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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환의 히말라야

  • 2015.03.10(화) 18:43

[Watchers' Insight]
'고객 속으로' 선언한 도성환, 반성과 변화 시험대

지난 9일 출근하던 도성환(59·사진) 홈플러스 사장의 카카오톡이 울렸다. 누군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지난 2일 서울대 입학식 축사를 보냈다.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던 글이다. 원고지 27매 분량의 긴 글을 읽어가던 도 사장의 눈은 축사 마지막 부분에서 멈췄다.

"에베레스트산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왜 제일 높겠습니까? 답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기 때문입니다. (중략) 바다 위에서 혼자 높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과 우리 공동체를 함께 생각하는, 선하고 책임있는 인재로 성장해야 합니다." (김난도 교수의 서울대 입학식 축사 中)

도 사장은 "정말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다. 그날 오후 직원 650명과 대화의 시간을 앞두고 있던 도 사장은 직원들에게 해줄 말이 하나 더 생겼다. 그는 "에베레스트산이 혼자 있어서 높아 보이는 게 아니라 히말라야 산맥에 있기 때문에 더 높아 보이는 것"이라며 직원들을 다독였다. 에베레스트를 낳은 히말라야 산맥처럼 직원 한명한명이 굳건하면 지금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외부가 아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는 게 도 사장의 생각이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로 돌리면 외부가 변하지 않는 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 반면 문제가 내부에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의 혁신으로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그가 지난해 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혁신도, 전략도, 문화도 우리 스스로의 몫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 사장은 10일 취임 후 처음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객중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경품사기와 개인정보 불법유출, 홈플러스 매각설 등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와 결별하고 유통업의 본질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신선식품 500개 품목을 연중 10~30% 싸게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연중 할인은 일시적으로 상품을 싸게 팔 때와 달리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필수적이다. '싸게 판다고 해서 갔더니 상품이 없더라'는 고객 반응이 나오면 안하느니만 못한 행사가 된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상술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형마트는 대형 할인행사를 한번 할 때 최소 3개월전부터 물량확보에 들어간다. 도 사장은 "상당히 오랜 기간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고객정보를 돈을 받고 팔았다'며 손가락질 받는 상황에서 '상품을 싸게 팔겠다'는 식의 대응은 동문서답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럼에도 홈플러스가 이번 카드를 꺼낸 것은 상시할인이 '대형마트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전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도 사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로 걱정과 심려를 끼쳐 깊이 반성한다"면서 "업(業)의 본질을 통해 고객에 기여하는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 사장은 이날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논어(論語)에 나오는 말로 자신을 닦아 사람들을 평안하게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홈플러스의 변화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히말라야 산맥을 넘을 수 있는 건 비행기와 인도 기러기뿐이라고 한다. 그만큼 쉽지 않고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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