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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의 수수께끼`?

  • 2015.08.28(금) 11:05

콜금리 같은 단기자금시장 금리는 중앙은행이 조율하는 기준금리를 따라 거의 같이 움직인다. 기준금리 변동은 예금·대출시장은 물론 채권시장, 주식시장, 외환시장으로 파급되어 금리·주가·환율에 영향을 미친다. 결과적으로 생산과 소비 등 실물경제에 직간접 영향을 준다.

자금이 실질적으로 거래되는 시장의 기대와 여러 정책변수들을 감안하여 기준금리를 조율하는 중앙은행의 의지가 조화되어야 경제순환이 순조롭다. 시장과 중앙은행의 단절 없는 대화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기준금리(base rate)는 간단히 말해,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에 대한 유가증권 담보대출(7일물 RP매입)에 적용하는 정책금리다. 기준금리는 금융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중앙은행이 보유 국공채를 사고파는 공개시장조작, 예금은행에 대한 대출정책의 기준이 되는 금리다. 기준금리는 예금은행이 대출재원으로 사용하기 위한 자금조달의 기초가 되는 금리로, 한 나라 안에서 최저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에 직간접 영향을 받지만, 결국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진다. 기준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정책변수를 감안하여 인위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경제현상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여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경제현상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한다.

시장금리가 쏠림현상이나 해외요인으로 간혹 균형을 이탈하더라도, 자금을 조달하고 공급하는 당사자들이 스스로 거래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시장 자동조절기능에 의하여 곧바로 균형을 찾게 된다.

그래서 가계와 기업이 경제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할 때는 기준금리보다는 시장금리의 흐름을 관찰하여야 한다.

미래의 성장률과 물가가 급격하게 변동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기준금리가 조율되지 않는다면, 경제적 불확실성이 잉태된다. 예컨대, 2012년 8~9월과 2013년 2~3월에 시장금리가 기준금리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한국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고 시장이 보내는 신호였다. 중앙은행이 선제적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금통위 고위관계자는 이 같은 `장단기금리의 역전` 현상을 두고,  "금리의 수수께끼"라고 하여 시장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미친 금리" 라고 표현하는 저명언론인도 있었다. `자기 확신`에 찬 ‘엘리트들이 `시장의 힘`을 외면하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이었다.

당시 세계경제의 디플레이션은 이미 예고되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은행은 선제대응보다는 오히려 물가안정목표(inflation targeting)의 하한선을 2.0%에서 2.5%로 상향조정하여 시장을 어리둥절하게 하였다. 아마도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 유동성 완화에 따라 인플레이션을 우려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많은 나라들이 소비수요 부족 내지 공급과잉으로 인한 디플레이션 소용돌이 문턱에 다다른 상황이었다. 2015년 4월에도 월평균 국고채(3년)금리(1.74%)가 초단기 금리인 기준금리(1.75%) 이하로 하락하였다. 금통위는 뒤늦게 기준금리를 1.50%로 조종하였다.


금융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실물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는  기능을 한다. 경제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정책금리와 시장금리가 호흡을 맞추는 일은 하는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2015년 하반기 한국경제 성장률은 2% 초반,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마이너스, 소비자물가는 사실상 제로수준에 있다. 기준금리 향방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여간 `금리의 수수께끼`나 `미친 금리`사태가 재발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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