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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준의 길]①정준양이 남긴 빚

  • 2014.01.21(화) 18:23

정준양 회장, 무리한 외형 확장에 내실 훼손
업계 "포스코 지난 5년은 '잃어버린 시간'"

오는 3월 포스코의 선장이 바뀐다. 권오준 회장이 새 선장으로 포스코號를 이끈다. 포스코는 새 선장과 함께 힘찬 항해에 나서야 하지만 처해 있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권오준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와 풀어가야할 과제를 짚어본다.[편집자]

 

지난 2009년 정준양號가 출범했다. 정준양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인프라가 전혀 없는 그린필드보다는 이미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브라운 필드에 대한 투자와 M&A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에 대한 트라우마가 컸다. 그리고 정 회장은 재임 5년여의 기간동안 자신의 취임 일성을 잊지 않고 실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철강경기 침체와 맞물리며 정 회장의 '브라운 필드'는 포스코에게 '킬링 필드'가 됐다.

◇ 나아질 줄 모르는 실적

지난 2008년 포스코는 매분기 1조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재무구조도 탄탄했다. 포스코는 보수적인 재무구조를 가져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포스코가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포스코는 늘 이런 지적에 대해 실적과 숫자로 대응했다. 재무구조에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당시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철강업체 중 포스코처럼 양호한 재무구조를 가진 곳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정준양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9년부터 포스코의 실적은 조금씩 악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연결기준 7조173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포스코는 정 회장이 취임한 2009년 3조8681억원으로 급감했다.

2009년 정 회장이 취임할 당시 포스코는 유례없는 감산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수요 위축이 직격탄이 됐다. 경기침체는 정준양 회장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포스코의 실적은 지난 2011년 일정부분 회복됐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를 정점으로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1년 5조원이었던 영업이익은 2012년 3조6000억원대로 떨어졌다. 작년 예상치는 2조원대 후반에서 3조원대 초반이다.

◇ 무리한 확장, 실패한 M&A

업계에서는 포스코 실적 하락의 원인 중 하나로 정준양 회장의 무리한 투자를 꼽는다. 정준양 회장 재임 기간 동안 포스코는 약 20여 개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여기에 들어간 자금이 5조원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0년 3조3700억원이 들어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다. 당시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자원개발 업체인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납득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이후 계속 M&A를 시도했다. 성진지오텍 등을 인수하는 등 M&A 시장에서 포스코는 큰 손으로 부상했다. 그 탓에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악화됐다. 업황부진으로 본업인 철강업도 힘겨운데 계속 자금을 쏟아부어서다.

또 인수한 기업들도 경기침체 탓에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했다. 포스코의 실적이 계속 악화된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23개였던 포스코의 계열사는 2012년 71개로 늘었다.

급기야 포스코는 작년부터 계열사 정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작년 11월말 현재 포스코의 계열사는 50개로 줄었다. 포스코 스스로도 문어발식 확장을 인정한 셈이다. 최근 차기 회장 후보로 선임된 권오준 내정자도 "M&A를 통한 외형 확장은 지양하겠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도 정준양 회장의 M&A에 대해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 '잃어버린 5년'이 남긴 것

정준양 회장의 확장 정책은 포스코를 바라보던 국제신용평가사들의 시선도 바꿔놨다. 세계 어느 철강사보다 탄탄했던 포스코의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 권오준 차기 포스코 회장 내정자. 권 내정자에게 정준양 회장 재임 5년 동안의 실패는 고스란히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2012년 10월에는 'BBB+'로 다시 내렸다. 무디스도 지난 2011년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내린데 이어 2012년에는 'BBB1'으로 강등했다.

코너에 몰린 포스코는 외형 확장으로 비어버린 곳간 채우기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던 KB금융 지분 1%, 하나금융지주 지분 0.92%, SK텔레콤 지분 2.89%를 매각했다. 태국 타이녹스 지분 10%(370억원)와 세아제강 지분 10%(610억원)도 처분했다.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은 교보생명 지분 24%(1조2050억원)와 중국 산동시멘트 지분 100%(750억원) 등을 매각했다. 영구채에도 눈을 돌렸다. 작년 6월 포스코는 1조원의 영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어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백방으로 뛴 결과, 지난 2011년 92.5%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을 작년 3분기 현재 82.8%까지 낮췄다. 하지만 지난 2007년 44.4% 였던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준양 회장 재임 5년은 포스코에게 '잃어버린 시간'이나 다름 없다"며 "그동안 훼손된 포스코의 내실은 고스란히 권오준 내정자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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