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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정부가 말하는 'OTT 빅5' 가능할까

  • 2020.06.24(수) 17:03

"국내 OTT 최소 5곳 글로벌 기업으로" 정책발표돼
"거창한 목표보단 현실 세심하게 살펴야" 업계목소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5곳을 오는 2022년까지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발표했습니다.

OTT 시장 상황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지난주에 기자들 대상으로 사전 브리핑이 열렸을 때 '5개 글로벌 OTT 가능한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참석자 대부분이 웃었습니다.

단순한 '의지의 표현'일 수 있고 '목표'는 누구나 세울 수 있습니다.

복서 타이슨이 말했듯 누구나 계획이 있죠. 세계 최고의 복서에게 한대 맞기 전에는 말이죠.

이처럼 2년 만에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초대형 기업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정부 주도의 지원 사업으로 만들 수 있다는 발상은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게다가 과기정통부의 이전 정부 버전인 미래창조과학부도 6년 전인 2014년에 '한국형 유튜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안타깝지만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살짝 이상한 대목이 더 나옵니다.

정부가 최근 제12차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열고 발표한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방안을 살펴봅니다.

정부의 목표는 ▲국내 미디어 시장 규모 10조원 ▲콘텐츠 수출액 134억2000만달러 ▲글로벌 플랫폼 기업 최소 5개랍니다. 기한도 정했습니다. 오는 2022년까지입니다.

이를 위해 첫번째 '낡은 규제를 폐지 완화하고 차별화·대형화를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이 대목을 자세히 보면 OTT보다는 IPTV와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시장의 인수·합병(M&A) 활성화에 초점이 있습니다.

가장 처음으로 내세운 규제 완화 정책이 '합산규제'의 폐지이기 때문이죠. 특정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겁니다.

이것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정부가 키운다는 OTT는 이른바 '코드커팅'으로 유료방송시장을 잠식하는 특성이 있기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목적과 대책입니다.

두번째로 등장하는 지상파·유료방송 관련 방송광고 규제완화 항목은 그나마 업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OTT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월 정액 구독 방식으로 광고 없이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에 전세계적으로 2억명에 달하는 사람이 쏠리는 현상과 비교하면, 이같은 대책이 언발에 오줌누기가 되진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 OTT를 보는 사람들은 돈을 내고서라도 광고를 시청하기 싫어하는데, 광고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이 나온 셈이니까요.

세번째 나오는 '온라인 비디오물 자율등급제'가 그나마 OTT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항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심의 규정을 맞추고 결과를 기다리면 콘텐츠 완성도와 오픈 일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다"며 "실제로 어떻게 될지 디테일을 지켜봐야겠지만, 이같은 변화는 환영하는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것은 올해 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실제로는 내년쯤 적용이 가능할까요. 국회 반응을 기다려야 할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과 미래부가 2014년 말 내놓은 '스마트미디어 산업 육성 계획'이 놀랍게도 많은 부분이 닮았습니다.

흥미로운 대목은 'SWOT' 분석 항목인데요.

한국의 강점(S)에 해당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한류 콘텐츠'. 6년 전 분석과 현재가 거의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네트워크는 국내용이고, 한류 콘텐츠는 유튜브·넷플릭스 같은 미국 플랫폼을 통해 더 빠르고 넓게 퍼졌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이 함정이죠.

한편으로 약점(W)에 해당하는 '제도적 장애 요인'(2014년), '낡은 규제와 규제 불확실성'(2020년)은 표현이 다를 뿐 6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이런 '변화 없음'에 대한 분석부터 제대로 해야, 변화를 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며 국내 동영상 생태계가 유튜브 등 외국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게 대체적 해석이고, 아프리카TV의 대표적 수익모델인 별풍선을 두고 규제하려는 것이 불과 2년 전 국정감사 때입니다.

이런 과거와 현안에 대한 고민보다는 글로벌 OTT 5곳이란 청사진만 눈에 띄는 모양새랄까요.

현재는 망 중립성을 놓고 통신사들과 외국 OTT가 대립합니다. 외국 기업들이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 통신사들의 주장인데요. 얼핏 보면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의 대립 같지만, 통신사와 OTT의 구도로 보면 다른 양상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일부 국내 OTT도 망중립성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두가 만족하는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이해관계는 엇갈리기 마련이죠. 하지만 이 정도 사안은 세심하게 살피고 글로벌 OTT 최소 5곳을 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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