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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보영의 페북사람들]검도 대부 고사범의 꿈

  • 2020.08.31(월) 13:44

검도계의 대부이자

전설로 통하는 고동수 사범.

경기도 실업팀 선수와 코치

그리고 부천시청 창단 멤버로

코치를 거쳐 감독을 역임하며

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왕성하게 검도계를 누비다

지금은 제주도에 정착했다.

"예전에 제주에 가끔 왔을 때

쭉 뻗은 소나무, 삼나무 밭에 끌려

만약 기회가 된다면 이런 곳에

나만의 검도장을 차리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했죠.

그러다 2003년 지인의 버섯밭을

사서 정착하게 됐어요.

현재 제주시 조천읍에서

마스터스롯지 펜션을 운영 중인데

가운데 검도장이 자리하고 있고

육각형으로 방이 6개 있어요.

제 꿈을 이룬 겁니다."

고 사범이 제주로 내려온

또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한다.

"1997년 10월에 검도세계란

잡지를 직접 만들었어요.

매월 출판 비용의 절반정도를

사비로 충당해야 할 정도로

열악한 수준이긴 했지만

부천시청 감독으로 일하면서도

직접 사진을 찍고 취재도 했죠."

"그러던 중 본의 아니게

대한검도회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미운털이 박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징계도 서너 번 받았어요.

참 애정이 많았는데

검도회와 법정싸움까지 벌이며

나홀로 힘겹게 버텨왔지만

결국 제주로 오기 전인

2001년 12월호를 끝으로 폐간했죠."

'머리치기는 이렇게 해야지'

"제46회 전일본선수권대회 사진이죠.

이 대회에서 두 번이나 우승한

이시다 선수의 머리 공격 모습인데

지금은 일본 국가대표 감독입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를 텐데

검도 꽤나 한 친구들에게

이런 멋진 공격은 로망이죠.

제법 의미 있는 사진입니다.

당시엔 필름값이 비싼 데다

사진이 잘 나오지 않으면

잡지사가 망할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목숨 걸고 찍었죠."

"2000년 미국 산타클라라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에이가 선수의 찌름 사진인데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아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당시 수많은 취재진이 있었는데

유일하게 제 조리개에서만

퍽 소리가 나는 느낌을 받아서

20년이 지났지만 아직 생생해요.

몇 년 후 일본에 갔을 때

그 친구와 시범자로 만나

액자에 담아 사진을 선물했죠."

"검도는 한마디로

검을 통한 도입니다.

꾸준한 수련을 통해서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우고

불의에 당당히 맞서는

바른 인간을 목표로 합니다.

한마디로 온전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검도인 거죠."

"검도는 착용 도구가 많아요.

일단 보호구는 호구라고 해요.

머리에 쓰는 장비는 호면

손에 끼는 장비는 호완

허리에 차는 장비는 갑이죠.

갑과 함께 허벅지와 급소부위를

보호하는 장비는 갑상

그리고 진검이나 목검 대신

연습용 대련을 위한 칼은

대나무로 만들어 죽도라고 하죠."

"지금은 자그마한 검도장에서

좋은 친구들과 일주일에 두어번

운동을 하고 있지만 더 나아가

기숙사와 훌륭한 시설을 갖춘

검도장을 만들어 훌륭한 인재를

잘 선별해 장학금도 주면서

검도를 지도하고 싶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심으로 일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는데

도움을 주고픈 마음입니다."

"비에 흠뻑 젖은 날

낙상홍 열 그루를 심고

느긋하게 커피 한잔 마시는

제주의 토요일 아침.

도토리를 포트에 심으면

신비롭게 싹이 올라와요.

시간이 흘러 십 년 후에는

멋진 참나무로 변해 있겠죠.

제가 검도를 사랑하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인성입니다."

한여름 태풍이 지나간

제주 마스터롯지 펜션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잊혀진 전설의 검도사범과

멋진 교검(交劍)을 위해

무거운 호구를 챙겨 들고

제주를 찾는 검도인들이 있어

고 사범은 참 행복하다고 한다.

비대면이 일상이 된 요즘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날을

새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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