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올해 안으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를 지정한다.
그동안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종투사는 IMA 업무가 가능했지만 밑그림만 있었을 뿐 세부적인 제도 운영방침이 없어 IMA사업을 인가받은 증권사는 없었다. 이번에 금융당국이 IMA업무의 세부내용을 내놓고 올해 안으로 IMA허용 종투사를 지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한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중 어느 곳이 1호 IMA 사업자가 될지 이목이 쏠린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 CEO간담회를 열고, 종투사 제도개선 내용과 경쟁력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활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한 열쇠가 자본시장에 있다"며 "자본시장의 조성과 발전에 있어 핵심을 담당하는 증권업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증권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통해 증권업의 영역이 확장되는 만큼 종투사를 중심으로 그에 걸맞은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도 도입 9년 만에 'IMA제도' 구체화
금융당국이 제시한 종투사 제도개선안을 살펴보면 먼저 종합투자계좌(IMA) 제도를 구체화한 내용이 담겼다. IMA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종투사만 사업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골드만삭스, 메릴린치(현 뱅크오브아메리카) 등과 같은 초대형 투자은행 양성을 위해 지난 2016년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 도입 9년 동안 IMA제도는 유명무실했다. 실제 해당 사업자격을 얻은 증권사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해 IMA사업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제도운영 방침도 없고 IMA사업자로 선정된 종투사도 없어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다.
이번 제도개선을 통해 금융당국은 IMA제도를 구체화했다. IMA사업을 하는 종투사는 원금지급 의무를 명확히 한다.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 지급은 가능하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폐쇄형‧추가형 및 다양한 만기‧성과보수 등 자유로운 상품 설계를 허용한다. 발행어음과의 차별화 및 중장기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만기 1년 이상을 70%이상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IMA사업을 하면 기업금융에 70%를 운용하고 부동산에는 30% 이하를 운용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기업금융에 70%를 운용하는 방침은 유지한다. 다만 부동산 운용한도는 기존 30%에서 10%로 낮추고, 2028년까지 최대 25%를 모험자본의 공급하는 것으로 의무화했다.
또 종투사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5% 시딩투자(자금투자)를 의무화하고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고유재산 거래 및 자전거래는 제한 적용한다. 아울러 IMA 역시 투자성 상품인 만큼 주기적으로 운용보고서를 교부하도록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만기가 있고 원금을 지급하고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장기‧중수익 모델을 IMA상품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한투, 연내에 IMA사업 진출할까
IMA 제도를 구체화한 만큼 금융당국은 연내에 IMA사업을 할 수 있는 종투사를 지정할 방침이다.
현재 3조원 이상 종투사는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5곳이다. 4조원 이상(초대형IB)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종투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발행어음 미인가)이다. 이중 IMA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인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한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2곳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3분기에 4조원 및 8조원 종투사 신청을 접수 받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메리츠 △하나 △신한 △키움이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한 만큼 올해 초대형IB 지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아울러 미래, 한투는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해 IMA사업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3분기 4조, 8조원 종투사 신청을 접수 받아 현행 요건에 따라 추가 지정하겠다"며 "다만 내년 이후부터는 지정요건을 강화해 자기자본을 연말 결산 기준 2기간 충족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종투사 지정시 인가에 준하는 신규업무가 가능한 만큼 사업계획과 본인 제재이력(사회적 신용) 요건을 신설하고, 8조원 종투사에는 대주주 요건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단 올해는 현행 요건대로 초대형IB 및 IMA사업을 할 수 있는 종투사를 지정하되, 내년부터는 종투사 지정요건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3조원 이상 종투사로 선정된 뒤에는 2년 이후에 발행어음이 가능한 4조원 이상 종투사가 가능하며, 다시 또 2년이 지나야 IMA사업이 가능한 8조원 이상 종투사로 지정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회생절차 밟는 기업에도 종투사 자금공급 확대
금융당국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이라는 기존 역할을 보다 강화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선내용에 담았다. 현재(2024년 9월 말 기준) 종투사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이 2.23%(1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여전히 증권업이 주식중개‧부동산PF 등에 치우쳐 있는 만큼 이에 벗어나 적극적인 신용공여 및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기업신용공여(대기업 및 중소‧중견기업 포함)를 확대한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투사는 기업신용공여가 가능하다. 물론 종투사가 아니더라도 기업금융(IB) 업무와 관련한 신용공여는 일반증권사도 가능하다.
현재 기업신용공여한도는 자기자본 대비 기본 100%에서 추가로 100%가 가능하다. 기본 100%는 투자자‧펀드‧기업 신용공여에 활용할 수 있고 추가 100%는 중소기업‧IB업무 신용공여에 활용가능하다.
금융당국은 기업신용공여 범위가 다소 좁다고 보고 이를 넓히기로 했다. 기업자금공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금융회사(대부업, 캐피탈 등) 대상 신용공여는 제외하되, 특수목적법인(SPC) 대상 신용공여는 최종 자금공급 목적에 따라 추가 신용공여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M&A리파이낸싱 △구조조정(재무구조 개선기업에 대한 신용공여) △중견기업 △상생결제 등은 추가 신용공여한도 적용 대상으로 지정한다.
금융당국은 특히 종투사가 기업 구조조정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무구조 개선기업에 대한 신용공여를 강조했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상 부실징후기업, 회생‧파산 신청기업 등에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선 신용공여에 추가한도를 적용하는 것이다.
아울러 중견‧증소기업의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에 중소기업에만 적용했던 신용공여 추가한도를 중견기업 대상 신용공여에도 추가한도를 적용할 예정이다. 또 상생결제 관련 신용공여에도 추가한도를 적용한다.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는 무조건 모험자본에 공급해야
금융당국은 혁신적 경제성장 지원을 위해 모험자본(대기업 외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 공급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발행어음의 25%는 모험자본으로 공급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기업신용공여는 대기업을 포함한 전반적인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는 한편, 발행어음은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자금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종투사 전체 운용자산에서 발행어음 조달액의 25%에 상응하는 금액은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모험자본 공급에는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주식투자 △A등급 이하 채무증권 △유동화회사보증(P-CBO) 매입 △상생결제 및 벤처패키탈(VC)-신기술금융회사(신기사) 투자 등이 인정된다.
다만 종투사 자산운용 현황을 감안해 모험자본 공급의무 비율은 2026년 10%에서 2027년 20%, 2028년 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아울러 발행어음 조달액 중 부동산 운용한도는 현재 30%에서 2026년 15%, 2027년 10%로 하향할 방침이다.
또 발행어음을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상 투자성 상품으로 명확히 규정해 설명의무 등 판매규제를 강화한다. 현재도 증권사들은 투자성 상품으로 발행어음을 판매 중이지만 현행 규정에서는 이를 투자성 상품으로 명확히 언급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판매규제를 명확히 해 투자자보호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해외진출 증권사에 인센티브 제공 △은행지주 계열 증권사에 연결 자기자본비율(BIS) △증권사 고유재산인 외화증권의 예탁원 집중예탁의무 폐지 △종투사의 전담중개업무(펀드자산 관리, 대차 서비스 제공 등) 대상을 VC, 리츠 등으로 확대 △종투사 건전성 비율 개편(NCR 개편) 등 전반적인 증권업 제도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제도개선안에 담긴 내용들은 올해 2~4분기 내에 규정 및 법률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