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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약 열풍]③시장 급성장 기대감에 개발사 주가도 요동

  • 2024.08.05(월) 08:33

국내외 제약사 주가 큰폭 올라
"개발 실패 가능성도 감안해야"

전 세계 제약바이오업계 관심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로 몰리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당뇨병치료제였던 GLP-1 제제를 비만치료제로 가장 먼저 개발한 노보노디스크와 후발주자 일라이릴리가 성공가도를 달리면서다. 

실제 노보노디스크의 매출액은 2020년 1269억크로네(한화 약 16조원)였지만, 주 1회 주사하는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출시한 후 2021년 1408억크로네(18조원), 2022년 1770억크로네(22조원), 지난해 2323억크로네(29조원)로 급성장했다. 순이익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또 위고비의 지난해 매출은 313억4300만크로네(6조600억원)로 전년대비 407%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13.5%를 차지했다. 

GLP-1 비만치료제 효과는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보노디스크의 주가는 위고비 출시 전인 2021년 초 200크로네(한화 약 4만원) 전후를 오갔지만 출시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면서 현재 900크로네(약 18만원)를 훌쩍 넘겼다. 3년 만에 주가가 4배 가량으로 뛴 셈이다.

일라이릴리 역시 2022년 200달러(27만원) 전후를 오가던 주가가 '젭바운드' 출시 이후부터 크게 뛰더니 현재 800달러(110만원) 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의 주 1회 GLP-1 비만치료제 출시 전후 주가 변화 /그래픽=비즈워치

GLP-1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외 기업들의 주가도 개발 소식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바이킹테라퓨틱스는 최근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 일정을 앞당긴다고 발표, 나스닥시장에서 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반면 화이자는 지난해 1일 2회 복용하는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개발 중단 소식에 평균 30달러(4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가 26.13달러(3만5000원)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후 30달러대를 진입하지 못하고 있던 주가는 지난달 1일 1회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로 개발 재개 소식을 알리면서 다시 30달러 대에 진입했다.

GLP-1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의 주가도 폭등했다. 삼천당제약, 라파스, 대원제약, 프로젠 등이 대표적이다. 

유한양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프로젠은 지난 6월말 미국 라니테라퓨틱스와 GLP-1·GLP-2 이중작용제 'PG-102'를 라니테라퓨틱스의 경구용 기술과 결합한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리면서 5000원대였던 주가가 8000원을 넘겼다.

삼천당제약도 2년 전 주가는 평균 3만~4만원 대였지만 올해 3월과 6월 미국과 일본 제약사와 잇따라 경구용 GLP-1 비만치료제 SCD0506에 대한 독점판매 가계약을 체결하자 23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1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라파스와 대원제약은 붙이는 패치형 GLP-1 비만치료제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3월 식약처로부터 국내 임상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지난달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주가가 폭등했다. 라파스는 9000원 대였던 주가는 3만1500원까지 치솟았고 대원제약도 1만4000원 대였던 주가가 2만7000원을 찍었다.

특히 라파스는 주가가 이틀 연속 40% 이상 급등하면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돼 지난달 18일 하루 동안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처럼 GLP-1 비만치료제 개발기업들에 대한 투자 심리가 뜨거운 이유는 앞으로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JP모건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 100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1%만 가져와도 아직 연매출 1조원에 못 미치는 국내 기업들은 막대한 매출을 얻을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기존 주사제를 간편하게 먹고 붙이는 경구제와 패치제로 개발하는데 성공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들이 잡고 있는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의 판도도 뒤흔들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발 실패 시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에 비해 국내 기업들의 개발 속도가 뒤처져 있어 개발 도중 중단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인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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