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
삼한사미의 답답한 겨울이
이제 거의 다 지나갔지만
희뿌연 미세먼지는 여전하다.
날씨는 따뜻한 봄날인데도
야외활동은 엄두도 못 내다 보니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두꺼운 옷에 가려졌던 뱃살은
따뜻한 날씨와 함께 고민거리가 된다.
유효식 씨는 진요가&필라테스에서
요가를 가르치고 있다.
보기 드문 남자 요가강사다.
"요가를 시작한 지 일 년 반쯤 됐어요.
체대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하면서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좀 뻣뻣한 편이라
작년에 우연히 어머니를 따라
유연성을 기르려고 요가를 시작했죠.
여러 운동을 하다 보니
요가를 조금 만만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너무 힘든 거예요.
힘든 만큼 요가가 주는 매력이 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요가를 배울 때와는 차이가 큽니다.
그전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는데
지금은 그게 아니거든요.
제가 요가를 배울 때
어떤 강사님 수업은 좋았는데
또 어떤 강사님은 그렇지 않았거든요.
내 수업에 참여하는 수강생들이
과연 내 수업을 어떻게 평가할까
불안감이 종종 생기곤 합니다.
제가 요가를 배우면서 좋았던 부분들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책임감도 있죠."
정찬익 씨는 요가 수업 7개월 차다.
정 씨 역시 운동 마니아였다.
"복싱도 오래 하고 산도 좋아하고
골프도 좋아하는 운동 마니아였는데
무릎과 관절이 안 좋아져
치료를 했는데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 와중에 지인이 요가를 권했는데
솔직히 선뜻 내키지 않았어요.
남자가 요가를? 뭐 이런 마음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요가의 매력에 빠져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바로 옆 스튜디오에선
남은진 진요가&필라테스 원장이
필라테스 수업을 하고 있다.
"폼롤러 필라테스 수업입니다.
여러 소도구를 사용하게 되는데
폼롤러 필라테스는 특히 인기가 많아요.
힘과 균형이 바탕인 필라테스 원리에
근막 테라피를 접목한
통합적인 필라테스라고 보면 됩니다.
집에서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윤은영 씨는 5년째
요가와 필라테스를 함께 배우고 있다.
"원장님이 핫도그에 비유하곤 하시는데
핫도그의 막대기는 요가고
그 겉을 싸고 있는 핫도그가
바로 필라테스라는 겁니다.
우리 몸은 입체적이잖아요.
요가는 안쪽부터 나옵니다.
오랜 시간 한 자세로 호흡하며
깊이 들어가는 겁니다.
필라테스는 정반대입니다.
근육과 근막에 집중하는 운동이죠.
가족이나 친구가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집으로 불러 도와주곤 합니다.
폼롤러와 써클, 탱탱볼 등으로
집에서도 누구나 가볍게 할 수 있죠."
요가와 필라테스의 차이는 뭘까.
"요가는 힘든 동작들이 많잖아요.
감정이나 의식의 변화를
수련한다고 보면 됩니다.
운동은 몸의 변화에 그치지만
요가는 초보자든 숙련자든
심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어요.
자기의식을 컨트롤하는 거죠.
무의식적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을
요가 동작과 호흡을 통해 수련하는 거죠.
요가는 호흡으로 신경계를 컨트롤해요.
그러면 신경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으로 나가는거죠."
"실생활에서 어떤 외부 반응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할 때가 많잖아요.
그런 부분이 많이 좋아진다고 보면 돼요.
요가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한 자세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건데요.
처음엔 못 견디는 분들이 많아요.
우리 본성이 한 자세로 가만히 있는 걸
잘 참지 못하고 어려워하거든요.
그런데 힘든 자세로 계속 버티라고 하니
힘이 들 수밖에 없는 거죠.
그게 수련이거든요.
최근엔 요가와 조금 더 친숙해지도록
많은 동작들이 새롭게 개발되고 있지만
원래 요가는 한 자세로 호흡하면서
이틀이고 사흘이고 있었다고 해요."
필라테스는 1910년대 1차 대전 당시
수용소라는 좁은 공간 안에서
포로들의 운동과 재활을 위해
요제프 필라테스가 개발한 운동법입니다.
무기력할 수밖에 없는 포로들이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공간에서도
간단한 기구로 운동할 수 있도록
고안한 근육강화 운동이죠."
그렇다면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뭐가 있을까.
"학생이나 직장인처럼
책상 앞에서 오래 앉아있다 보면
허리나 목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
고관절 부분을 계속 구부리고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게
가장 위험하거든요."
"30분이나 1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잠깐씩이라도 기지개를 켜면서
고관절을 펴주는 게 중요해요.
일어나서 하면 가장 좋지만
의자 끝에 걸터앉아
다리를 뒤로 쭉 빼도 됩니다.
이렇게 틈틈이 해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사바아사나(송장자세)는
요가 수련의 마지막 단계인데요.
부드러워진 근육과 뼈
그리고 깊은 내부 호흡으로
자율 신경계를 가장 조화로운 상태로
만들어주는 자세입니다.
수련을 마친 후 송장자세로
5분 정도 누워 있는 시간인데
대부분 이 시간을 못 견뎌요.
제자분 중엔 4년 만에
이 자세에 성공한 분도 계세요."
우리는 늘 무엇에 쫓기듯
나를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곤 한다.
그러다 보면 언제쯤인가
과연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
목적지를 잃어버릴 때가 있다.
올봄엔 우리 삶의
사바아사나에 도전해보자.
미세먼지 없는 따뜻한 봄날
봄바람 부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잠시 눈을 감고 나를 돌아보면서
몸과 마음의 여유를 함께
누려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