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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 위고비 '미충족 수요' 공략한다

  • 2024.10.27(일) 11:00

위고비, 소화기 부작용·근손실 우려도
한미약품·동아에스티, 단점 개선한 약 개발

덴마크계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가 한국에 상륙했다. 기존 비만약과 비교해 우수한 체중감소 효과로 주목받고 있지만 소화기 부작용, 근손실 등의 단점도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 제약사들은 이러한 미충족 의료수요를 극복한 비만약 개발로 시장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 15일 위고비를 국내에 정식 발매했다. 위고비는 출시 첫날 병·의원의 주문이 몰리며 유통사 홈페이지가 1시간가량 마비되는 등 폭발적인 수요를 나타냈다. 품귀현상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불법 유통 게시글이 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위고비가 국내에서 이처럼 큰 관심을 끌어낸 이유는 기존 비만약과 비교해 투약 편의성이 높고 임상에서 우수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만 맞으면 돼 매일 투약해야 하는 노보노디스크의 또 다른 비만약인 '삭센다'보다 복용 편의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게다가 위고비는 임상 3상 시험에서 투약 후 환자의 체중이 기준치보다 평균 16% 감소하면서 삭센다(5%)보다 우수한 체중감소 효과를 보였다.

해외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같은 유명인들이 처방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위고비의 글로벌 매출액은 210억3600만 덴마크크로네(4조2000억원)로 전년동기대비 74% 증가했다.

비만약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위고비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부작용이다.

삭센다와 같이 위고비는 위 내용물의 배출 속도를 늦춰 오랜 시간 포만감을 유지하는 원리로 체중감소를 유도한다. 이에 따라 두 약물은 모두 임상시험에서 구역질, 설사, 구토와 같은 소화기 부작용 비율이 높게 보고됐다. 삭센다는 지난해 경희대 약대 등이 시행한 연구에서 비만치료제 중 '펜터민' 다음 두 번째로 부작용 사례 보고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삭센다와 비교해 위고비의 소화기 부작용 발생률이 증상에 따라서는 더 높다는 점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약물설명서를 보면 2116명의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위고비의 체중감소 효과를 평가한 임상에서 주요 증상별로 부작용 발생비율은 △메스꺼움 44% △설사 30% △구토 24% △변비 24%로 나타났다. 삭센다의 경우 환자 3384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동일한 부작용 발생비율이 △메스꺼움 39% △설사 20% △변비 19% △구토 15%로 모두 위고비보다 낮게 보고됐다.

이밖에 위고비는 임상에서 복용 시 지방과 함께 근육이 감소하고, 약물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요요현상'이 발생하는 한계도 보였다.

이러한 미충족 의료수요(언맷니즈)는 노보노디스크보다 뒤늦게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국내 제약사들은 소화기 부작용이나, 근손실 감소 등 위고비가 가진 단점을 극복한 비만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미약품은 현재 비만 치료후보물질인 '에페나글레나타이드'의 임상 3상 시험을 국내에서 진행 중이다. 한국은 미국, 유럽 등 서구권과 비교해 비만 기준(체질량지수)이 낮은데, 이 기준에 맞춘 이른바 한국형 비만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4~2015년 비만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위고비나 삭센다와 비교해 소화기 부작용 발생비율이 낮게 보고되기도 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에서 비만 후보물질 'DA-1726'의 임상 1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 약물은 위고비의 주요 성분인 GLP-1(글루카곤유사수용체-1) 뿐만 아니라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한다. 이를 통해 근육손실을 최소화한 체중감소 효과를 구현하도록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위고비의 경우 투약 후 감소한 체중의 40% 정도가 제지방량(체중에서 지방 제외한 부분) 감소에서 오기 때문에 약을 끊었을 때 체중이 다시 증가하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이러한 언맷니즈를 공략하면 후발주자라도 충분한 시장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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