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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1년…경제]⑤ 냉랭한 '윗목'

  • 2013.12.27(금) 11:20

다양한 중소기업·자영업자 지원책 내놔
'윗목 경제'는 아직도 꽁꽁

지난해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수도 없이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살리기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무수히 많은 공약이 있었고, 정권 출범 후 실제로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이명박 정부 당시 '아랫목'만 뜨거웠던 경제, 즉 막대한 이익을 거둔 일부 대기업이 주는 '착시현상'에 대한 반성에 비롯됐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중소기업, 중소상공인, 중소자영업자 등 '윗목'의 경제인들은 "사상 최악의 불경기"라며 아우성이다.

기대와 희망…지난해 대선의 기억

지난해 대선 캠페인이 한창이던 10월 29일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골목상권 살리기 운동 전국대표자대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세 후보 모두 "골목상권 살리기에 내가 적임자"라며 1600만명의 골목상인들을 향해 목청을 높였다. 박 후보는 "민생경제, 특히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있는 데서 더 큰 경제 위기를 느낀다"며 "경제민주화를 통해 골목상권을 살려 우리 경제에 아랫목, 윗목 할 것 없이 온기가 골고루 퍼져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표심에 구애했다.

음식점, 미용실, 부동산중개소 등 각종 업종을 대표하는 80여개 직능단체에 소속된 회원 3000여명, '동네가게 사장님들'은 14차례 박수를 보내며 박 후보에게 열렬히 환호했다. 실제로 외식업중앙회 등 몇몇 단체는 박 후보 지지를 공식선언하기도 했다.

 

▲ '골목상권 내가 지킬 거야'..무소속 안철수, 민주통합당 문재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회의에 나란히 참석했다.



그리고 대선 일주일 뒤인 12월 26일, 박근혜 당선인은 전경련에 앞서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아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 그래서 (경제단체 중) 제일 먼저 왔다"고 말했다. 시장은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인이 앞으로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더 우선하겠다는 '싸인'으로 여겼다.

◇ 각종 지원책 봇물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각종 제도적 뒷받침을 착실히 진행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한 '갑을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을 개정했다.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검찰에 고발하는 권한을 공정위 뿐 아니라 감사원, 조달청, 중소기업청으로 확대했다.

 

부당한 단가 인하를 한 대기업을 상대로 중소기업이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에는 대기업과 납품단가를 조정할 수 있는 협의권이 주어졌다. 또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신청 대상을 음식·숙박·운수업 등으로 확대했다.

▲ 대선 1주일 후인 지난해 12월2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 중앙회를 방문해 영접나온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인수위 100대 과제 중 하나였던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방안도 구체화했다. 예산 1조원으로 300만 소상공인과 전국의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내년 1월1일 출범한다.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인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이 통합된 기관이다. 공단 출범과 함께 2015년부터 2017년까지 10조원의 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기업인 중 박 대통령을 가장 많이 만난 사람이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박 대통령 당선 이후 1년 동안 김 회장은 모두 17회 만났다. 미국, 중국, 베트남 등 해외 순방에 5차례 동행했고, 청와대 초청은 7차례나 됐다. 당선 1주년인 지난 19일에도 박 대통령은 서울 상암동 중소기업DMC타워를 찾았다.

◇ 중소기업·자영업자 여전히 '울상'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중소기업·자영업자 사랑'은 실제 현장에까지 그 온기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의 체감경기가 사상 최악이라는 말이 끊이지 않는다. 2009년부터 경기도 신도시에서 휴대전화 악세사리 전문점을 운영해온 박모(46)씨는 지난 10월 끝내 문을 닫아야 했다. 월 매출이 인건비 조차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지면서 편의점, 문구점 등 자영업자 생활을 15년만에 접었다.  두 달 뒤 인터넷 쇼핑업체의 물류 관련 회사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국내 대기업에 자동화 기계 설비를 납품하는 경기도 광명시의 중소기업 사장 한모(54)씨는 "박근혜 정부 뿐 아니라 매번 새로운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나아진 건 별로 없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하청·재하청 구조가 하루 아침에 달라질 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씨와 한씨 모두 "대통령이 윗목까지 따뜻해지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별 기대는 없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기업, 중소기업을 모두 회원사로 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매 분기별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100 이상 경기호전, 100 이하면 불황)를 조사해 발표한다. 여기에도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은 울상이다. 내년도 경기전망에서 대기업(97)과 수출기업(100)은 상대적으로 괜찮지만 중소기업(91)과 내수기업(90)은 여전히 어둡다. 중기중앙회가 중소제조업체 1322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1월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도 87.8을 기록해 3개월 연속 하락세다.

 

▲ '자영업자들의 분노'..지난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등 관련단체 주최로 열린 '골목상권 죽이기 정책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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