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이렇다 할 모바일 성공작이 없던 넥슨코리아가 신작 '바람의나라:연'의 흥행 돌풍을 계기로 모바일 사업에서 확실히 '감'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지주사의 지분 매각 소식 등으로 회사 내부 분위기가 동요된데다 다수 프로젝트의 개발 중단 사태를 빚었던 것을 감안하면 극적인 반전이다.
풀어졌던 조직의 기강을 다잡고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방향키를 돌려 놓은 이정헌(41) 대표의 승부수가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넥슨은 한해에도 수십여개의 신작을 쏟아내는 다작 생산으로 유명하지만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오래된 인기작 몇개를 제외하고 뚜렷한 흥행 성과를 내지 못했다.
모바일 장르에선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게임이 그다지 많지 않다. 최대 경쟁사인 엔씨소프트가 리니지 시리즈를 활용한 모바일 후속작 '리니지M'과 '리니지2M'으로 시장을 휩쓸어 버린 것과 대조적이다.
모바일 영역에선 영 가망이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짙어졌으나 작년말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선보인 신작 'V4'가 기대 이상의 히트를 치면서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모바일 매출 순위 10위권에 랭크된 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안타' 혹은 '홈런'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5월 출시한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역시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출시 초기부터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넥슨의 저력을 제대로 드러낸 신작이 이달 15일에 선보인 바람의나라. 이 게임은 출시 초반부터 현재까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넥슨은 구체적인 매출 지표를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시장에선 하루에 20억~30억원 가량을 벌어 들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 업계에선 V4와 카트라이더가 각각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면 바람의나라는 '초대박'을 쳤다고 표현하고 있다.
넥슨은 내달 중에 메가 히트작인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을 중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데 이 게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 정식 서비스를 하기 전이나 사전예약자 수가 무려 6000만명에 육박한다.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인 약점으로 지적 받아온 모바일 사업에서 비약의 발전을 이룬 원동력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넥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 이슈건이 터닝 포인트였다.
넥슨은 지난해초 지주사인 NXC의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내부 분위기가 크게 술렁였다. NXC는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곳으로, 사업 지주사인 글로벌 넥슨과 한국법인 넥슨코리아로 연결되는 계열사 및 해외 법인 등 수십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그룹의 정점에 있다.
이후 NXC가 지분 매각을 철회하기로 했으나 넥슨코리아의 다수 프로젝트들이 리뷰를 거치며 개발 중단 사태를 맞는 등 동요된 분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해결사'로 나선 것이 이정헌 대표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대외 활동을 '올스톱'하고 직원들을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아울러 '다작'에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는 게임에 재원을 공격적으로 쏟아 붓기로 했다.
이 대표가 흔들린 조직 기강을 바로 잡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이후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우선 온라인에선 메이플스토리와 'FIFA 온라인 4' '서든어택' 등 서비스 기간이 오래된 게임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키면서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 덕에 관련 매출이 개선됐다.
모바일에선 리니지와 같은 MMORPG 장르의 획일화에서 탈피, 레이싱(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과 축구 스포츠(피파모바일) 등 이색 장르로 승부수를 냈는데 기대 이상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는 유저층의 외형 확장과 함께 그동안 국내 게임 업계가 쉽게 공략하지 못했던 10대 이용자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게임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누적 13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일간 최대 이용자는 357만명에 달한다(6월 10일 기준).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6월 새로운 형태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원더홀딩스와 2개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각각의 법인에서 '마비노기 모바일',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신규 타이틀을 전담 개발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도 넥슨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바람의나라: 연이 각각 중국과 국내에서 큰 흥행을 기록한다면 2017년 이후 엔씨소프트처럼 단번에 큰 폭의 실적 상승을 기록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넥슨 관계자는 "지난해 넥슨은 지주사의 지분 매각 및 매각 철회 소식 건으로 내부 분위기가 가라 앉았으나 이 대표가 구조조정 없이 모두 안고 가겠다고 선언하면서 동요를 막았다"며 "흥행성이 없어 보이는 프로젝트는 과감히 내려놓고 잘 될 게임에 재원을 모아주거나 젊은세대 중심으로 경영진을 재편한 것도 체질개선을 이끈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03년 넥슨코리아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사업실무부터 사업총괄 임원까지 두루 거친 사업 분야 전문가다. 2018년 사업총괄 부사장에서 대표이사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