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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세에 토종 반격…'OTT 격동기'

  • 2019.12.27(금) 16:47

[기해년 IT 무슨일이 있었기에]⑤OTT 합종연횡
디즈니플러스 상륙 후 격변기 심화 예상

2019년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2020년 경자년(庚子年)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는 한마디로 지각변동의 날들을 보냈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와 같은 영광의 날도 있었고, 이른바 '타다 금지법'이 등장하며 혁신성장에 대한 우려의 날도 있었다. 유료방송업계는 글로벌 OTT의 국내 시장 잠식과 함께 인수·합병(M&A)의 소용돌이에 빠졌고, 게임 업계 역시 '맏형' 넥슨이 매각을 시도하는 등 지각변동이 화제였다. 올해 ICT 업계를 관통한 이슈를 돌아보고 내년을 전망해본다. [편집자]

2019년은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격동기였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서비스의 강세 속 국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합종연횡을 거듭했다.

지난 2016년 국내에 첫 상륙한 넷플릭스는 국내 OTT 시장을 서서히 잠식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신용카드, 체크카드로 결제하거나 앱스토어, 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한 내용을 표본 조사한 결과 지난 10월 기준 넷플릭스 한국인 유료 이용자는 20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2월 40만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8개월 만에 5배로 불어난 셈이다.

[사진=와이즈리테일]

특히 넷플릭스는 지난 3년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넷플릭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말부터 올해 3분기말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 가입자 수는 470만명에서 1450만명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유튜브는 말할 것도 없이 꾸준한 성장세다. 닐슨코리아가 '세대별 모바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 이용행태 분석'을 진행한 결과 유튜브는 전 연령에서 성별을 가리지 않고 모바일 동영상 분야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11월 한 달 간 전국 4만명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튜브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2위에 올랐다. 네이버(2958만명)보다 400만명가량 많은 3340만명이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이 크자" 너도나도 합종연횡

이같이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국내 영향력을 확대하자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기업들도 토종 OTT 브랜드를 결합하고 개편하며 시장 대응에 적극 나섰다.

먼저 KBS, SBS, MBC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통합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에 각각 운영하던 'POOQ(푹)'과 옥수수'를 통합한 '웨이브(WAVVE)'다.

지난 9월 웨이브는 요금체계 단순화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500만명 규모의 유료가입자를 유치하고 글로벌 서비스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등장했다. 독점 콘텐츠 확보를 위해 약 30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를 선언하기도 했다.

출시 초기에는 서비스 접속 오류 등 품질 문제가 속속 등장하며 토종 OTT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문제점들이 점차 개선되면서 이용자 수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모바일 안드로이드 주요 카테고리별 인기 서비스 순위. [사진=닐슨코리아]

최근에는 웨이브 이용자 규모가 넷플릭스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닐슨코리아가 지난 11월 안드로이드 내 순이용자수가 많은 순서대로 상위 3개 서비스를 선정한 결과 동영상·방송 카테고리에서 웨이브가 순이용자수 315만명으로 2위에 올랐고, 넷플릭스는 205만명으로 3위로 밀려났다. 웨이브는 올해 1월 대비 11월 순이용자수 성장률이 가장 높은 모바일 서비스로 꼽히기도 했다.

웨이브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나타났다. CJ ENM과 JTBC는 내년 초까지 콘텐츠 통합 서비스를 위해 합작법인(JV)를 설립하고 CJ ENM의 기존 OTT 서비스인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양사는 넷플릭스와 각각 손을 잡아 넷플릭스·CJ ENM·JTBC 연합을 결성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OTT 시장이 지상파방송3사와 SK텔레콤의 '웨이브', 넷플릭스와 손잡아 더 강력해진 CJ ENM과 JTBC의 '티빙'이 양축이 돼 경쟁 관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사진=KT]

이에 질세라 KT도 후발주자로 OTT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자체 OTT인 '올레TV 모바일'을 개편한 '시즌(Seezn)'을 선보인 것.

시즌은 타 OTT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세우는 것이 아닌 콘텐츠의 양에 집중해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CJ 계열 채널 등 모든 방송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눈에 띄는 콘텐츠는 없지만 볼거리는 가장 풍부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OTT 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종료되는 서비스도 생겼다. 현대HCN은 8년 동안 운영해 온 '에브리온TV'을 수익 대비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판단 하에 종료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7년 9월 출시했던 TV 기반 OTT 서비스 '텔레비(TELEBEE)'를 2년 만에 접었다.

[사진=디즈니]

디즈니 상륙 후 판도 바뀔까

향후 OTT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디즈니다. 지난 11월 북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사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디즈니가 나홀로 국내 진출에 도전할지, 국내 기업과 손을 잡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메리어트파크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디즈니와 접촉했냐는 질문에 대해 "만났다"라고 언급했다. 김훈배 KT 뉴미디어사업단장도 시즌 간담회에서 "디즈니와 우리는 관계가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미디어업계가 디즈니의 향방에 관심을 두는 것은 디즈니의 강력한 IP(지적재작권)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달 12일 출범 후 하루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이달 말까지는 스타워즈의 인기를 등에 업고 2400만명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디즈니플러스는 북미에 이어 호주, 뉴질랜드, 서유럽, 일본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전망이다. 국내 진출 시점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오는 2021년으로 예상된다. 디즈니는 오는 2024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6000~9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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