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기업들인 삼성SDS·LG CNS·SK(주) C&C·현대오토에버·포스코DX·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난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대부분 성장했다. 국내외 법인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회사마다 사정이 달랐지만, 그룹사 실적과 연동되는 양상은 유사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모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DX)이 빅트렌드로 파고들면서 이들 SI 기업의 실적에 대한 중장기적 전망도 밝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SI 기업들 '무럭무럭'…삼성 빼고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삼성SDS·LG CNS·SK(주) C&C·현대오토에버·포스코DX·CJ올리브네트웍스 등 SI 기업들의 별도 기준 매출 합계는 4조29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조7796억원과 견줘 13.7% 증가했다.
업체별로 보면 삼성SDS의 별도 기준 매출은 1조278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6% 감소했다. 삼성SDS는 해외 법인 규모가 상당한 까닭에 연결 기준으로 보면 덩치는 조단위 규모가 커진다.
실제로 삼성SDS의 연결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28.4% 감소했지만 3조2908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운임 하락과 물동량 감소 등 물류 부문이 부진한 영향인데, IT(정보기술)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년과 유사한 1조5107억원, 특히 클라우드 매출은 63% 성장한 4445억원을 기록했다. 연결 영업이익은 2064억원으로 전년대비 23.6% 감소했다.
LG CNS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7.4% 증가한 1조2489억원으로 집계됐다. LG CNS는 금융권과 계열사 IT 투자 증가 영향으로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도 1138억원으로 전년대비 30.4% 늘어났다.
이 회사는 최근 5년 동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8년 LG CNS의 연결기준 연간 매출은 3조1180억원이었는데, 지난해는 4조9700억원에 달했다. 59.4% 증가한 것이다. 연결 영업이익은 지난해 3850억원으로 2018년 대비 무려 105.9% 증가했다.
현대오토에버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17.9% 늘어난 6091억원이었다. 연결 기준 매출은 7539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3.4% 증가한 527억원으로 나타났다.
사업부문별 매출은 ITO(IT아웃소싱) 부문이 3476억원으로 전년대비 20.2%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면서 매출 성장에 성공했다. SI 부문은 2409억원, 차량SW(소프트웨어) 부문은 1654억원으로 모두 전년대비 성장했다.
SK㈜ C&C는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이 6291억원으로 전년대비 26.3% 증가했다. 별도 영업이익은 22.5% 늘어난 283억원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 실적을 따로 공개하진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별 차세대 시스템 구축과 클라우드, AI(인공지능), 디지털 팩토리 등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을 보였다"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저마진 프로젝트의 종료 효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DX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3599억원으로 전년대비 56.8% 치솟았다.
연결 기준 매출은 3693억원으로 전년대비 55.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37.4% 늘어난 343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그룹이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스마트 팩토리 관련 솔루션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별도 기준 2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9% 증가한 1726억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PG(결제) 서비스 매출 확대로 성장했다"며 "인건비 증가가 있었으나 기타 비용을 절감해 순이익도 전년대비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연결 기준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으며, 분기 영업이익도 밝히지 않는다.
하반기도 디지털 전환 '속도'
SI 기업들의 하반기 성장전략은 고객사 DX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대동소이하다. 아울러 DX로 요약되는 산업계 빅트렌드를 고려하면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IT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2년 9조7856억원에서 2026년 10조7914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10.3% 성장한다는 예상이다.
SI 업계 관계자는 "업무 편의 제고뿐 아니라 비즈니스 경쟁력 확보를 위한 DX 수요가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모든 산업에 걸쳐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기술 기반 혁신에 대한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올 하반기 기업 특화 생성형 AI 플랫폼과 서비스를 론칭해 클라우드 사업 성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구형준 삼성SDS 클라우드서비스사업부장은 "기업 고객의 우려에 대응해 높은 보안성을 갖춘 생성형 AI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연내 개발해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I 사업은 삼성SDI와 에코프로 등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이차전지 업종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물류 사업은 글로벌 시황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급격한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규 물동량 확보에 경주할 방침이다.
LG CNS는 2분기 현재 수주 규모가 2조8038억원에 달한다. 한국은행, LG전자, 네이버, 하나증권,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광주은행, 카카오뱅크,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X판토스, 신한은행, LG생활건강 등에서 수주한 물량이다.
회사 측은 "쿠팡, 롯데, 마켓컬리, CJ대한통운 등의 물류센터 최적화 솔루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IT 신기술 사업 분야에선 고객사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클라우드, 빅데이터, AI 등 역량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SK㈜ C&C는 앞으로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에 대한 산업계 니즈 반영을 위해 디지털 신기술 융합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와 함께 컨설팅 자회사 '애커튼 파트너스'의 출범을 기반으로 고객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를 해결하는 '디지털 코치'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6월 '2023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시한 2027년 목표 매출 5조원 달성을 위해 디지털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사업을 중점 육성한다.
오는 2026년까지 현대차그룹 20~30개 자율주행 차량에 '모빌진AD'(어댑티브)를 납품하는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
포스코DX는 포스코그룹 등이 추진하는 이차전지 소재 사업 관련 DX 지원 외에도 AI, 디지털트윈, 메타버스 등의 기술을 적용하는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산업용 로봇 자동화 솔루션과 스마트 물류자동화 등 신사업 육성에도 나선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사업 역량을 지속 강화하는 한편, 식품·물류·콘텐츠 등 그룹사 주요 사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