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를 탑재한 스피커를 선보였습니다. 아마존과 구글에 이어 애플까지 가세한 것인데요. 거실에서 사물인터넷(IoT)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잡기 위한 글로벌 공룡들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애플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자체 개발자회의(WWDC)에서 원통형의 스피커 '홈팟(HomePod)'을 공개했습니다. 홈팟은 애플이 지난 2015년 스마트워치 '애플워치'를 선보인 이후 2년만에 내놓은 하드웨어 야심작입니다.
애플이 유튜브에 올린 인공지능 스피커 홈팟 소개 동영상
시리를 탑재해 음성으로 뉴스와 날씨, 교통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애플뮤직에 접속해 저장해 놓은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6개 마이크를 내장, 사람이 거실 어디에 앉아 말하던 음악 소리가 크던 상관 없이 음성을 또렷이 인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홈킷(HomeKit)이라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품고 있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비롯해 집안의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말로 조명을 켜거나 에어컨 냉방을 시작하는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인공지능 스피커는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과 바이두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진출한 시장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SK텔레콤과 KT 등이 제품을 내놓았는데요. 관련기사☞[포스트] KT '지니' vs SK텔레콤 '누구' 승자는…
애플은 후발 주자인 셈입니다. 애플은 홈팟을 오는 12월에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 출시할 예정입니다.
올해에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라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입니다. 관련기사☞ [AI 톺아보기Ⅰ]①불붙은 실생활 경쟁
현재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은 아마존입니다. 아마존은 지난 2015년 6월 '에코(Echo, 179달러)'라는 길쭉한 원통형 제품을 내놓았는데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이에 힘입어 크기를 줄인 후속작 에코닷(Echo Dot, 2016년 3월 출시·130달러)과 에코 탭(Echo Tap, 2016년 9월 출시·49달러)을 잇따라 내놓았습니다.
아마존이 유튜브에 공개한 인공지능 스피커 에코 소개 동영상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데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량은 약 570만대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애플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전년보다 4배 가량 성장한 2450만대가 판매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ICT 기업들이 너나 할것없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가 뭘까요. 우선 터치 기반의 스마트폰보다 음성인식 기반의 플랫폼이 여러모로 쓰임새가 낫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음성인식은 양손이 자유롭기 때문에 동시에 많은 일을 수행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인식 속도도 타이핑 방식보다 더 빠르다고 합니다. 기존 텍스트 형식의 단방향 문제 해결 방식보다 사람의 질문 요지를 파악해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다양하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것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관련기사☞ [넥스트 커머스]②AI와 대화하며 쇼핑한다
기업들도 음성인식의 장점을 살려 수익 모델을 발굴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아마존은 에코를 통해 말로 주문하는 온라인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말을 걸어 주문해야만 구독이 가능한 신문 서비스가 이미 시행 중이라고 합니다.
아마존의 에코를 통해 주방에서 말로 쇼핑을 하는 모습.
이 외에도 인공지능 스피커는 거실 한복판에서 온갖 가전제품을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요. 거실을 넘어 차량에 탑재돼 주행 중에 말로 음악을 틀거나 쇼핑이 가능한 서비스도 제공될 것이라고 합니다.
증권가에선 개화하는 음성인식 스피커 시장을 누가 선점할 지에 대해 관심이 높습니다. 정지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리 선점하면 그 이후 막대한 이점을 안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시장선점우위(First Mover Advantage)가 존재한다"라며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더 다양한 제휴 업체들과 손을 잡아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는 사업자일수록 유리한 시장"이라고 소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