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라 불리는 700MHz 대역에 대한 용도가 확정됐습니다. 우려대로 방송, 통신, 재난용으로 나눠 사용되는 정책결정이 내려졌습니다.
700MHz 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 108MHz폭 중 40MHz는 이동통신용으로, 30MHz는 지상파 UHD 방송용으로, 20MHz는 재난안전통신망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18MHz는 각 서비스간 보호대역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두루두루 나눠쓰면 좋은 것이지 뭐가 문제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700MHz 주파수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
◇정치논리에 휩쓸린 주파수정책
구(舊) 방송통신위원회는 당초 700MHz 대역을 통신용으로만 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나머지 여유 대역은 융합기술의 발전 추세 등을 고려해 추후 이용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이후 구 방통위로부터 주파수 정책 총괄역할을 물려받은 미래창조과학부는 주파수 활용정책을 담은 '모바일광개토플랜 2.0'을 만들었고, 2015년 해당 대역을 통신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변수가 생겼습니다. 가만히 있다간 통신업계에 주파수를 모두 빼앗길 수 있다고 생각한 방송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상파방송사 측은 정부가 종합편성채널을 4개나 선정하면서 자신들 사업영역을 위축시켰고, 방송통신 융합이 진전되면서 정책 방향도 통신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때마침 UHD 방송이 태생되자, 2020년 UHD 전국방송을 위해선 지상파도 700MHz 대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 정치논리까지 개입됐습니다. 국회가 지상파 입장을 편들면서 정부 정책방향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누가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영향을 미친 것이지요.
700MHz 대역 주파수는 세계 주요국에선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하는 추세입니다. 재난통신망 등 공공안전용으로 할당한 곳도 있지만, 재난통신망도 통신서비스의 하나로 볼 수 있는 만큼 이동통신용 이외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왜 그럴까요. 주파수 자원의 효용성 때문입니다. 미래 늘어날 이동통신용 주파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입니다.
앞으로 이동통신용 주파수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 온다면 책임은 누가 질까요. 지상파를 지지한 국회인가요, 정책을 수정한 정부인가요. 아마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으니까요.
◇한정된 광고시장..'울면 떡 주기식'
정책 로드맵이나 철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집행되고 있다고 욕먹는 분야가 또 있습니다. 방송 광고시장입니다.
지상파, 종편, 개별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등 방송산업 플레이어들의 주수익원은 광고입니다. 그런데 광고시장규모는 줄고 플레이어만 늘고 있으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요. 자연히 플레이어 간 경쟁이 치열해집니다. 특히 방송광고는 정부가 권한을 쥐고 있는 규제영역인지라, 대정부 로비가 치열해집니다.
정부는 이럴 때 방송광고산업 로드맵을 세우고 플레이어들에게 정책예고를 한 뒤, 계획대로 집행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실제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지상파가 울면 떡 하나 주고, 종편이 울면 떡 하나 주는 식입니다. 지난 정권에선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신문사 4곳에 종편사업권을 허가했습니다. 자연히 지상파의 불만이 컸죠. 그랬더니 이번에는 지상파 광고규제를 완화시켜 줍니다. 14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광고총량제가 그것입니다. 지상파 방송에 프로그램 편성시간당 18%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광고를 편성하도록 한 내용입니다.
광고총량제가 시행되면 신문·인터넷언론 등 타 매체의 광고가 지상파방송으로 쏠려, 그렇지 않아도 경영기반이 취약한 신문의 존립기반이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언론사도 아닌 힘없는 PP들은 더욱 힘겹습니다. 때문에 PP 업계는 의료광고, 주류광고 등 금지·제한받고 있는 방송광고를 유료방송에 한해 허용시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특히 특히 대부업 TV광고 집행 비율이 높은 PP 업계에게 대부업 광고시간 규제는 생존과 직결돼, 규제를 풀어달라고 합니다.
자, 정부는 어떻게 대처 할까요. 이번에는 신문사가 우니 신문광고 대책을 마련해주고, PP 업계가 우니 PP광고 대책도 마련해줄까요. 불행하게도 제가 보기엔 그럴것 같지 않습니다. 이유야 만들기 다름이겠죠. 다만 이들이 힘의 논리에서 밀리는 존재라 그렇다고는 믿고 싶진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