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토큰 증권(STO) 허용으로 인한 코인 무더기 상장폐지(거래지원 종료)설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증권성을 띤 가상자산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면서, 다수의 가상자산 투자자는 여전히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존 코인, 토큰증권 분류될 가능성 낮아
6일 금융위원회의 '토큰 증권의 발행·유통 규율체계에 대한 정비 방안'에 따르면 토큰증권은 블록체인의 기반인 분산원장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증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뮤직카우, 카사코리아의 예처럼 실물자산의 권리를 쪼개 블록체인 기반 조각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 발표를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에서는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다수가 퇴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금융위가 5대 가상자산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 관계자에게 증권성이 있는 코인의 상장폐지를 지시했다고 알려지자 불안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금융당국은 어떤 가상자산이 토큰 증권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러나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자산 중 증권에 해당할 만큼 계약상 권리를 부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다며 토큰 증권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이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수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아무런 규제가 없는 영역에 증권 규제를 적용해 상장된 (가상자산을) 폐지한다는 건 굉장히 섣부르고 위험한 발언"이라고 했다.
다수의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들도 상장폐지설은 기우라고 입을 모았다. 원칙적으로 증권성을 띤 가상자산은 가상자산거래소에서 거래될 수 없다. 지금도 자산의 형태와 상관없이 증권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고 있고, 발표된 정비 방안도 토큰 증권을 정의하고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었을 뿐이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는 코인을 상장할 때 증권성 여부를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닥사는 국내 5대 원화마켓거래소에 증권형 토큰(STO) 상장 사례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법률적 검토를 받는 만큼 웬만해서는 증권성 문제가 있는 코인을 상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와 사법부 판단 다를 수 있어
각 가상자산거래소에서는 이번에 발표된 토큰 증권 가이드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업비트 관계자는 "금융당국·사법부 등에서 증권성 판단과 관련한 적용례가 추가되면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 검토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정부 정책방향에 맞춰 건전한 시장조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투자자의 우려는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만일 가상자산거래소가 법률적 검토를 거쳐 증권성이 없다고 판단해 상장하더라도, 금융당국이나 사법부의 판단이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랠리(RLY), 파워렛저(POWR) 등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증권으로 지목한 사례도 있다. 이중 랠리(RLY)는 프로젝트 중단에 따라 투자 유의종목으로 지정됐지만 여전히 거래 중이다.
가상자산 리플(XRP)과 미국 SEC의 소송 결과도 불안 요소다. SEC는 리플에 증권성이 있다며 발행사인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로 기소했으며, 소송 결과는 올해 상반기 내 나올 전망이다. 코빗 리서치센터, 빗썸경제연구소는 가상자산의 증권성 여부 판단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가상자산업계 한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이나 자본시장법 적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불명확한 요소가 남아 있다"면서 "만일 증권성이 있는 토큰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