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이후 코스닥 시장이 고공행진하며 지난해 하락분을 모두 복구했다. 국내 코스피, 해외 대표시장지수와 비교해도 상승세가 돋보인다. 그러나 특정 종목이 시장 전체 수익을 이끄는 상황, 빚을 내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난 시장 과열 상황에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에코프로 형제, 엘앤에프가 이끈 상승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63% 상승한 909.5로 마감했다. 지난 14일 903.84로 마감, 지난해 5월 6일 이후 이후 11개월 만의 900대를 복구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이후 코스닥이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코스닥은 연초 이후 이날까지 33.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15.1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7.77%), 나스닥 지수(15.83%)의 상승률과 비교하면 더 두드러진다.
다만 시장이 체감하는 상승세는 크지 않다. 코스닥 시장 상승을 이끈 일부 종목을 제외하면 주가 상승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닥 상승은 투자자 자금이 일부 2차전지주에 쏠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제 코스닥 전체종목 시가총액 추이를 살펴보면 쏠림현상을 뚜렷하게 관측할 수 있다. 지난해 5월 6일 이후 지난 14일까지 코스닥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9.1% 상승했으나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를 제외하면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소수 종목이 전체 시장의 상승세를 이끈 상황에서 시장 전반으로 상승세가 확산하거나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코스닥지수는 4개월째 상승하며 900대로 올랐지만 일부 소수 종목들의 편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경기가 좋아져서 다른 산업들로 주가 상승세가 확산하거나 가격 부담과 실질금리 상승으로 주가가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조원 넘어선 '빚투'…올해만 2.4조 증가
코스닥 시장의 상승세와 함께 신용융자잔고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시장 과열 징후도 포착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코스닥 신용융자잔고는 10조1423억원으로 연초 대비 2조3814억원 증가했다.
신용융자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금액이다. 빚을 내면서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늘었다는 사실은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최근처럼 급격하게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난 상황은 과열의 징후로도 볼 수 있다.
신영증권 분석에 의하면 지난 2020년과 2021년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16조3000억원, 10조9000억원이었는데, 신용융자잔고 증가액은 4조4000억원, 1조4000억원에 불과했다. 주식을 매수한 금액에서 신용융자잔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보다 훨씬 적었다.
올해는 신용융자잔고 증가액이 개인투자자 순매수 금액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개별 종목을 보면 에코프로비엠이 2146억원, 엘앤에프가 2023억원, 에코프로가 665억원 증가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 빚을 내 투자하는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상황에서 주가가 하락해 반대매매가 나오면 시장에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가가 하락해 투자자가 빌린 주식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진행해 투자자의 주식을 자동으로 시장에 판다.
신영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올해 코스닥 시장의 강세는 단기적 레버리지 투자가 큰 영향을 미쳤다"며 "갑작스럽게 신용융자가 청산하는 상황이 오면 후폭풍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