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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 시금치와 담배

  • 2014.04.18(금) 08:31

만화영화의 주인공, 뽀빠이는 시금치 통조림만 먹으면 천하무적의 장사가 됐다. 흔히 뽀빠이가 시금치 통조림 광고에 나왔다 인기를 얻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뽀빠이와 광고는 아무 관련이 없다.

물론 뽀빠이 만화영화가 유명해지면서 시금치 통조림이 광고 효과를 본 것은 분명하다. 뽀빠이 때문에 미국에서 시금치 소비량이 엄청 늘어 1931년부터 1936년까지 무려 33%가 증가했다. 덕분에 당시 시금치 재배지인 텍사스의 크리스탈 시티에서는 뽀빠이 동상까지 세웠을 정도다. 어쨌든 결과는 같아도 당초 의도는 광고가 아니었다.

광고도 아닌데 왜 하필 시금치 통조림을 먹었을까? 왜 시금치를 먹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만화에서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이유를 직접 설명한 적이 있다. “시금치는 비타민 A의 보고이기 때문에 먹으면 튼튼해지고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설명도 시금치 통조림을 먹기 시작한지 한참 후에야 나왔다.

사람들은 왜 하필 시금치를 먹는지가 궁금했는지 여러 주장이 나왔는데 일부에서는 예전 사람들은 시금치에 철분이 풍부해서 먹으면 힘이 세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시에는 시금치에 엄청난 철분과 무기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것도 한 과학자의 실수 때문에 생긴 오해였다.

19세기 말, 독일의 에밀 폰 볼프라는 과학자가 시금치의 철분 함량을 측정하면서 소수점을 잘못 계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수점을 한 자리 앞에다 찍어 논문을 발표했으니 철분 함량이 무려 10배나 높게 표시된 것이다. 하지만 1937년까지 아무도 소수점이 잘못 찍힌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사람들은 시금치에 몸을 튼튼하게 만드는 철분 성분이 무척 많은 것으로 착각하게 됐다는 것이고,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게 된 이유도 이런 세간의 인식이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분 역시 논란이 많았다. 왜 시금치를 먹게 됐는지를 놓고 왈가왈부 논쟁까지 벌어진 것은 뽀빠이의 작가가 여러 차례 바뀌었을 뿐만 아니라 만화영화 뽀빠이의 인기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뽀빠이가 처음부터 시금치를 먹고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엉뚱하게도 처음 몇 차례는 담배를 피우고 힘을 냈다고 한다. 뽀빠이 만화가 처음 그려진 것은 1929년이다. 처음에는 뽀빠이가 만화의 주인공도 아니었다. 몇 번 나오고 마는 조연에 지나지 않았는데 뽀빠이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연을 물리치고 아예 주인공이 된 것이다.

뽀빠이는 왜 담배를 피우고 힘을 냈을까? 뽀빠이의 특징은 시금치 통조림을 먹으면 힘이 솟는다는 것과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시금치 통조림을 먹지 않았으니까 담배만 물고 있었는데 그것도 파이프 담배가 아닌 시가였다.

뽀빠이가 시가를 문 이유는 최초의 작가 때문이다. 만화가 이름이 크라이슬러 시가(Segar)였기에 자기 이름을 따서 뽀빠이가 시가를 물고 있는 것으로 그렸고, 여기서 힘을 얻는 것으로 묘사를 했다는 것이다.

나중에 왜 시금치 통조림으로 바뀌었는지,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추측해 보자면 아무리 80년 전이어도 담배, 그것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영화에서 담배 피우고 힘을 낸다고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담배 대신 시금치, 최근의 담배 소송을 보고 뽀빠이의 선택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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