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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네이버·카카오, AI스피커 판매망은

  • 2017.05.15(월) 15:22

통신사들, 운영중인 오프라인 매장 활용과 상반
국민메신저·오프라인샵 등 달라진 유통망 '관건'

▲ 네이버의 인공지능 비서 클로바 앱.[사진=네이버]

 

초기 단계인 국내 인공지능(AI) 스피커 시장이 주도권을 두고 요동치고 있습니다.

최근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가 10만대나 팔리면서 흥행 가능성을 확인했고요. KT는 IPTV 셋톱박스 형태의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내놓고 이달 중 10만대 판매 돌파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기기 판매를 거의 하지 않던 인터넷·모바일 서비스 기업들까지 뛰어들 예정이어서 판매 경쟁에 불 붙을 전망입니다.

이들이 내놓을 기기들은 대부분 음성 인식 기반의 스피커이고 AI가 음성 데이터를 수집해 학습한 뒤 서비스 개선에 반영되는 형태이므로 판매량 확보는 곧 서비스 성공의 가늠자이기도 합니다. 이런 점에서 AI 스피커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의 판매 전략을 살펴보면 성공 가능성도 엿볼 수 있겠지요.

외형을 보면 통신사들의 판매망이 두드러지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SK텔레콤만 봐도 자회사 PS&M이 보유한 전국 700여 개의 직영매장과 200여 개의 대형유통망 입점매장을 통해 기기를 판매할 수 있고요. 휴대전화 쇼핑몰 'T월드 다이렉트'는 물론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쇼핑몰 '11번가' 등도 당장 활용 가능하지요.

KT는 셋톱박스 형태이므로 자사 IPTV 서비스인 '올레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의 부러움을 살 정도입니다. KT는 연내 50만대를 팔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요. 이처럼 오프라인 유통 시장은 이동통신사들이 휴대전화기를 팔면서 오랜 시간 쌓은 기반이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SK텔레콤의 공식인증대리점 모습. 통신사들은 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AI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동훈 기자]

 

이를 의식한 것인지 이른바 소프트웨어(SW) 기업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하드웨어(HW) 판매보다 소프트웨어를 먼저 시장에 뿌리고 AI 시장에 발을 들여놓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 12일 AI 비서 앱 '네이버-클로바'의 베타 앱을 선보였는데요. 네이버는 당시 "AI 비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 접근성 강화를 위해 스마트폰 앱 형태로 출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용자들이 스피커 등 기기나 운영체제(OS)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요. 이를 통해 네이버는 서비스 이용자 폭을 넓히고 다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죠. 즉, 기기가 잘 안 팔리면 AI가 학습할 수 있는 음성 데이터도 빈약해지므로 일단 사용자 저변을 넓힌 뒤 기기를 출시하는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AI 스피커 '웨이브'(WAVE)를 올여름 출시할 예정입니다.

카카오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우선 7월에 AI 앱을 출시하고 3분기에는 AI 스피커를 선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도 결국 스피커를 판매하기 전에 안정적인 오프라인 판매처를 확보해야 할 텐데요.

 
▲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과거를 돌아보면 카카오는 2014년 합병한 다음(Daum) 시절 스마트TV 셋톱박스 '다음TV 플러스(+)'를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오프라인 판매망이 없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래서 다음은 이마트와 손잡고 초반 기세를 올렸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다음TV, 아주 쓸 만합니다. 강추"라며 페이스북 등에서 홍보한 덕분인지 초반 물량을 모두 소진했습니다.

그러나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 이후 이런저런 이유로 점점 힘을 잃었고 시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AI 스피커가 다음TV의 전철을 밟을까요. 이번에도 대형 유통 업체와 손을 잡을까요.

각 업체가 구체적 전략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확언하긴 어렵지만, 카카오와 네이버의 제조물품 판매가 과거처럼 남의 힘을 빌려야만 가능한 시대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카카오 AI로 연결 가능한 서비스들.[자료=카카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강력한 모바일 쇼핑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국민 메신저를 활용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방법도 매우 간단하죠. 카톡 창을 열고 친구에게 선물하기를 눌러도 되고 직접 사도 될 겁니다. 배송도 되죠. 이 플랫폼을 통해 한 번 손 잡았던 신세계 이마트와 '슥' 손잡을 수도 있겠죠.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버는 특히 일본, 동남아시아 등 국내보다 훨씬 큰 시장에서도 이런 방식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규모는 이통사에 비교할 것이 아니지만 카카오 프렌즈 샵과 라인 프렌즈 스토어 등이 곳곳에 있지요.


카카오와 네이버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스피커 판매가 실패하더라도 앱은 남는다는 점도 눈에 띄는데요. 모바일 메신저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AI 서비스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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