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질주하던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연초 대비 주가가 7배 뛰면서 최근 과열 논란에 휩싸인 종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증권가 '매도리포트'가 나온 가운데 급락 조짐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5분 현재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는 전 거래일 대비 10.01%(7만7000원) 빠진 69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만 60% 넘게 급등했다가 5거래일 만의 하락 전환이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과 대기환경 개선 솔루션 기업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을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다. 2차전지 성장세와 전기차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기간을 확대하면 상승률은 더 올라간다. 실제 지난해 주가를 10만3000원으로 끝낸 에코프로는 전날 76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연초 대비 무려 647% 폭등한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높은 상승세다.
그러던 에코프로가 반락한 건 하나증권에서 나온 '매도' 리포트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매도'로 두 단계나 하향했다. 국내에서 에코프로에 대한 '매도' 의견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연구원은 "현 시가총액은 5년 후 예상 기업 가치를 넘어섰다"며 "적정 가치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중기 실적을 확인해 가는, 상당한 기간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고서가 나온 이날 개장 직후 에코프로는 5%대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낙폭은 점점 커지며 장중 한때 13% 이상 빠지기도 했다.
다만 이날 장중 최저가인 66만8000원 기준으로도 연초 대비 약 6.5배 폭등한 수준이어서 여전히 과열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하루 에코프로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전날 종가가 최근 5거래일 전 주가보다 60% 이상 급등해 지정사유가 발생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에코프로를 비롯해 급등락이 심한 종목들을 실시간으로 계속 감시하고 있다"며 "내부 기준에 해당하면 조치를 내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에코프로와 같이 급등한 자회사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에이치엔까지 에코프로 삼총사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49조원이 넘는다. 이는 코스피 대표기업인 현대차(40조)보다도 많은 규모다.
에코프로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모두 작년 동기보다 200% 넘게 확대됐다. 양극재 수요가 탄탄한 데다, 한국에서 생산된 양극재를 사용해도 전기차 보조금을 주기로 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수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실적과 미래 성장성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주가 수준은 비이성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여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양극재 산업군 내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대 캐파(CAPA·생산능력)를 확보한 1등 업체로서 좋은 기업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유튜브발 포모(FOMO·고립공포감)로 기업본연의 가치와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미래 전망은 긍정적이나, 주가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미래 이익을 반영해 당분간 이를 검증할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