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면 와신상담의 각오가 필요하다. 괴로움을 견디며 기회가 올 때까지 실력을 쌓아야 한다. 실력은 어떻게 닦아야 할까? 치밀한 기획과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 방법을 잘 모르겠으면 '웅어'라는 생선을 먹으며 생각해 보자.
요즘이 제철로 춘추시대 오왕 합려가 어떻게 왕이 됐는지 웅어 속에 답이 있다.
와신상담은 오왕 부차와 월왕 구천의 이야기지만 뿌리는 부차의 아버지 합려와 웅어라는 생선에서 비롯된다. 기원전 496년, 합려가 구천과의 전투에서 패해 목숨을 잃는다. 죽기 전 아들을 불러 복수를 당부했고 부차는 섶에서 잠자며 칼을 간 것이 와신(臥薪)이다. 이런 부차에게 패한 구천이 치욕을 갚겠다는 맹세로 쓸개를 핥은 것이 상담(嘗膽)이다.
합려는 사촌동생에게서 왕의 자리를 빼앗았다.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일까? 사정을 알면 판단이 쉽지 않다. 합려는 오왕 제번의 장남이었다. 당연이 왕이 될 위치였지만 아버지가 인품이 뛰어난 숙부에게 먼저 왕권을 물려주겠다고 해서 기다렸다. 그런데 숙부가 죽자 왕권이 사촌동생 요에게 넘어갔다. 졸지에 왕좌를 빼앗긴 합려는 호시탐탐 왕권을 노렸고 오왕 요는 이런 사촌 형을 극도로 경계했다.
이때 합려가 검객, 전제를 만났다. "여자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하고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뜻이 맞은 두 사람은 오왕 요를 암살키로 하는데 기획과 준비가 치밀하기 짝이 없다.
오왕 요는 생선구이를 좋아했다. 여기에 착안해 전제가 생선 굽는 법을 배운다. 삼년을 공부하니 생선구이 달인으로 소문이 났다. 합려는 전제를 요리사로 고용한 것으로 가장해 수시로 오왕에게 생선구이를 바치니 "전제가 구운 생선이 아니면 오왕이 먹지를 않았다"는 기록까지 전해진다.
어느 날, 합려가 웅어구이가 한참 맛있을 때라며 오왕 요를 집으로 초대했다. 의심 많은 요였지만 웅어구이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가는 길목과 주변에 호위병으로 인의 장막을 둘러 자객이 침입할 여지를 없앴다.
웅어는 크기가 30cm 남짓이다. 큰 생선은 혹시 칼을 숨길 수 있어 속살까지 파헤치며 검사하지만 웅어는 그럴 필요가 없는 크기다. 합려와 전제는 바로 이런 허점을 찔렀다. 칼처럼 생긴 웅어 크기에 맞춰 한 뼘 크기의 비수를 숨겼다. 작지만 단칼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명검으로 생선 내장에 감출 수 있기에 이름이 어장검(魚腸劍)이다.
요리사로 가장한 검객, 전제는 어장검을 품은 웅어구이를 접시에 담아 왕 앞에 가져간 후 생선 속을 헤치고 어장검을 빼어 한칼에 오왕을 죽인 후 자신도 호위병에게 죽임을 당한다.
웅어가 도대체 얼마나 맛있기에 오왕 요가 그 맛에 빠졌을까? 조선시대에는 한강에서도 많이 잡혀 임금님께 진상했던 생선이다. 지금은 주로 낙동강, 영산강, 금강 하구에서 많이 잡힌다. 웅어 맛을 아는 사람은 가을 전어와 대비되는 맛으로 평가한다. 회, 구이 모두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돈다. 웅어, 전어, 준치, 청어, 모두 비슷한 청어목 생선이다.
혹시 웅어를 먹는다면 오왕 합려를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목숨 바쳐 자신을 도울 인재, 전제와의 만남, 그리고 생선 굽는 법부터 물고기 내장에 칼 숨기는 법까지, 그 정도 준비와 노력이면 무엇이든지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