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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유력' 홍콩 H지수 ELS…배상 기준 쟁점은

  • 2023.12.06(수) 10:32

DLF·라임 사태 당시 투자경험·연령이 쟁점
"동일 상품 재가입시 설명의무 기준 완화"

내년 만기를 앞둔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유력한 가운데 향후 당국이 배상 기준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시장 이목이 쏠린다. 조사에 착수한 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업계에서는 파생결합펀드(DLF), 사모펀드 사태와 같이 배상기준안을 마련할 경우 가입자의 투자경험 등을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특히 동일 상품 가입 여부는 판매사가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지켰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과거 사례들과 달리 가입자 수가 많고 사례가 분분해 일률적인 기준안을 만들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DLF, 라임 때 배상 비율 어떻게 정했나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H지수 ELS 손실 민원에 대응해 배상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이며 배상 기준안을 포함한 모든 방향을 열어두고 있다"며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분쟁이 접수되면 금감원은 사실관계 조사와 검토에 나선다. 이후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해 조정안을 심의, 의결한 후 금융회사와 소비자에 결정을 통보하는 절차다. 통상 단건 처리가 원칙이지만, 파장이 컸던 사안들의 경우 배상비율 기준을 따로 만들어 금융사들이 조정에 나서게끔 했다. 

앞서 DLF 사태와 사모펀드 사태를 겪은 업계에서는 분쟁기준안이 마련될 경우 투자 경험이나 연령층, 투자액수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본다. 

DLF 불완전판매 손해배상비율 산정기준안을 살펴보면 배상비율을 최대 80%, 최소 20%로 제시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정해둔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 위반 등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30%로 정하고 내부통제 부실책임과 초고위험상품 특성을 감안해 25%포인트를 일괄 가산한 55%를 기준 배상비율로 삼았다. 

이때 세부적인 가산 요인으로는 가입목적, 금융취약계층, 해피콜 부실 여부 등을 살폈다. 예적금 가입목적일 경우 기준 배상비율(55%)에서 10%포인트를 가산하고, 고령자 등은 금융취약계층은 최대 15%포인트를 가산했다. 적정하게 해피콜을 실시하지 않은 경우에도 5%포인트를 더하도록 했다. 

반대로 판매사의 배상비율을 차감하는 요인으로는 투자경험과 매입규모, 투자상품 이해능력 등이 있었다. 투자경험이 있는 경우 횟수에 따라 5~10%포인트를 차감했으며, 2억원 이상을 투자했을 때는 5~10%포인트를 차감 조정하는 식이다.

사모펀드 사태에서도 비슷한 기준안이 적용됐다. 라임국내펀드의 배상비율 산정기준을 살펴보면 기본배상비율(20~40%)에 20%포인트를 공통 가산해 기준 배상비율을 정했다. 고령투자자라면 최대 15%포인트를 가산했으며, 서류가 부실하거나 해피콜이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된 경우 5%포인트를 높였다. 

차감요인은 마찬가지로 투자경험과 매입규모였다.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한 경험이 6회 이상인 경우 2~5%포인트를 기준 배상비율에서 차감했다. 매입규모가 2억원을 넘을 경우에는 3~5%포인트를 차감 조정했다. 

아울러 동일 상품 가입 경험도 차감 요인으로 봤다. 만일 분쟁조정대상이 되는 펀드에 가입하기 전 라임펀드에서 수익을 본 경험이 있다면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다고 판단해 5%포인트를 차감했다. 

키코사태 때도...재가입 여부에 주목

이 중에서도 ELS는 재가입율이 높아 배상비율 산정시 '동일상품 투자경험'이 차감 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의 재가입은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금융소비자의 재산상황, 금융상품 관련 경험에 비추어 부적합한 상품은 권유하는 것을 금지)을 완화해 적용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는 6가지 의무를 명시하고 있는데, 설명의무·적합성 원칙·부당권유 등 3가지가 배상비율 기준을 산정하는 키 포인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도 부동산펀드, 사모펀드 등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이슈가 제기된 일련의 사안에 대해 손실배상 조치가 이어져왔다는 측면에서 이번 ELS 이슈 또한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ELS 투자자의 경우 대부분 상품가입 경험이 있는 재투자자라는 점에서 과거 DLF 사태 등에 비해 실제 배상비율은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법원 판결에서도 투자자가 동일 상품 가입 경험이 주요 쟁점으로 작용한 바 있다. 키코 사태가 일례다. 키코 계약은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일 경우 미리 약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는 환헤지 계약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달러/원 환율이 급등해 원금손실 기준선(낙인·Knock-in)에 도달하자, 가입 기업들은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 

201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사태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 상고심 선고 중 일부 기업 사례에서 은행이 적합성원칙과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원심판결을 수긍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로 이미 기업이 통화옵션계약 체결 경험이 있고 실제로 손익을 실현한 경험이 있다는 점을 들었다. 계약의 기본적인 구조와 위험을 이해한 상태라고 본 셈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판결문에서 "피고(은행)가 원고(기업)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더라도 설명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분쟁조정시 법원 판례를 참고하게 된다"며 "재가입을 하게 되면 금융회사의 설명의무를 완화하고, 가입 고객에게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는 경우가 통상적인 법원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ELS 사태의 경우 가입자 수가 많고 사례가 다양한 만큼 기준을 일원화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가입규모가 큰 고객도 있지만 수천만원 단위의 투자자도 많다"며 "사모펀드와 다르게 사례가 천차만별인데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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