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있는
영자 미자 숙자 경자님
모두 좋아합니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를 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의 끝이다.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19로
연말은 물론 새해까지
만남도 또 헤어짐도
잠시 멈춤 모드가 됐다.
서민경 캘리그래피 작가는
일러스트 캘리와 테라피를 접목해
작품 활동을 한다.
'일러스트 작가도 많고
캘리그래피 작가도 많은데
두 가지를 함께 작업하고
여기에 테라피를 접목한
경우는 생소할 겁니다.
그림도 글씨도 메시지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향해
다가가는 작업이기에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낯선 길이지만 홀로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어요."
"제 호는 '짱돌'입니다.
왜 '짱돌'로 지었는지
많이들 궁금해합니다.
저는 마음을 치료하는
상담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음을 다치고 아픈
아이들에게 다가서고 싶어
독서치료 수업도 들었죠.
이 과정에서 제 마음에
돌멩이 하나가 던져지고
잔잔한 파장이 일었어요.
책을 읽은 후에
어땠니 물어보는 게 아니라
책을 같이 읽고
책 이야기를 하다 보면
책 내용은 물론 본인 생각도
자유롭게 표현하더라고요.
독서수업을 듣고 나서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선생님께 물어봤더니
발문이라고 답하셨어요.
어떻게 질문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파문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러 대답이 나올 수 있는
열린 질문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의 대답을 듣고
생각이란 바다 위로 던지는
작은 돌멩이 같다는 생각에
'짱돌'로 이름을 붙였어요.
하나의 화두를 던져주고
그걸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
'짱돌'이란 호를 선택한 거죠.
생각의 바다 위로 던지는
작은 돌멩이인 '짱돌'의 작품들이
더 많은 이야기와 공감들로
사람들의 마음에 와닿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호가 '짱돌'이다 보니
지인들이 예쁜 돌멩이만 보면
가져다줘 작품을 그렸어요.
흔해 빠진 작은 돌멩이지만
작은 노력 하나로도 의미 있는
특별함이 생겨납니다."
"지난 2013년 캘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주로 글씨만 썼어요.
그런데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습관적으로 글자 속에
그림을 그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글자 속에 그림을 넣기보단
그림과 글자를 따로 표현하자고.
글씨만으로 보여줄 수 없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해 주면
더욱 가치가 올라가고
시너지도 클 것으로 생각했죠.
제가 처음 시작할 때와 달리
지금은 많은 분들이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어요.
수채화나 수묵화를 접목한
캘리를 많이 쓰고 있죠."
"일반적으로 글씨를
예쁘게 멋있게 쓰는 것을
캘리로 알고 있어요.
캘리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글자 형태에 주로 집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까
글자를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글자가 주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 느낌을 얼마만큼
잘 전달하느냐가 중요해요.
저는 글도 그림도 창작해요.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나의 것으로 작업해야
그게 작품이고 캘리인 거죠.
멍멍이 글씨 안엔 강아지가
엄마 글씨에는 엄마 그림이
빗자루 글씨엔 빗자루 그림이
각각 들어가 있는 거죠.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은
저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전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캘리 테라피를 하고 싶어요.
단순히 예쁜 글씨가 아닌
지친 마음에 위로를 주고
공감 가는 글과 그림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거죠.
몇 년 전 포천경찰서에 연락해
교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교정 시간에 수업을 했는데
1년 정도 꾸준히 진행했어요.
시작할 당시만 해도 담당자가
5분도 못 버틸 거라고 얘기했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 학생들이
2시간씩 앉아서 잘 배웠어요.
교정을 받으러 온 학생들이
차츰 밝아지는 모습을 보면서
단순히 글자의 형태를
가르치는데 그치지 않고
마음의 커튼을 걷어내고
밝은 햇살이 들어오도록
저만의 캘리 테라피로
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켈리를 배우는 분들을 보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선생님이 가르쳐준 대로
그대로 따라 하는 분이 있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본인만의 글자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어요.
캘리는 구체적인 이론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나만의 글자체를 만들어
쓰다 보면 마음이 정화되고
잡념이 사라진다고 해요.
저는 학생들에게
너무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욕도 쓸 수 있도록 해요.
육두문자를 쓰는 거죠.(웃음)
그리고 그걸 왜 썼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화난 얼굴은 사라지고
다들 웃으며 말을 합니다.
교정 수업을 할 당시에도
오늘 하루 중
가장 기분 나쁜 말은 뭔지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뭔지
직접 써보라고 해요.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
서로 대화하다 보면
상처가 아무는 거지요."
"글씨체는 사람마다
지문처럼 다 다르잖아요.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글씨체의 장점을 살려주면
그 사람만의 글씨체가 되고
그 글씨체로 글씨를 쓰면
감정으로 전달되는 거지요.
지금은 편지를 잘 안 쓰지만
예전엔 편지봉투 글자체만 보면
그 사람을 떠올릴 수 있었어요.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들었잖아요.
그래서 '짱돌'은 모두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담아
위로를 전해드리고 싶어요."
"작년 10월에 어머님이
이전과 조금 달라진 듯해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전두측두엽치매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불과 1년 전 일인데
그땐 걸어서 병원에 갔는데
지금은 거동을 아예 못해요.
작품 활동을 못할 만큼
마음이 많이 아픈 해였죠.
그래 제 작품들을 보면서
위로와 힐링을 받습니다.
난 할 수 있어!
스스로 다짐하기도 하죠.
다른 사람을 위로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사실은 제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아요.
제 스스로 힘을 내기 위해."
"새해 바람이 있다면
전시를 많이 하고 싶어요.
올해는 코로나19 탓에
전시회를 한 번도 못했어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책도 쓰고 싶어요.
아직 기회가 닿진 않았는데
가벼운 마음으로 읽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캘리 책을
서로에게 선물해 준다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힘든 누군가가
제 캘리를 보고 읽으면서
한 번쯤은 다르게
생각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잘 헤어집시다.
만남만큼 헤어짐도 중요하고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죠.
세월과도 잘 헤어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등 돌려 헤어지더라도.
서로 마주 보고 웃으면서
잘 헤어질 수 있으면
참 좋겠다는 게
'짱돌'의 생각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힘들게 견딘
2020년이 저물고 있다.
힘들고 어려움만 남긴
시간들이긴 했지만
여기까지 버텨줘 고맙다고
스스로에게 인사하며
한 해를 보내주는 건 어떨까.
밝아오는 2021년 신축년은
더 풍성한 복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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