생하면 3년 이내에 상장폐지에 이르는 경향을 보였다. 금감원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6개월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75곳을 분석한 결과다. 

상장폐지에 앞서 이들 기업에는 우선적으로 재무적 문제가 나타났다. 먼저 자기자본 대비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확대되고, 이러한 결손누적 규모가 커져 자본잠식(부분잠식 포함) 상태에 직면한 기업도 증가했다. 실제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된 기업은 5년전 8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43곳으로 급증했다. 

이처럼 영업악화에 따른 지속 손실에 더해 이들 기업은 타법인주식이나 채권, 대여금 등의 자산과 관련한 대규모 손상·대손·평가손실 등의 비용 또한 늘어났다. 특히 이에 따른 자본잠식 심화를 모면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유상증자 등)이 수반되는 패턴도 보였다. 그러나 경영·재무상황 악화에 따른 자금조달능력 저하와 투자 기피·위축 등으로 그 규모는 점차 축소됐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현금흐름 측면에선 유상증자 등 재무활동으로 조달한 현금유입액(+)을 타법인주식·대여금 등 투자활동과 영업악화에 따른 영업활동 현금유출액(-)에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먼저 재무현금흐름을 보면 차입금 상환과 함께 이를 상회하는 규모의 유상증자와 주식관련사채(CB·BW) 발행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영업용 유·무형자산 투자에 쓰기보다 타법인주식 등 비영업용 투자에 사용됐다. 실제 이들 기업의 상장폐지 1년전 자기자본 대비 투자현금흐름 평균치는 2.4%에 불과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영업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영업악화에 따른 영업현금유출(-)이 이어지면서 영업·투자자산 관련 대규모 손상·평가손실 등 현금유출은 없는 비용이 증가했다. 이에 영업현금유출(현금손익)보다 당기순손실(장부손익)이 더 부실했다. 

상장폐지기업들이 선호한 자금조달 증권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관련사채였다. 일반사채의 발행은 미미했다.

실제 이들 기업이 한 전체 772건의 자금조달 사례 가운데 주식관련사채는 409건, 유상증자가 359건이었다. 일반사채는 4건에 불과했다.

주식관련사채와 유상증자 등 주식 발행은 상장폐지 5년전 114건(53건·61건)에서 2년전 193건(107건·86건)으로 상장폐지가 임박할수록 증가했다. 그러나 점점 투자자들의 기피와 외면으로 자금조달의 한계에 직면해 상장폐지 1년전에는 평균 114건(55건·59건)으로 감소했다. 

한편 조기상환청구나 기한이익상실사유발생 등에 따른 주식관련사채(CB·BW)의 만기전 취득이 발생하는 기업수와 건수는 상장폐지연도에 근접할수록 증가했다. 

이들 상장폐지기업은 자금조달을 위해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없는 사모 또는 소액공모 방식으로 증권을 발행하는 패턴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 전체 772건 가운데 사모가 620건, 소액공모가 100건이었다. 증권신고서 제출이 의무인 공모는 52건에 그쳤다. 또한 인수자와의 협의 무산 또는 청약・납입 미달 등에 따라 증권발행을 시도하다 발행이 무산・불발된 사례도 상장폐지가 다가올수록 많았다. 

최대주주변경·불성실공시 빈번

최대주주변경과 불성실공시가 빈번했다는 점도 이들 상장폐지기업의 공통분모다. 이는 기업 경영안정성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서도 주시할 만한 부분이다. 

먼저 최대주주변경 공시는 상장폐지 5년전 기업 15곳에서 23건이 발생한 이후 다시 상장폐지 1년전에는 35곳에서 78건이 발생하는 등 상장폐지가 임박할수록 늘어났다.

한국거래소로부터의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또한 빈번했다. 모두 기업의 인력 및 조직(의식・태도・전문성)과 내부통제 부실 등에 기인한 결과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상장폐지 5년전 13곳에서 18건이 발생했는데 상장폐지 1년전에는 31곳에서 52건이 발생하는 등 역시 상장폐지가 다가올수록 증가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이처럼 이런 재무·비재무적 특성은 정상 상장기업에 비해 상장폐지기업에서 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었다. 이번 수치에 따르면 상장폐지기업은 상장기업에 비해 연간 주식관련사채・주식 발행이 4.4배 많았다. 최대주주변경 공시의 경우 5.4배였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발생 건수는 무려 9.2배로 10배에 가까웠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상장기업의 단순 외형상 '지속가능성'뿐만 아니라, 회계나 경영투명성 같은 실질적 측면도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업공개(IPO) 등 주식시장에 대한 참여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고금리,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상장기업 또한 급증하고 있어서다. 

장창호 금감원 공시심사실장은 "특히 최근에는 감사범위제한에 따른 감사의견거절이나 횡령배임혐의, 불성실공시처럼 회계·경영투명성과 관련된 사유로 상장폐지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감원과 거래소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 내용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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