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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권오준, 기본으로 돌아가라..다만

  • 2014.01.22(수) 11:36

‘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라)

 

정부의 인사 개입 무리수로 시끌벅적했던 KT와 포스코 차기 회장 인선이 마무리됐다. 이번에도 정권과 통하는 낙하산이 투하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신 두 회사는 모두 ‘기술통’ CEO를 선택했다.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집토끼의 경쟁력을 키우는 게 가장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다. 그동안 산토끼를 잡는데 들인 땀만큼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산토끼 사냥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뒤늦게 집토끼가 굶어죽기 직전이란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이석채 전 회장(KT)과 정준양 회장(포스코)은 취임 이후 사업 다각화를 명분으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들었다. 통신과 철강에만 머물러서는 성장은 물론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 당시만 해도 이들이 세운 방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적었다. 일부는 이들의 추진력과 돌파력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몸집불리기에 나선 KT는 계열사 수를 2008년 말 30개에서 5년 만에 53개로 늘린다. 신용카드, 렌터카, 부동산, 경비 등 대부분 탈(脫)통신 계열사들이다. 이렇게 불어난 문어발들은 하나같이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지난해 KT계열사 가운데 적자를 낸 곳은 KT M&S 등 23곳에 달한다. 자본잠식에 빠진 곳도 20곳이나 된다.

 

포스코의 무한 확장은 KT를 앞지른다.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어난다. 위기감을 느낀 포스코는 지난해 대대적인 계열사 통폐합을 단행해 현재 50개로 줄어든 상태다. 포스코가 문어발에 쏟아 부은 돈만 5조원을 넘는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0년 인수한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으로 날린 돈(평가손실)만 1000억원에 달한다.

 

KT와 포스코의 무리한 확장은 결국 화를 불렀다. 업황 부진과 맞물리면서 본체 경쟁력이 훼손되기 시작한 것이다. 포스코는 한때 7조원을 웃돌던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고꾸라졌고 부채비율도 배 가까이 높아졌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KT 역시 주파수를 확보하지 못해 4G LTE 시장에 늦게 진입하면서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이제는 SKT를 추격하기는커녕 LG유플러스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했다.

 

새로 수장을 맡은 황창규(KT)와 권오준(포스코)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본체 경쟁력 강화다. 황 회장은 반도체에서 보여준 ‘황의 법칙’을 통신에 응용한다면 새로운 길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권 회장도 자신의 전문 분야인 기술에다 마케팅 능력을 보완하면 성과를 낼 것이다.

 

그렇다고 본체 경쟁력 확보에만 올인(다 걸기)해서는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그동안 사들인 문어발을 거들떠보지 않는다면 문어발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 계열사에 대한 애정도 쏟아야한다는 얘기다. 집토끼를 토실토실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산토끼를 집토끼로 잘 키워내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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