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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어찌 하오리까' 토론의 장 열렸는데...

  • 2017.02.14(화) 18:03

'가짜뉴스 대응방안' 세미나
개념·처벌근거·규제범위 등 난제 산적

 

 

지난해 미국 대통령선거때부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에 대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무엇이 가짜뉴스이고, 어떤 대응을 해야 하는지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만들어진 자리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학회는 14일 ‘가짜뉴스 개념과 대응방안’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인용 결정이 내려질 경우 조기대선이 실시되는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이어서 가짜뉴스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인식에 따라 마련됐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페이크뉴스, 풍자인가 기만인가?’를 주제로 한 기조발제에서 “가짜뉴스는 허위정보를 전달해 경제·정치적 이득을 위하려는 전략적이고 기만적인 커뮤니케이션”이라고 규정했다. 황 교수는 이 가짜뉴스 개념은 언론보도의 포괄적인 실수를 의미하는 오보, 사실이 아님을 인식하지 못한 오인, 근거 없는 소문 등의 루머(유언비어), 풍자·패러디 행위 등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박아란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법률적 쟁점을 검토한 뒤 “학술 데이터에 검색하면 가짜뉴스를 광고성 기사로 정의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는 지난해부터 부각된, 우리가 체감하는 가짜뉴스와는 개념이 다르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미디어 범위의 확대로 작성주체를 명확히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적 이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된 사실을 보도하고 그 형식이 뉴스기사의 형식을 취하고 있을 경우 가짜뉴스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관련 황용석 교수는 가짜뉴스의 특성을 ‘네트워크 개인주의’로 정의했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실들만 확인하고 그런 사람들하고만 네트워크를 형성해 정보를 교환하고 소통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세계적으로 좌우의 극단적인 세력결집이 나타나고 한국의 경우 지난 대선 때 49:51의 구도가 나타난 것도 네트워크 개인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영 고려대 교수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루머나 오인, 허위정보 등이 퍼진다”며 “이는 제도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황용석 교수도 “양극화 된 언론 때문에 뉴스 이용자들이 정치적 편향에 따라 정보를 선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선 충남대학교 교수도 “기존 언론이 가짜뉴스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허위 정보들을 무작정 받아들여 진짜 뉴스가 돼 (기존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현재 실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에 대해서는 형법 제307조 2항(허위사실적시) 및 제309조(비방목적) 등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 선거의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제250조(허위사실공표죄)가 있다.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 경우에는 민법 제750조에 의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다.

문제는 피해자가 특정이 되지 않는 경우다. 가령 IS(이슬람국가로 칭하는 조직)가 서울시 지하철역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계획 중이라는 허위사실이 뉴스형태로 유포되어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다. 박아란 연구원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결이 난 ‘전기통신법 제47조 1항’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통신설비를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해당 법은 2010년 위헌판결이 났지만, 재정비해 되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다만 “가짜뉴스를 무작정 규제할 경우 언론의 자유를 해치는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석 교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놓은 불법 난민 관련한 캠페인 광고의 경우 광고에 들어간 그림은 사실이었지만 그 해석이 문제였다”며 “가짜뉴스의 진위여부 판단은 생각보다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안명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장은 “가짜뉴스 대응에는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미 정보통신망법 등 실정법 등이 존재하고 선관위에서도 16개시도에서 사이버대응팀을 마련해 허위내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경찰도 총력 대응하겠다고 나선만큼 충분히 촘촘한 그물망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차라리 정확한 정보를 통해 가짜뉴스를 자연스럽게 정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영 교수는 “처벌 규제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가짜뉴스를 막기보다는 좀 더 사실에 입각한 정보들을 제공해 수요자가 스스로 잘못된 정보를 거부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정필모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도 “가짜뉴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토양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며 “특정 사실만 짜깁기해 프레임을 왜곡하는 기존 언론도 가짜뉴스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와 정보공개의 투명성이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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