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겨울 찬바람이
더 거세지는 연말이 되면
한 번쯤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돌아보곤 하던 따뜻함이
이젠 흘러간 옛이야기가 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그 따뜻함을
은은하게 간직하는 곳이 있다.
서울 지하철 남구로역을 나와
작은 언덕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골목 한쪽에 한사랑교회가 있다.
주변 동네는 독거어르신과
다문화가정이 밀집된 지역이다.
윤석주 목사는 이곳에서
작지만 뜻있는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보리차 같은 존재다.
윤 목사는 2008년 대림역 앞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효를 실천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어르신 봉사가 좋겠다는 생각에
2010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어르신 사랑방을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의 재롱 발표와 함께
식사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어르신들을 섬기고
어르신들은 손주 같은 학생들을
격려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죠.
2012년 이곳으로 옮겨와서도
매달 넷째주 토요일이 되면
어르신 사랑방을 열고 있는데
올 3월 100번째 모임을 했어요.
제겐 뜻깊은 시간이었죠."
"2006년 시작한 토요 무료공부방이
2008년 복지부 한사랑지역아동센터
2009년 사회복지협의회 봉사인증센터
인허가 및 지정을 거치면서
많은 봉사자들이 함께 하고 있어요.
2010년엔 서울복지재단의
아름다운 이웃 서울디딤돌
구로 거점기관으로 지정받았어요.
한사랑지역아동센터가 하는 일은
이 지역 한부모가정과 빈곤가정
장애인가정과 다문화가정의
아동과 청소년들을 지역사회 안에서
잘 보호하고 양육하는 겁니다.
처음 올 때는 기가 잔뜩 죽어있던
아이들이 밝고 활기찬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어떤 선물보다 큰 기쁨입니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는 36명의
청소년들과 초등학생이 함께 있는데
최근엔 법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더 많은 아이를 돌볼 수 있어요.
더 많은 아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이곳을 찾는 대부분 아이들은
맞벌이 부모나 한부모 가정이어서
식사나 학습을 돌봐줘야 합니다.
가장 신경 쓰는 건 식사입니다.
먹는 것만큼은 마음껏 먹이고 싶어요."
행복한이웃1512 천숙희 센터장은
자녀와 함께 봉사에 참가했다가
윤 목사의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해
직접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어르신을 섬기는 센터장으로 돕고 있다.
"딸이 인근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이곳에서 봉사할 기회가 있었어요.
목사님이 자녀와 꼭 함께 오라고 해서
전 식당에서, 딸은 어르신 섬김으로
봉사활동을 함께 시작했어요.
처음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나눔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됐죠.
제 인생 전반은 가족을 위해 살았다면
후반은 주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봉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죠."
"저희 교회로 오는 어르신들은
80~90% 이상 독거 어르신이세요.
자녀가 있는 분들도 있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혼자 사세요.
어르신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고자
일주일에 세 번씩 식사를 대접하고
후원 물품도 전달해드리고 있어요.
특히 디딤돌 나눔사업을 통해
20여 후원업체가 협력하고 계세요.
너무 감사한 일이죠.
직접 와서 봉사를 하지 않더라도
미용과 안경, 식품 등 다양한 물품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을 나눠주고 계세요."
"이곳에서 센터장으로 일하면서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이 있는데
어르신 대부분이 혼자시다 보니
아프거나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도 정말 커요.
그래서 목사님과 함께 다니면서
어르신들이 지내시는 방 벽면에
전화번호를 크게 붙여 드리고
아무 걱정 하지 마시라고
언제든 연락하시라고 말씀드리면
정말 든든해 하세요.
병원에 가야 하거나 비가 새거나
저희 손길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바로 달려갑니다.
저희가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이런저런 후원물품이 아닙니다.
함께 있다는 마음입니다."
"저희 교회가 매주 어르신들께
식사와 후원물품을 전달할 수 있는
기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어요.
과연 몇 번이나 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수많은 일들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건
그만큼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은
따뜻한 이웃들이 많기 때문이죠.
우리는 그분들의 심부름꾼입니다."
"국가에서 주는 기초연금 30만원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고
꼬박꼬박 모으는 어르신이 계세요.
생활형편이 너무 힘든데
왜 그 돈을 쓰지 않느냐고 여쭤보니
내가 죽으면 300만원은 있어야
장례를 치를 수 있을 것 같으니
이 돈을 써달라고 부탁하셨을 때
가슴이 먹먹해 한참을 울었어요.
아무 걱정 하지 마시고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 사드시라고
할머님의 두 손을 꼭 잡아 드렸죠.
이분들이 받기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서 걱정하시고
받은 사랑은 작은 선물로라도
꼭 보답하시곤 한답니다."
윤 목사는 말한다.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해준 것처럼
우리도 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성탄절의 참된 의미라고.
얼마 전 배고픔 때문에
식료품을 훔치다 적발된
장발장 부자에게 쏟아진 온정이
우리 사회에 큰 감동을 안겨줬다.
바로 우리 이웃들이 그들에 베푼
국밥 한 그릇, 봉투 속 20만원은
우리 마음을 따뜻함으로
가득 채우는데 충분했다.
이 따뜻함으로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모두가 행복한 성탄절이 되길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