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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재 부풀리고 거짓 상장"…시장있지만 규제없는 가상화폐

  • 2019.08.05(월) 15:05

가격 올리기 위해 잘못된 정보 발표
일부 거래소, 공시제도 등 자정노력
"정부가 제도화 나서야" 목소리 커

가상화폐공개(ICO) 이후 코인가격이 하락한 프로젝트들이 가격반등을 위해 호재를 확대 해석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격 하락폭이 컸던 프로젝트일수록 가격 상승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법적 제재를 받는 경우가 드물어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격 상승 위한 투자자 현혹

ICO 당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고 거래소에 상장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항상 투자자로부터 가격 관리에 대한 요청을 받는다. 가격 관리는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실적이 좋거나 큰 규모의 계약을 성사했을 때 기업의 주가가 오르듯 가상(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해당 프로젝트가 좋은 사업성과를 이루면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있어 사업 성과를 부풀리거나 해당 정보를 일부 사람에게만 미리 알려주는 것은 금지다.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에는 현재 관련 규제가 없어 일부 가상화폐 프로젝트들은 사업 성과를 과대 포장 및 과대 해석을 하거나 정보를 잘못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 인수 정보 잘못 발표

지난달 초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코스모체인은 운영사인 블랜디드를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가 철회한 바 있다. 카카오 측은 "지분인수를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기사화가 되고 관련 커뮤니티에서 해당 정보가 수차례 공유됐다.

최근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리퍼리움이 인기게임 배틀그라운드와 함께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펍지 측은 리퍼리움과 해당 이벤트 관련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큰 규모의 회사나 인기 브랜드와의 협업은 가장 많이 활용되는 가상화폐 호재 중 하나다.

거짓 상장 발표하기도

일부 가상화폐 프로젝트들은 거래소 상장 절차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A 거래소에 상장될 예정이다'라며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B라는 가상화폐가 우리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된 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B는 우리와 협의되지 않은 가상화폐였고 상장 문의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보통 어느정도 시장에 알려진 거래소에 상장이 될 경우 거래 규모가 확대될 수 있는 계기로 해석돼 호재로 작용한다. B 가상화폐는 단기적으로 가격 급등을 위해 거짓으로 기사화를 시도한 사례다.

정보 비대칭도 문제

가상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 비대칭도 해결되어야 할 숙제다. 대부분의 가상화폐 프로젝트는 단체 메신저로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을 활용하고 블로그, 미디엄,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사의 사업 진행상황이나 정보들을 공유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보일 경우 공시를 하기 전 일부 사람들에게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것 또한 불법이다.

하지만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제재가 없는 상황이다. 프로젝트 관계자가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아직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미리 알고 낮은 가격에 해당 가상화폐를 매수한 후 높은 가격에 매도를 할 경우 그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업비트 프로젝트 공시[자료=업비트]

자정 노력하고 있는 거래소

일부 거래소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공시 제도를 도입했다. 업비트는 지난 5월부터 프로젝트 공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업비트에 상장된 프로젝트들의 대량 보유 지분의 변동, 가상화폐 자산의 구조적 변동, 핵심 인력 변동, 전략적 파트너 협력 체결 등 주요 사항이 업비트 사이트에 공시된다.

업비트 측은 공시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가상화폐 프로젝트의 중요 정보를 모든 사람이 차별없이 제공받도록 해 공정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시제도를 도입했다"면서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 불균형과 도덕적 해이를 예방해 투자자들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크로스앵글도 가상화폐 공시 플랫폼 '쟁글'을 출범했다. 빗썸, 코빗, 고팍스 등 국내 거래소들도 쟁글과 협력하고 있다.

후오비는 거래소에 상장된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기 위해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분기별 리포트를 제대로 업데이트 하지 않는 경우 경고 표시인 'ST'가 적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민간 기업에서 진행되다 보니 강제성은 없다. 사업 진행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들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시 제도에 참여하지만 여전히 사업성이 의심되는 많은 프로젝트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아직 형성된지 오래되지 않은 시장이기 때문에 잡음이 생기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투자자들이 좋은 프로젝트를 선별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자율 규정을 만들어가는 거래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이며, 이를 통해 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정부에서도 이러한 노력을 지켜보고 향후 제도화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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