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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初 재계司正]② MB '표적·기획 사정' 논란

  • 2013.11.13(수) 14:32

'비즈니스 프렌들리'에도 예외
포스코·KT 수장 교체…'괘씸죄' 참사

2003년 3월 9일, 취임한 지 채 보름도 안된 노무현 대통령이 '전국 평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검찰을 향해 "검찰을 정권의 시녀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참여정부 시기는 송광수 검찰총장,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으로 상징되는, '상대적으로' 검찰의 독립성이 보장됐던 때로 평가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뭇 달랐다. 대통령 출신지인 대구·경북계 인사들이 사정 관련 요직을 완전히 장악해 'TK검찰' 'TK사정'이라는 말이 회자됐다. MB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친기업 행보를 행보를 보였지만 일부 기업에는 '언프렌들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로 전(前) 정부와 관련된 기업이나 기업인에 대해서는 무자비한 사정의 '칼'을 휘둘렀다.

 

▲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9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CEO 조찬간담회에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 등 참석한 대기업총수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특정지역 기업 '비즈니스 언프렌들리' 사정


 이명박 대통령은 사상 첫 CEO 출신 대통령 답게 "나는 친(親)기업"이라는 말을 당선인 시절부터 내내 강조했다. 때문에 재계는 대통령 취임 초반 되풀이돼온 재계에 대한 사정, 기업 군기잡기가 약하거나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비즈니스 프렌들리' 사정은 덩치 큰 대기업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 일부 중견 기업들이 검찰, 국세청 등 사정의 칼날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검찰과 국세청이 건드렸던 기업들은 대부분 참여정부와 연관이 있거나 특정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들이었다. 대표적인 호남 지역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금호아시아나는 MB 정부 내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했다.

 

금호는 2006년 11월 프라임과 유진그룹을 제치고 6조4000억원에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인수하며 재계 서열 8위로 도약했다. 사정 당국은 정권이 바뀐 2008년부터 금호측에 참여정부 차원의 특혜나 비리 의혹은 없는지 들여봤다. 이런 분위기에다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겹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워크아웃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프라임그룹 역시 호남권을 배경으로 성장한 회사인데, 참여정부 기간 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2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기업이 됐다. 동아건설 인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주식 거래 등에서 백종헌 프라임산업 회장이 참여정부 실세들과 관련됐을 거라는 의혹을 받아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2011년 프라임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워크아웃을 결정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 후원자인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비자금 조성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했고, 태광실업이 특혜로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를 헐값에 매입한 의혹도 수사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야권 정치인 연루 의혹을 받았던 강원랜드, 애경백화점 등도 강도높게 수사를 벌였다.

이러자 이례적으로 야당 대변인이 재계 사정을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2008년 9월 최재성 당시 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이 말한 '비즈니스 프랜들리'가 무색하게 요즘 사정의 칼바람, 수사의 칼바람이 재계의 구석구석을 휘몰아치고 있다"며 "동양그룹, 강원랜드, 프라임그룹, 롯데물산, 석유공사, 석탄공사, 산업은행, 교원공제회, 사학연금 모두 30여 곳이 넘는 기업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특히 "지금 이뤄지는 마구잡이식 기업 수사는 정치 보복"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정 당국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반 각종 투서가 밀물처럼 쏟아졌고, 이 첩보를 기본으로 수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 '민영기업' 포스코, KT에 닥친 사정 바람

민영화된 옛 공기업인 포스코, KT는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정권 초반 사정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03년 3월 노 전 대통령 임기 초반 임명된 이구택 포스코 회장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은 두고 두고 논란이 됐다. 이 회장은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연임에 성공해 2010년까지 상당 기간 임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검찰은 3년 전인 2005년 대구지방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을 때 포스코가 감세 로비를 펼쳤다는 해묵은 내용을 수사했다. 또 계열사 사장을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했지만 그는 몇년 뒤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정당국은 또 포스코청암재단이 시민단체 인사들의 해외연수를 지원한 것도 문제 삼았다.

▲ 사퇴의사를 밝힌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2009년 1월 15일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에서 열린 '포스코 2009 CEO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이구택 회장은 결국 2009년 1월15일 열린 포스코 이사회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 회장은 사퇴의 변으로 "정치적 외압이나 외풍에 의한 사임은 아니다. 지금과 같은 비상 상황에서는 새 인물이 새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으나 그 말이 더 이상하게 들렸다.

 

이날 발표된 포스코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 38%, 순이익은 20.9% 증가한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이 회장의 사퇴와 뒤이은 정준양 회장의 취임에 이상득-박영준 '영포라인', MB 정부 최고 실세들이 개입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논란을 빚었던 이석채 KT 회장의 불명예 퇴진은 전임자인 남중수 전 KT 사장의 경우와 비슷한 '예고된 참사'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10월 사퇴하지 않고 버티던 남 전 사장은 배임 수재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된 직후 자진 사퇴했다. 남 전 사장은 2007년 말 MB 정권 출범 직전에 서둘러 연임 작업을 마무리한 해 '괘씸죄'에 걸렸다는 게 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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