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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션 사회의 마피아 문화

  • 2014.12.01(월) 15:09

사람들을 절망에 이르게 하는 참사와 지저분한 사건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잠재되어 있는 `커넥션`의 병폐가 표출된 현상이다. 방위산업 비리를 보면 `가짜사나이`들이 진짜사나이들을 희롱하는 장면이 어른거린다. 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커넥션` 내지 `마피아 문화`가 기생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이들이 무서운 것은 공익보다는 자신이나`패밀리`의 이익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에서 `커넥션`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모든 동물은 자기의 영역을 보존하거나 넓히려는 본능이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좌우, 동서, 빈부, 학연 같은 편 가르기가 심해지면서, 자신과 분파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할거주의(割據主義, sectionalism)가 창궐하고 있다. 할거주의가 횡행하면 공동체가 어떻게 되든 아랑곳없이 자신과 분파의 이익과 세력 확대에 기를 쓴다.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비극은 당시 벼슬아치들의 소아병적인 할거주의가 원인이었다. 대한제국 멸망도 마찬가지다.

할거주의는 조합이나 협회 같은 압력단체를 비대하게 만들어 공정거래기능을 저하시킨다. 기업이 강제로 부담하는 각종 회비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시장기능까지 해치게 된다. 한국 경제를 압박하는 공기업 대형부실 원인도 뿌리 깊은 할거주의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규제자들은 처음에는 관련 산업을 규제하고 이끌다가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의 규제를 받던 피규제자들에게 사로잡힌다`는 것이 스티글러(G. Stigler)의 포획이론(capture theory)이다. 공직자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일하다가도 업자들과의 유착 관계가 형성되면 공익보다는 업자들의 사익 확장에 앞장선다는 이야기다.

영혼 없는 공직자가 악덕 업자에게 금전과 서비스를 받다보면, 무엇인가 약점을 잡히고 결국 그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불상사까지 벌어질 수 있다. 규제자들이 그들을 배후에서 조종하는 피규제자들의 사적이해를 신장시키기 위하여 아이디어를 내고 입법 청원을 하기도 한다. 과거 한 고위관료는 거액의 시줏돈을 업자에게 대신 내게 하였는데, 그의 행동과 사고는 부처님보다는 돈을 대신 내준 업자에게서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웃나라 일본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정부주도 성장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직자들은 소위 `파워 엘리트 집단`이 되어 지도계층으로 인식되어 왔다. 사회적 책임과 위상이 높을수록 사명감 또한 높아져야 하는데, 일부 공직자들은 권위주의에 빠져들었다.

과거 어떤 고위 관료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개인 홍보를 위하여, 여기저기 강연에 열중하였다. 상식에 불과한 지식을 모호하게 표현하며 무엇인가 신비스러운 모습을 연출하려 애쓰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시행착오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국록을 받고 국가 예산을 쓰면서도 기업이나 사회에 시혜를 베푸는 듯 으스댔다. 권력의 사유화현상이다. 공복(公僕, civil servant)이라는 글자 그대로 봉사하기는커녕, 특권의식으로 군림하려는 자세를 가진 인사가 나태해지고 부패해지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공동체보다는 사익을 중시하는 풍토에서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여야 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전개되기 마련이다. 사회는 혼란스럽고 개인들은 저마다 불안해한다. 공직자도 인간이라서 환경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여야 하는 공복들이 자신과 분파의 이해에 골몰한다면, 사회와 국가의 토대는 흔들리게 된다. 마피아 문화를 뿌리 뽑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대다수 선량한 공직자들을 커넥션으로부터 보호하는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전반으로 침투된 커넥션 문화를 청산하려면 환경과 의식구조가 개선되어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깜짝 쇼보다는 대소 사안에 대한 정책실명제를 정착시키고 공공적 인물의 발자취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투명성을 확보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easynomic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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