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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섬 한강공원의 여름이야기

  • 2018.06.15(금) 10:19

[페북 사람들]방보영 프리랜서 다큐감독


지방선거 당일 뚝섬 한강공원


이른 더위를 피해 옹기종기 자리 잡은
많은 사람들이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세상과 떨어져
여름 한 날을 즐기고 있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하는
한강의 낭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듯하다.

 


그 어느 때보다 대형 이슈가 많은 요즘


한강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은
과연 어떤 주제로 대화를 채울까.

 


잔디밭 한쪽에서 전통주를 
촬영하고 있는 팀이 보였다.


이재욱 씨가 밝게 웃으며
청년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친구, 후배와 함께 지난 3월 시작했고
오늘은 영상 콘텐츠를 만든다고 한다.


"고등학교는 물론 홍콩 유학도
함께 다녀온 친한 친구들입니다.


청년실업난에 좌절만 하기보다
젊을 때 한 번쯤 도전하고 싶어
창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강에서 마시는 전통주는 아직 낯설다.
술 마시는 친구들을 열심히 찍고 있던
이세희 씨는 이렇게 말한다.


"전통주 하면 명절 때 마시는 술로
대부분 생각하고 있잖아요.


저희는 피크닉에서 맥주나 와인처럼
즐길 수 있는 컨셉으로 촬영 중입니다.


잘 몰라서 그렇지 전통주도 마셔보면
그 매력이 상당하거든요."

 


텐트 안에선 50, 60대 사이클 동호회인
MBA 회원들이 라이딩 후 땀을 식히며
북미 정상회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 감격스러웠습니다. 
그전까지 못 느꼈던 진심이 다가왔어요.


물론 앞으로 진행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예전과는 다른 진실함이 느껴집니다.


모두가 바라는 건 한반도의 평화 아닙니까.
믿고 가야지요.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하고."

 


때마침 배달시킨 치킨이 도착했다.
김영원 씨는 연신 건배사를 외쳤다.
'월드컵 16강을 위하여!'


"안타깝게도 이번 월드컵은
국민적 관심이 너무 적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국 축구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손흥민 선수의
해트트릭을 시작으로 무조건 16강 갑니다.


그렇게 믿고 응원하려고 합니다.
길거리 응원도 나갈 생각입니다."

 


시계를 보다가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이건우 씨는 흠칫 놀란 표정이다.


"설마 했는데 이 정도일 줄 몰랐네요.
아직 출구조사라서 더 지켜봐야겠지만
촛불민심이 지방선거로 이어진 것 같네요.


여당이 잘했다기보다는
야당에 더 기대할 바가 없어지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동창끼리 만든 자전거 모임 '따릉이 3인방'
자전거를 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랠 겸
퇴근 후 친구들과 한강공원을 찾았다.


20대 초반 사회 초년생들에게도
최근 관심사는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북 정상들이 손을 잡고
함께 남북을 오가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종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순간이었죠.

올 초만 해도 긴장감이 상당했잖아요.

 

지금은 평화 체제로 가는 과정인데
서로 신뢰하면서 발전적인 방향으로
뚜벅뚜벅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여행하는 날이
희망이 아닌 현실이 되길 기대합니다.
그날을 위해 건배!"

 


남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월드컵
한반도에 깃든 평화의 기운을 받아
우리 대표팀이 시원한 골로 화답한다면


뜨거운 한강의 여름밤은 또 한동안
축구이야기로 더 달아오를 것이다.

 
2018년 6월 월드컵이 있는 여름밤
우리 국민 모두가 한마음을 담아
승리와 평화의 함성을 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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