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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더웠던 긴 여름이 끝나간다.
들판에 벼는 누렇게 변해가고
각종 과일도 탐스럽게 익어간다.
그리고 열흘이라는 역대 최장의
한가위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한가위 분위기를 제대로 느낄 겸
서울 근교 양평 5일장을 찾았다.
양평장은 매달 3일과 8일로
끝나는 날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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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들어서자 트로트 가락에 맞춰
신나는 가위소리와 걸쭉한 노래가 들린다.
5일장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와 맞물려
저절로 흥이 난다.
전국 5일장을 다니며 엿을 팔고 있는
색소폰 부는 왕진이·은진 부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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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5일장이 열리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호박엿을 팔고 있어요.
고유 명절인 한가위만이라도
전통시장을 찾아주셔서
상인과 지역주민 모두 신명 나는
한가위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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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주변 사람들이 놀라지 않도록
먼저 호루라기를 길게 분다.
장흥근 씨는 30년째 양평장에서
뻥튀기를 튀기고 있다.
"흘러가는 세월이 묘해요.
할머니 손 잡고 시장에 오던 손자손녀들이
이제 자녀들의 손을 잡고 가끔 찾을 때면
기분이 참 묘합니다.
제 일은 뻥튀기를 맛있게 튀겨주는 거잖아요.
손님들이 이 맛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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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터에 오면 꼭 맛봐야 할 음식이 있다.
여름과 가을이 손바꿈하면서
양평 장터 메뉴들도 새 옷을 입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장터의 별미 국밥이 여름 메뉴를 밀어내고
사람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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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초등학교 선후배인 어르신들이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 계셨다.
"다들 양평 근처에 사는데도 자주 못 만나.
장에라도 오니 고향 사람들과 한잔하는 거지.
그래도 여긴 아직 고향의 정이 남아있어.
다들 70이 넘어가니까 선후배를 떠나
그냥 친구가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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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5일장 자리가 여기가 아니야.
여기에서 조금 더 내려가야 하는데
그땐 발 디딜 틈이 없었어.
온 가족이 함께 장에 와서
국밥 한 그릇 먹고 씨름도 보고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렀네.
이야기하다 보니 그 시절 추석이 생각나.
이럴 때 쓴 소주 한잔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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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테이블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한 외국인이 막걸리와 함께 파전을
맛있게 먹으면서 한창 얘기 중이었다.
스위스서 온 휴기(Andreas Hugi) 씨는
자전거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있다.
양평의 자전거 길이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여행하던 중 맞은편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던
이가람 씨를 만나 인사를 주고받다
장터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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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기 씨에게 5일장의 느낌은 어떨까.
"너무너무 좋아요.
모든 게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특히 맘에 들어요.
이 술이 막걸리지요.
피자와 비슷한 음식과 너무 잘 어울려요.
너무 좋은 추억을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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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길 씨는 양평장에서 강정을 팔고 있다.
양평 5일장 운영위원장으로 또 홍보 알리미로
열심히 시장을 알리는 역할도 한다.
"제 바람이요? 한가위를 맞아
전통시장에 사상 최대 인파가 몰렸다
이런 뉴스가 나오면 최고죠.(웃음)
양평장 외에 5일장을 두 군데 더 다니는데
한가위 대목은 옛말이 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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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변화를 못 따라가는 부분도 많죠.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든지 주차문제라든지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불편한 점이 많아요.
그래도 전통시장만이 가진 정서가 있잖아요.
상인들도 좋은 물건을 더 싸게 드리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올 한가위엔 전통시장에서
풍성한 정도 느끼고 물건도 많이 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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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 5일장엔 양심저울이 있다.
시장에선 상인들의 손이 저울이고
덤으로 더 많이 주면 줬지 덜 주진 않는데
이런 믿음이 사라진 것 같아
왠지 모를 씁쓸함이 묻어나는 듯하다.
올해 추석은 보름달처럼 모든 게 꽉 차고 넘치는
말 그대로 한가위가 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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