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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방구석 국제영화제' 새로운 실험 열렸다

  • 2020.06.11(목) 16:34

전주국제영화제, 웨이브로 온라인 상영 개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온·오프라인 동시 상영
영화계·OTT, 경쟁관계서 협력관계로 진화

영화인들의 축제였던 국제영화제가 온라인 방식으로 확장됐다.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 주최측은 1년 동안 기다려온 영화인들을 위해 영화제를 취소하기보다 OTT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웨이브로 온라인 상영

우선 지난 5월28일부터 6월6일까지 열렸던 전주국제영화제는 국내 OTT 플랫폼인 '웨이브(WAVVE)'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처음으로 진행했다. 전주영화제는 오는 9월20일까지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장기상영회도 진행한다.

웨이브에서는 전주영화제 출품 영화와 해외 초청작 등 총 97편을 상영했으며 작품별 구매 후 관람할 수 있었다. 장편영화와 한국 단편영화(묶음 상영)는 7000원, 해외 단편영화(1편)는 2000원에 제공됐다. 지난 열흘간 총 7048건의 유료 결제가 이뤄졌으며 관객이 가장 많이 참여한 날은 영화제 마지막인 6월6일로 1500여건의 상영이 이뤄졌다.

영화제에서는 영화관 상영 외에 시상식이나 감독과의 대화, 기념품 판매 등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리지만 이번 영화제는 온라인 한계로 인해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개막작이나 인기 작품을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한 티켓팅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시간과 거리 문제로 현장에 가지 못하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점은 있었다.

BIFAN, 왓챠로 온라인 상영 준비

전주영화제에 이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도 국내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준비한다. BIFAN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동시에 개최하는 첫 사례다.

왓챠는 BIFAN 온라인 영화제 개최를 위한 전용 페이지를 오픈하고 7월10일부터 16일까지 7일간 영화제 초청작 69편(해외 장편영화 38편, 해외 단편영화 31편)을 온라인으로 동시 상영할 계획이다. 다만 온라인 상영관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아닌 PC를 통해서만 접속 및 관람이 가능하다.

왓챠 관계자는 "온라인 영화 감상이지만 최대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환경과 유사한 관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모바일 기기보다 PC를 통해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이외에 영화인들이 보다 좋은 환경과 영화제를 잘 즐길 수 있는 부분을 위해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OTT 외 다른 영상 플랫폼에서도 영화제가 열렸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열렸던 무주산골영화제도 네이버TV와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상영을 진행했다. 칸·베네치아 국제영화제 등 세계 20개 영화제는 유튜브와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7일까지 온라인 영화제 '위 아 원(We Are One·우리는 하나)'을 개최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로 국제 영화제가 취소되자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코로나19 극복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OTT, 영화 운영 노하우·결제시스템 갖춰

OTT와 영화제가 협력하는 배경은 '코로나19'라는 변수 외에도 변화하는 영화 소비 패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영화 관람을 위해 영화관부터 찾았지만 최근에는 집에서 OTT을 포함한 다양한 영상 플랫폼을 통해 손쉽게 영화 감상이 가능해졌다. 특히 젊은층일수록 영화관을 찾는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50대 이상이 영화관을 찾는 비중은 2012년 4.6%에서 2018년 5월 기준 10.5%로 상승했지만, 10대는 같은 기간 4.2%에서 2.8%, 20대는 36.0%에서 35.3%, 30대는 32.6%에서 26.9%로 하락했다. 영화 관객수는 2012년 1억9400만명에서 2018년 2억1600만명으로 정체 상황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많은 영화제들이 오랜 역사를 통해 현재 위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영화를 접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면서 "현장에서 영화를 직접 즐기던 이전 세대가 지나고 다음 세대에도 영화제를 계속 소개해 나가야 하는데 영화 소비 패턴이 달라진 만큼 다양한 접근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OTT는 유튜브나 다른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과는 달리 영화와 드라마 등을 다루면서 저작권이 엄격한 영상에 대한 운영 노하우와 결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영화제를 상영하기에 적합하다.

웨이브 측은 "영화제 초청작 대부분이 개봉 예정작이므로 관람 인원 제한 및 오프라인과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웨이브는 영화별로 단건 결제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추고 있다"면서 "불법 복제 방지 멀티 DRM 등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메이저 배급사와의 오랜 제휴를 통해 축적한 서비스 운영 노하우로 전주영화제에서도 안정적 시스템 운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경쟁 관계였던 OTT와 영화업계

그동안 영화업계와 OTT 업계는 경쟁상대로 긴장감이 있었다. OTT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발전으로 영화관을 가지 않더라도 언제어디서든 쉽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는 영화 소비 행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넷플리스 오리지널 영화인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노아 바움백 감독의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가 프랑스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지만 프랑스 극장 연합에서 반발했다. 결국 2018년부터는 프랑스 내 극장 개봉을 하는 작품에만 칸영화제 진출 자격을 부여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정했다. 또 당시 옥자는 국내에서 넷플릭스와 극장 동시 공개를 했지만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옥자 상영을 거부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웨이브 오리지널 'SF8'

이후 넷플릭스가 제작한 '로마'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상하고 웨이브 자체 제작 영화 'SF8'가 BIFAN에 초청되는 등 OTT와 영화계의 긴장감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관 개봉이 어려웠던 한국 영화 '사냥의 시간'은 영화관 개봉없이 넷플릭스에서만 최초 공개되기도 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왓챠는 OTT 서비스인 '왓챠플레이'를 운영하며 축적한 노하우와 데이터 관련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영화제와 영화 산업과 상생할 수 있는 협력 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이브 관계자도 "전주영화제 이후 다른 영화제와도 온라인 상영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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