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서면서 흥행 가능성을 확인한데다 삼성전자와 KT·네이버 등 다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잇달아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거실 한복판에 놓는 스피커 형(形)을 비롯해 TV 셋톱박스, 스마트폰 등 제각각의 모습을 띄고 저마다 전략도 다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AI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 ▲ AI 스피커 '누구'.[사진=SK텔레콤] |
◇ SKT '누구,' 폰·워치 이어 3대 디바이스로
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이 작년 9월 출시한 인공지능 스피커 기기 '누구(NUGU)'의 판매량이 최근 10만대를 돌파했다. 이용자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말을 건넨 횟수는 1억건을 넘었고 하루 평균 대화 건수는 50만건에 달한다.
당초 예상을 웃돈 결과로 인공지능 플랫폼이 스마트폰과 같은 대중적인 스마트기기 반열에 오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인공지능 스피커가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이어 국내 통신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3대 스마트 디바이스에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인식 기반의 누구는 영화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집사 '자비스'를 연상하면 된다. 날씨 정보를 알려달라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달라고 말하면 바로 알아듣고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같이 술 한잔 할래?'라고 물으면 '제가 술은 마실 수 없지만 같이 있어 드릴게요'라며 마치 친구처럼 대답 하기도 한다.
출시 초기에는 SK텔레콤의 음악 서비스 '멜론'을 통해 음악을 틀어준다거나 일정을 체크해주는 등 간단한 일을 수행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똑똑해지고 있다. 현재 누구를 통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인터넷TV(IPTV)와 교통정보 등 25개나 가능하다. SK텔레콤의 오픈마켓 서비스 '11번가'에서 제공하는 '오늘의 추천상품' 정보를 들을 수 있고 주문까지 할 수 있다. SK텔레콤으로서는 누구를 통해 당장 수익 모델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향후 누구와 금융·건설·유통 등 이종산업과 융합은 물론이고,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개방을 통한 중소·벤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1위 인공지능 기반 통합 서비스 허브'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 후발주자 KT, 바짝 추격중
인공지능 플랫폼에선 SK텔레콤보다 후발로 나선 KT도 빠르게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KT가 지난 1월 말 출시한 IPTV 셋톱박스 형태의 '기가지니'는 3월 말 현재 3만대가 판매됐다. KT 관계자는 "이달 중 판매량 10만대를 돌파할 것"이라며 "연내 50만대 판매가 목표"라고 밝혔다.
기가지니도 누구와 같은 스피커 형태다. 다만 자체에 초고화질(UHD)급 IPTV 셋톱박스를 내장하고 있으며 음성비서 기능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KT의 IPTV 서비스인 '올레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KT는 기가지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기존 색상(블랙) 제품에 레드와 화이트 색상 제품을 추가로 내놓았다. 어린이용 콘텐츠도 대폭 늘렸다. 동요와 영어동요·동화 등이 담긴다.
| ▲ KT '기가지니'.[사진=KT] |
◇ 삼성전자·네이버 잇따라 출격
통신사 외에도 삼성전자와 네이버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과 갤럭시 S8플러스(+)에 탑재한 AI 기반 음성 인식 서비스 '빅스비' 서비스를 지난 1일부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으로 시작했다. 빅스비는 스피커나 셋톱박스 등 독립된 기기가 아니지만 갤럭시S8 단말기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지원하는 언어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어 외에도 상반기에 영어와 중국어, 스페인어 등을 추가할 예정이다. 향후 애플과 아마존이 각각 서비스하고 있는 시리와 알렉사와 직접적으로 격돌할 전망이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상반기 안으로 AI 플랫폼 '클로바'를 내놓을 예정이다. 클로바가 지원되는 키보드와 스피커 기기도 선보일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