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주식회사가 인공지능 스피커 공개와 함께 도요타·이토추상사 등 현지 주요 기업과의 협업 계획을 밝혔다.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미국 기업들이 선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 라인을 중심으로 새로운 연합이 짜여지는 형국이라 관심을 모은다.
라인은 지난 15일 연례 사업전략 발표회를 열고 인공지능 플랫폼 클로바(Clova)를 탑재한 스피커 3종 웨이브·챔프·페이스를 각각 공개했다.
이들 제품은 라인이 네이버와 공동으로 개발한 클로바를 탑재, 거실에 놓고 음성으로 일정 관리나 뉴스, 날씨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라인의 음악 서비스 라인뮤직과 연동해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 일본 라인주식회사가 15일 공개한 인공지능 기반 스피커 3종. 위에서부터 웨이브, 챔프, 페이스. |
기본형인 웨이브(WAVE)는 이러한 기능 외에도 음성으로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열어 메시지를 송·수신할 수 있다. 가전제품 제어도 가능하다. 제품 가격은 1만5000엔(약 15만원)이며 음악 기능을 제외한 체험판은 1만엔이다.
휴대용 제품인 챔프(CHAMP)는 귀여운 라인 캐릭터를 디자인으로 만든 것이 특징. 원형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페이스(FACE)는 화상통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제품 모두 올 가을 경에 나온다. 일본어를 지원하며 아직 한국어 계획은 없다.
이날 라인은 인공지능 기술 제휴 업체로 소니와 야마하 외 일본 대표 자동차 도요타와 대형 편의점 체인인 훼미리마트 모회사 이토추상사를 추가했다고 소개했다.
도요타와는 커넥티트카 분야에서 협업하기로 하고 차량에서 음성으로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도요타는 자동차와 스마트폰을 연계시키는 기술인 '스마트장치연결(SDL)'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스템 개발에 라인 같은 외부 기업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밀리마트와는 편의점의 고객 대응이나 점포 운영을 효율화하는 서비스를 공동 개발키로 했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 무선 단말기를 설치하고 방문 고객의 스마트폰을 인식해 성별과 나이, 구매 이력에 따라 제품을 추천하거나 쿠폰을 보내는 방식이다.
앞서 라인은 소니, 야마하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 손을 잡은 바 있다. 여기에 도요타와 이토추상사 등 쟁쟁한 대기업을 추가하면서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전자제품 시장을 장악했던 일본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주요 제조사들이 경쟁력을 잃으면서 스마트폰과 모바일 등 첨단 기술에선 뒤처진지 오래다. 인공지능 스피커는 스마트폰 다음으로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격전지로 떠오르면서 일본 기업들도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단계다.
특히 모바일 메신저 라인 성공을 발판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이 모여드는 모습이다. 라인 역시 인공지능 생태계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빠른 사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초 웨이브 스피커의 출시 시기는 올 가을로 잡았으나 이보다 저렴한 체험판을 먼저 내놓는 이유는 더 서둘러 보급하기 위한 것이다. 웨이브 제품 가격을 15만원 가량에 책정한 것도 경쟁 제품인 아마존 에코(180달러, 약 20만원)를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라인 행사에서 사업전략 담당 마스다 준 이사는 "빨리 보급해 사용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