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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의 길]②소통, 또 소통하라

  • 2014.01.22(수) 15:55

'잃어버린 5년' 되찾기에 총력..내실에 집중
내부 소통 강화 절실..구심점 역할해야

현재 포스코의 체력은 거의 고갈상태다. 수 년에 걸친 확장 정책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업황 부진으로 포스코의 근원인 철(鐵)뿐만 아니라 기타 소재, 에너지 등 벌여 놓은 모든 사업이 부진하다.

이는 모두 권오준 차기 회장 내정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권 내정자에겐 내부통합이라는 숙제도 남아있다. 포스코는 '잃어버린 5년'에 대한 상처가 크다. 이를 다독이는 것이 그의 몫이다. 현재 권 내정자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이다.

◇ '확장'에서 '내실'로

권 내정자는 인수인계 작업에 들어갔다. 이번 주부터 각 부문별로 업무보고를 받고 본격적인 경영구상에 돌입했다. 포스코의 각 계열사와 포스코 내 6개 사업부문 및 3개 본부, 2개 제철소의 현황 등을 보고 받는다.

각 계열사와 사업부문 인력으로 구성된 TFT(태스크포스팀)도 조만간 가동될 예정이다. '잃어버린 5년'을 되찾기 위한 준비작업인 셈이다. 권 내정자는 '내실'에 방점을 찍었다. 더 이상의 확장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정준양 회장 체제에서 시행됐던 포스코의 확장 정책은 실패했다. M&A를 통해 외형을 불렸지만 대부분 경기침체와 맞물리면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가 지난 2010년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세운 포스코플랜텍. 포스코는 성진지오텍을 인수해 총 1000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었다.

우선 급감한 실적 회복에 초점를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의 본질인 철(鐵)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가 가진 강점은 '기술'이다. 포스코가 그를 선택한 이유도 기술을 통한 내실 회복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준양 체제에서 실행돼 왔던 확장정책은 일단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보인다. 고급 기술력을 바탕으로 침체된 철강 경기를 뚫어야 하는 만큼 더 이상의 확장 정책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동안 문어발식으로 확장돼 있던 사업를 축소, 개편해야하는 상황이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전략기획 등 기존 정준양 회장 체제에서 각광 받던 부서는 걱정이 많다"며 "아무래도 확장 기조는 한동안 올스톱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외부보다 내부에 방점..소통 절실

권 내정자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은 경영 부문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난 86년 입사후 28년간 연구에만 몰두한 '기술통'이다. 덕분에 기술 부문에서는 일가를 이뤘지만 나머지 부문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권 내정자는 조용하고 치밀한 성격으로 알려져있다. 엔지니어들의 전형적인 속성이다. 연구·개발에 전념해야 하는 엔지니어 특성상 포스코 내 다른 부문 인사들과의 접촉이 적었다. 사장이었지만 이사회 멤버가 아니었다. 따라서 중요한 경영 판단을 내려본 경험이 없다.

▲ 권오준 내정자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과제는 '내부 소통'이다. 침체돼 있는 포스코 내부를 추스리고 본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내부소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권 내정자가 향후 외부보다 내부 활동 반경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스코 임직원들은 이미 지난 5년간의 부진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런 포스코를 다독이기 위해서는 그가 직접 내부를 챙겨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내부소통을 원활히 해야하는 이유는 또 있다. 경영부문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만큼 참모진을 잘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포스코의 혁신은 기대할 수 없다. 그의 생각과 비전을 이해하고 실천할 참모진을 꾸리기 위해서는 내부소통이 필수다.

◇ 기술과 마케팅의 접목, 어떻게?

권 내정자는 차기 회장 후보 면접에서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을 통해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권 내정자가 생각한 포스코의 '위기 돌파법'이다.
 
그에게 기술은 있지만 '마케팅' 경험은 없다.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하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내정자가 알려진 바와 달리 오래 전부터 마케팅 마인드를 갖추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예전부터 권 내정자의 지론은 팔리지 않을 기술은 만들지 말라였다"며 "누구보다 경영에 필요한 상업화, 마케팅 마인드를 잘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 권 내정자는 오래 전부터 "팔리지 않는 기술은 만들지 말라"는 것이 지론이었다. 실제로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 고부가가치 제품인 자동차 강판, 전기강판 등 현재 포스코의 상용 고급 기술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 문제는 이런 경험을 어떻게 포스코 전반에 접목시킬 것인가다.

실제로 포스코가 자랑하는 '파이넥스' 공법과 자동차 강판, 전기강판 등 고부가가치 강판이 대표적이다. 또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을 직접 추출하는 신기술 등도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 상용화된 포스코의 고급 기술들이 그의 작품들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신기술이 적용된 포스코 제품들의 판매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업황 부진에 따른 영향도 크지만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신기술 제품들을 시장에 적극 세일즈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껏 포스코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생산과 마케팅의 유기적 결합 덕이었다. 그 구슬을 꿰는 것이 권 내정자의 과제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과 마케팅을 접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며 "특히 포스코의 경우 현재 안팎에 변수가 많다는 점이 권 내정자에게는 큰 숙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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