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게임업계 최초 연 매출 3조원 시대를 열었던 넥슨이 올 2분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넥슨은 이 시기에 신규 IP 개발 및 플랫폼 확장, 과감한 인재투자를 통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신작 출시도 속도 보다 완성도를 우선으로 하는 개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슈퍼 IP 개발 통해 지속성장 확보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신작 출시 시기를 앞당겨 단기적 수익에 집중하기 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임을 만드는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신작의 빠른 출시를 통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투자 모델을 구축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당장은 즐거워할 수 있지만 이는 개발자들에게 잘못된 압박이 가해지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보다 출시 일정을 맞추는 데 급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개발진 스스로가 게임의 높은 완성도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이것이 유저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것이야 말로 넥슨의 개발 방향성이자 전략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역시 실적발표에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넥슨 뉴 프로젝트: 미디어 쇼케이스'를 통해 최근 신작 소식이 뜸했던 것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떳떳할 때 내자는 말을 줄기차게 한다”면서 “게임의 완성도를 우리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가 돼야 유저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넥슨은 이와 같은 기조로 슈퍼 IP 10종 개발 계획을 밝히며, 향후 회사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루트 슈터 장르로 개발중인 '프로젝트 매그넘'은 넥슨의 신규 흥행 모바일 게임 IP로 자리잡은 'V4'를 개발한 자회사 넷게임즈의 야심작으로 PC·콘솔 플랫폼을 동시에 지원한다.
'프로젝트 매그넘'은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퀄리티 기반 하에 다채로운 스킬, 와이어를 이용한 특수 이동, 호쾌한 전투가 가능한 다양한 총기 등을 통해 유저는 자신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고 빠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마비노기 영웅전'과 '야생의 땅: 듀랑고' 등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차기작 '프로젝트 HP'는 지난 5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알파테스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첫선을 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3D 액션 RPG로 새롭게 탄생할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프로젝트 오버킬’ 역시 2D에서 구현할 수 없었던 각종 한계를 뛰어 넘는 넥슨의 새로운 시도로, 장기간에 걸친 연구를 통해 PC 온라인게임으로 개발 중에 있다.
지난해 독립 법인 출범 후 확대된 리소스를 투입해 개발 중인 데브캣의 '마비노기 모바일'은 원작의 감성에 현 세대에 맞는 깔끔하고 세련된 시각효과와 모바일 플랫폼에 특화된 기능을 더해 유저들에게 새로운 모험과 판타지 세계를 선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넥슨의 창의적인 신규 서브 브랜드 ‘프로젝트 얼리스테이지’를 통해 이어간다. 얼리스테이지 게임들은 수차례 테스트를 거쳐 정식 출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초기부터 외부에 공개해 피드백을 수용한다. 이는 기존 경험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기민한 시도에 나설 수 있도록 인디 게임의 얼리엑세스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IP 플랫폼 확장 통한 글로벌 공략 강화
글로벌 탑티어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중 하나로 글로벌 거물인사 영입도 강화하고 있다.
넥슨은 지난 3월 전 틱톡 CEO이자 월트 디즈니 CSO(최고전략책임자)출신인 ‘케빈 메이어 Kevin Mayer)’를 사외이사로 영입한데 이어, 지난 16일 월트 디즈니와 액티비전 블리자드 스튜디오 대표를 거친 ‘닉 반 다이크(Nick van Dyk)’를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수석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닉 반 다이크 부사장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메카인 미국 LA(로스앤젤레스)에 ‘넥슨 필름 & 텔레비전(Nexon Film and Television)’조직을 신설하고, 해당 조직의 총괄을 겸임하게 된다. 또한 넥슨의 글로벌 전략 수립, 인수 합병(M&A), 경영 개발, IP(지식재산권) 관리 및 파트너십 등을 총괄하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서 넥슨의 성장을 이끌 계획이다.
이처럼 넥슨은 글로벌 콘텐츠 공룡 기업 출신의 핵심 인물을 연이어 채용하고, 미국 현지에 신설 조직을 마련함으로써 자사의 IP에 대한 글로벌 영향력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단 계획이다.
케빈 메이어 사외이사 역시 월트디즈니의 최고 전략 책임자로서 픽사, 마블 엔터테인먼트, 루카스필름, 폭스 등의 인수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케빈 메이어는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 등 신규 서비스 론칭과 글로벌 동영상 공유 앱 틱톡 대표 및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역임하며 신규 IP 확보와 영상 콘텐츠에 특화된 인물이다.
넥슨의 과감한 인재 투자와 플랫폼 확장의 목적은 ‘재미있는 놀이 콘텐츠’ 개발에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새롭게 변화하는 디지털 놀이 형태로 인해 기존에는 게임들이 이용자라는 특정집단을 두고 타 게임과 경쟁했다면 이제는 대중을 놓고 모든 여가시간 놀이거리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김대훤 신규 개발본부 총괄 부사장은 지난 NDC 2021 기조연설에서 “기존에 게임이라 부르는 영역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것의 경계가 없어지는 시점에서 기존 게임의 영역을 넘어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넥슨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