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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과도한 증인신청'…국회의 힘자랑인가

  • 2018.10.19(금) 15:16

 

요즘 국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대부분 투명하게 공개된다.

 

국정감사도 마찬가지다. 국회가 운영하는 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혹시 실시간으로 못봤더라도 수 시간내 VOD 재시청이 가능할 정도다. 그만큼 보는 눈이 많다.

 

때문에 국회의원들도 과거와 달리 국감에 참석하는 기관장들을 막무가내로 몰아세우는 일은 드물다.

 

증인신청도 비슷하다. 올해 상임위는 최고경영자(CEO) 대신 실무자 중심으로 증인을 신청하고 있다. 사안의 경중을 떠나 무조건 CEO를 부르고 보자는 식의 증인채택이 문제되면서 구태를 반복하지 말자는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 국감에서도 이 구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한 기업인을 여러 상임위에서 세 차례나 증인으로 호출하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인물 타깃 감사다.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는 황창규 KT 회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통신사 최고경영자(CEO) 중 유일하게 참석했던 그는 관련 현안에 대해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황 회장은 앤서치마케팅 인수시점을 잘못 답변했다. 다만 고의로 위증하려 한 것이 아닌 착각으로 날짜를 잘못 말한 것이다.

 

KT 측은 해당 질의 의원이 위증이라고 강조한 앤서치마케팅 인수 시점에 대해, 착각에 의한 실수였음을 바로 소명했다고 한다. 특히 앤서치마케팅 인수시점은 공시로 이미 공개된 사안이라 의도적으로 위증할 이유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방위 해당 질의 의원은 이를 빌미로 '황창규 회장이 위증했으니 다시 증인으로 불러 확인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증인 재신청은 현재 과방위 여야 간사 간 논의 중인데, 만약 통과시 황 회장은 다시 과방위 국감에 나와야 한다.

 

황 회장에 대한 과도한 증인 세우기 논란은 지난 18일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감에서도 있었다.

 

여러 증인에 대한 질의가 끝난 뒤 상임위원장은 '추가질의가 없으면 증인들을 돌려보내자'는 의견을 냈다. 또 일부 의원은 '증인은 죄인이 아니니 인권보호 차원에서 다른 안건진행 땐 회의장 밖에 있다가 들어오게 하자'는 취지의 제안을 했다.

 

하지만 모두 무산됐다. 한 의원이 1차 질의 후 추가질의가 있다며 증인퇴장을 반대했고, 증인이 회의 중간 회의장 밖으로 나가는 것도 안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본 국민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궁금하다. 증인에게 원칙대로 했다는 의원에게 박수를 보냈을까. 아님 눈살을 찌푸렸을까.

 

특정 기업인을 두둔하자고 말하는게 아니다. 황 회장 사례를 든 것은 이번 국감에서 기업인으로서 과도한 증인 감사를 받은게 그 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벌어진다면, 국회의원 판단에 따라 황 회장과 같은 제2, 제3의 사례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구태다.

 

국정감사에서 기업활동의 잘잘못을 따지고 정부의 역할을 질책하는 일은 옳다. 다만 누가봐도 인정할 수 있는 범위이길 바랄 뿐이다. 지금은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말한 대통령을 뽑은 국민이 대다수인 세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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