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또 한 번의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유튜브 내 유료 멤버십 서비스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CJ ENM과 JTBC가 합작법인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OTT 시장 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유튜브 '채널 멤버십' 새 변수될까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유튜브의 유료 멤버십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유튜브가 OTT 시장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그간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유튜브는 넷플릭스 등 정액제 유료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OTT와는 다르게 분류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온라인 탑골공원'의 맛을 본 국내 방송사들이 유튜브 유료화 채널을 오픈하면서 OTT 시장의 새로운 경쟁자가 탄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이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끌었던 지상파 음악방송을 유튜브에서 스트리밍해주는 채널들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곳이 SBS가 운영하는 'SBS 인기가요 라이브 스트리밍'이다. 1995년 10월부터 2002년 9월까지 방영된 인기가요와 TV가요만을 24시간 재생해주는데도 구독자가 18만명을 넘어섰다. 이 채널이 인기를 얻자 KBS 역시 '가요톱10' 자료를 활용한 유튜브 채널 '어게인 가요톱10'을 개설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 꾸준한 인기를 끌자 업계에서는 값진 콘텐츠를 유튜브 플랫폼에 헐값에 넘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힘든 싸움을 진행 중인 지상파가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화제성 외에 가져올 이득은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방송사들은 유튜브를 본격적인 수익 창구로 활용하고 나섰다. 유튜브 채널 멤버십을 활용해서 유료 구독자를 확보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멤버십은 지난 2018년부터 도입된 서비스다. 구독수 3만명 이상의 채널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최근 구독자 99만명을 확보한 'KBS 드라마 클래식'은 월정액 유튜브 멤버십을 오픈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월정액으로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과거 KBS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다. 월정액 가격대에 따라 볼 수 있는 작품수가 달라진다. 현재까지 월 1990원은 약 30편, 2990원은 약 70여편의 드라마를 볼 수 있다. 매월 일정 금액을 내고 동영상 서비스를 즐기는 일반적인 OTT와 유사한 형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묵혀뒀던 콘텐츠를 본격적으로 수익모델로 활용하면서 OTT 시장의 새로운 지평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이브 이어 '제2의 토종연합군'
CJ ENM도 올해 본격적인 시장 재편에 불을 붙였다. CJ ENM은 지난 12일 자사 OTT 서비스인 '티빙'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신설회사 발행 주식의 100%를 분할하는 물적분할 방식이다. 분할 기일은 오는 6월1일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CJ ENM의 티빙 분할이 JTBC와의 연합전선 구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9월 양사 통합 OTT 플랫폼 론칭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합작법인(JV) 설립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티빙이 웨이브와 같이 '넷플릭스 대항마'를 자처할지, 넷플릭스의 손을 잡고 규모를 확장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티빙과 넷플릭스와의 협력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CJ ENM, JTBC가 그간 넷플릭스와 밀접한 제휴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CJ ENM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JTBC 자회사 JTBC콘텐츠허브는 모두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는 스튜디오드래곤의 지분 4.99%를 인수하며 전략적 혈맹 관계를 맺었으며, 곧 이어 JTBC콘텐츠허브와도 다년간에 걸친 콘텐츠 유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웨이브가 SK텔레콤과 지상파방송사가 손을 잡아 만들어진 것처럼 티빙 역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협력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작년말 CJ ENM으로부터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이미 관계를 맺었고, 지난 2018년부터 넷플릭스의 콘텐츠를 독점공급 받고 있다. KT는 '시즌'에 CJ ENM과 JTBC 콘텐츠를 공급받으며 협력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지난달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국내외 OTT 등 외부와의 제휴도 적극 고려중"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