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만들기 위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제도를 다시 손본다. 종투사 제도는 금융당국이 지난 2013년 한국에도 초대형 투자은행을 양성하겠다며 도입했지만 종투사들은 여전히 주식중개 등 증권사 본연의 업무 중심으로만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보다 적극적인 종투사의 역할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증권업이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보다 주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재설정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종합금융투자회사 최고경영책임자(CEO)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금융투자협회 및 종합투자금융사업자 10곳이 참석했다. 종투사 10곳은 3조원 이상 종투사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및 4조원 이상(초대형IB) 종투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대표이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모두발언에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자본중심으로의 금융시스템 전환을 강조해 왔다"며 "그 일환으로 자본시장 선진화와 밸류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조성과 발전의 핵심을 담당하는 증권업은 그 역할이 매우 크다"며 "우리 증권업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내놓은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은 크게 세 가지다. 종합투자계좌(IMA)제도의 구체화, 기업신용공여 확대, 발행어음의 모험자본 공급 의무화다.
김 위원장은 "기업신용공여 확대, 모험자본 공급의무 신설, 종합투자계좌 제도의 보완과 허용을 통해 종투사업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금융과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증권업이 안정적으로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건전성과 유동성 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환 위원장은 10개 종투사에게 역할에 걸맞은 혁신을 보여주길 당부했다.
그는 "기업의 옥석을 가려 투자자와 연결하고 위험 인수를 통해 자기책임을 부담하는 기업금융의 질적인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며 "밸류업을 위해 상장기업을 냉철하게 분석‧지원하고 동시에 상장기업으로서 스스로가 밸류업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업 밸류업과 시장 신뢰를 위해서는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종투사 제도개선으로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IMA사업을 할 수 있는 종투사를 새롭게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IMA사업을 하려면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현재 이 요건을 충족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2곳이다.
아울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초대형 IB의 신규 지정에도 이목이 쏠린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한 △메리츠증권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은 초대형IB 신규지정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초대형IB로 이미 지정되어 있지만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발행어음 사업을 못하고 있는 삼성증권 역시 이번에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