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잇따라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당장은 데이터 소모가 많은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해 5G 가입자를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게임은 스마트폰에 게임을 내려받지 않고도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의 미래'라 불리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이처럼 새롭게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 지위를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진한 5G 커버리지 확대와 킬러 콘텐츠 확보는 승부처이자 숙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대부분 외국 사업자와 손잡고 국내용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게임 사업자와의 협력 부재는 아쉬움으로 지목된다.
◇ KT-대만 유비투스 vs LG유플러스-엔비디아 vs SK텔레콤-마이크로소프트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가 대만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유비투스'와 손잡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나서면서 LG유플러스-엔비디아, SK텔레콤-마이크로소프트(MS) 진영과 맞서게 됐다.
파트너 기업 명성만 보면 KT가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자체 플랫폼과 구독형 모델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KT는 이번에 선보인 '5G 스트리밍 게임'에 구독형 모델을 적용, 넷플릭스처럼 월정액을 내면 원하는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딥실버(Deepsilver)의 FPS 게임인 '메트로 2033 리덕스', SNK의 격투 게임 '킹오브파이터즈 XIII' 등 100여종의 게임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KT는 향후 2개월 정도 무료체험 기간을 운영하면서 스트리밍 게임에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내년 3월 정식 출시할 계획이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지난 8월 컴퓨터 그래픽 분야 글로벌 리더인 엔비디아와 손잡고 5G 스마트폰과 PC에서 다운로드 없이 이용이 가능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 나우'(GeForce NOW)를 선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LG유플러스는 PC 게임과 콘솔 대작 게임의 PC 버전 등 150여종의 게임을 무료 체험 기간에 제공하고 연말까지 200여종 이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게임 기술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Project xCloud) 기반으로 공동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후 양사는 지난 10월부터 한국에서 '엑스클라우드'의 시범 서비스에 돌입해 4개 게임 타이틀을 선보였고, 지난달에는 29개 타이틀로 확대 운영중이다.
아울러 기존 엑스박스 외에도 소니 등 외부 사업자의 컨트롤러도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내년부터 엑스클라우드는 윈도10에서도 이용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엑스박스를 통해 구매한 게임도 지원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최근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게임 및 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할 '클라우드게임 사업담당'과 '에지클라우드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차기 핵심 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을 공개하는 등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 "시장은 열린다"…5G 커버리지 킬러 콘텐츠 '관건'
통신3사가 이처럼 잇따라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의 성장 잠재력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은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를 지난해 3억 8700만달러에서 오는 2023년 25억달러 수준으로 약 6배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클라우드 기반의 스트리밍 게임은 5G 서비스의 판도를 바꿀 주요 시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반응 속도가 중요한 게임은 초고속, 초저지연, 대용량의 서비스가 가능한 5G와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콘텐츠이기도 해서다.
밝은 전망과 함께 과제도 많다. 국내 5G 서비스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글로벌 사업자들이 국내 통신 사업자와 공동 사업에 돌입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5G의 전국 커버리지도 달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이유로 게임 이용에 조금이라도 불편이 있다면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통신3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 콘텐츠를 보면 숫자는 어느정도 갖춰지고 있으나, 게임팬들의 눈길을 끌만한 대작은 눈에 띄지 않는다. 즐길거리가 없으면 장터에 사람이 모일리 없다.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은 고용량의 대작 게임을 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 콘셉트"라며 "수준급의 게임 수급이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게임 사업자가 파트너로 등장하지 않고 있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내 게임 사업자는 대부분 모바일 게임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며 "콘솔이나 PC 게임 대작을 만드는 곳이 거의 없는데다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사업을 할 수 있는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