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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初 재계司正]③ 2013, 검찰의 기업 수사

  • 2013.11.15(금) 14:55

재계 "살생부 명단 오른 대기업 수사"
'버티기 인사' 표적수사 논란

올 2월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개혁의 구호로 삼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정권 초반기 사정 작업 역시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검찰이 지난 10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재산 환수 조치를 본격화한 것. 그러나 재계는 현 정부의 사정에서 '정상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고 아쉬워하고 있다.

 

재계에 대한 사정이 박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시중에 떠돈 '살생부' 내용 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하면, 낙하산 인사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이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사정이 이전 정권들과 다른 측면은 검찰-국세청-공정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이른바 '3각 사정'이라는 점이다. 먼저 검찰을 들여다본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28일 청와대에서 대기업 회장단과 만나 인삿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기업 총수들에게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투자에 나서달라고 주문하고, 재계가 반발해온 상법 개정안은 신중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살생부? CJ, 효성...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검찰 안팎에서 대기업 사정설이 돌았고, 그중 한 곳이 바로 CJ그룹이었다. 검찰은 지난 5월 국외법인 등을 통해 수천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CJ그룹 본사 및 제일제당 사옥, CJ경영연구소, 임직원 자택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일사천리,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해 6200억원 비자금 조성, 2000억원대 횡령·배임, 탈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발부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래 처음으로 재벌총수가 구속된 대기업 사정 '1호'였다. CJ그룹에 대한 각종 의혹 수사는 이명박 정부 내내, 거의 5년 동안 진행돼왔지만 새 정부 들어선 압수수색부터 총수 구속까지 단 두 달 만에 마무리됐다.

▲ 지난 7월 18일 검찰이 CJ그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다음 타겟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효성이었다. 자산규모 11조원으로 재계 26위인 효성그룹은 조석래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이 전 대통령의 사위다. 효성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았고, 국세청의 고발에 이어 곧장 검찰은 본사와 조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를 탈루하고 차명재산을 관리하면서 양도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로, 검찰은 조 회장과 세 아들 모두를 출국금지했다.

'동양사태'와 관련해 동양그룹도 검찰로부터 전격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서로 편법지원 등 자금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회계장부를 조작했는 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현재현 회장을 사법처리하는 수순에 돌입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살생부 명단'이 나돌았는데, 요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 중 상당수가 이 명단에 포함돼 있는 것 같다"며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 중 살생부에 오른 L그룹 등 검찰의 다음 타겟이 어디가 될 지 재계는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 4대강 사업…건설사 초토화

3조8000억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인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각종 의혹 수사 역시 사정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이명박 정부 때 4대강 관련 각종 고소·고발 등의 수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구지검 등에 흩어져 있었다. 새 정부들어 검찰은 4대강 관련 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 통합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지난 5월에는 200여명을 동원해 전국 주요 건설사 사무실 30여 곳에 대해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단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4대강 공사 입찰과정에서 담합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건설사 11개, 전·현직 임원 22명 등을 기소했다. 이 중에는 현대건설 김중겸 전 사장과 서종욱 전 대우건설 사장 등이 포함됐다. 또 한 설계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장석효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도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가 '입찰 담합'에서 끝나지 않은 가능성도 적지 않다.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비자금이 얼마 만큼 형성됐는지, 또 그 돈이 어디로 향했는지가 여전히 검찰의 과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2일 4대강조사위원회와 4대강복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 전 대통령 등 4대강 사업 책임자들을 배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이름을 올린 국민은 모두 3만9775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체 고발'사건이다.

◇ 검·경 '버티기 인사' 몰아내기 논란

정부 지분은 단 1%도 없지만 사실상 청와대가 임명하는 KT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이석채 전 회장이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검찰이 칼을 빼들었다. 지난 2월 참여연대가 KT가 스마트애드몰, OIC랭귀지비주얼, 사이버MBA 사업 등을 무리하게 추진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봤다며 이 회장을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한 수사를 8개월이 지난 10월 시작한 것이다.

 

검찰은 지난 10월 22일 이 회장의 집과 KT 본사 등 16곳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통상적으로 대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 특히 압수수색은 국세청이나 공정위, 금감원 등 국가기관이 고발할 경우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건을, 그것도 8개월 만에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지난 2월부터 조사를 진행해왔으나, KT측이 수사에 잘 협조하지 않아 압수수색을 했다"고 석연치 않은 변명을 했다.

▲ 이석채 KT 전 회장이 11월 12일 사표가 수리된 이사회를 마치고 침통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1차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이 전회장이 해외로 출장을 떠나 "세상의 종말이 와도 사과나무 심겠다"며 '결사항전'을 선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검찰은 2차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지난달 31일 광화문·서초·분당 KT사옥과 일부 임직원들의 주거지 등 8곳에 대해 또다시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 결국 이 전회장이 '거대 쓰나미'라고 표현한 검찰 수사를 견디지 못하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버티는 인사에 대한 사정 작업은 KT&G에도 일어났다. 2002년 민영화된 KT&G의 민영진 사장은 새 정부 출범 사흘 뒤인 지난 2월 28일 주주총회에서 3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3월 6일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고, 경찰 수사도 동시에 진행됐다. 경찰은 최근 부동산 개발 용역비를 과다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로 민 사장과 임직원 4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 사장은 아직도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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