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통한 국민 편익과 통신사업자 영업권 중 뭐가 우선인가"
"모바일로 영화를 1분에 다운받든 2분에 다운받든 무슨 차이냐. 이게 생산성 향상과 관련 있는 문제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들의 최근 발언이다. 주파수 정책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700메가헤르츠(MHz) 주파수에 대한 통신 배분안을 고려하자 국회가 반기를 들면서 내놓은 주장이다.
이 같은 발언은 방송의 경우 공익성이 매우 크고, 통신은 공익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는 셈이다. 과연 그럴까?
◇방송·통신서비스 없이 각각 하루씩 산다면…
올초 SK텔레콤의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소위 '멘붕'에 빠졌다. 약속후 지인과 만나지 못해 말만 구르던 사람부터 이동통신을 활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런데 만약 지상파방송이 10여분간 블랙아웃 된다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지난 94년 이동통신이 우리나라에 최초에 도입된 이래 CDMA, WCDMA, LTE 등 눈부신 기술혁신으로 유선에서 무선으로, 음성에서 데이터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겪었다"면서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과 양방향 통신속도의 향상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사회 전반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이동통신 가입자는 총 인구수를 초과한 5700만에 이른다. 사실상 보편적 서비스인 셈이다. 최근에는 단순 통신영역을 넘어서 뉴스, 음악, 동영상, 게임, 쇼핑, 금융에 이르기 까지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지상파방송도 TV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시청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방송이 통신에 비해 공익성이 높다고 단정하긴 힘들다는 평가가 많다. 또 방송은 국민 대다수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로 공익성이 있지만, 지상파 UHD의 경우 실제 공익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지상파 UHD 시청여건, 서비스 수요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성도 따져봐야
올해 이동통신 트래픽은 2012년 대비 3배나 증가했고,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통신용 주파수 대응이 늦어지면 생활전반에 걸쳐 이용자들의 불편이 초래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활용 가능한 700MHz 대역의 이동통신 공급이 시급하다"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700MHz를 이동통신용으로 배분하거나 배분할 예정이어서, 주파수 활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우리도 이동통신용도로 이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반면 방송업계에서는 통신용으로 주파수를 경매할 경우 이통사가 지불하는 수 조원의 비용이 결국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물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상파방송을 생각해보자. 지상파방송은 주파수를 아예 무료로 사용한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90% 이상의 가구가 유료방송 매체를 통해 지상파방송을 시청하는데, 유료방송매체에게 콘텐츠 수급비를 받고 있다. 즉 국민들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방송 콘텐츠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작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한 방송매체이용행태 결과에 따르면 지상파를 통한 TV 시청가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전체가구의 6.8%(약 120만 가구)에 불과하다. 이중 50인치 이상 대형 UHD TV를 조기에 구매할 가구는 훨씬 더 소수에 불과, 약 5700만 가입자가 이용하는 이동통신에 비해 한정된 국가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상파 직접수신가구 비율이 40∼50%가 넘는 유럽이나 일본도 지상파 UHD를 위한 주파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또 ETRI 분석에 따르면 700MHz 주파수 할당시 국민소득 증대효과로 방송용은 3조7000억원인데 반해 통신용은 53조원으로 높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