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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20년의 교훈]④ "대담한 개혁이 필요하다"

  • 2015.09.03(목) 10:05

도시히로 이호리 국립정책연구대학원 교수 인터뷰
"근로 인구 감소에 생산성까지 떨어져"
"노인 연령 기준, 70세로 높여야"

현재진행형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중간 평가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세 개의 화살 중 통화·재정정책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가장 중요한 구조개혁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어서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노믹스가 단기적인 주가 상승에 치중하고 있으며, 성장 전략으로 봐서는 실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 지표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지난 4~6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최근 중국 경제의 부진 등으로 산업생산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성장률도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도시히로 이호리(Toshihiro Ihori) 일본국립정책연구대학원(GRIPS) 교수 역시 아베노믹스에 대한 성공에 아직 물음표를 찍고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과 구조 개혁의 방법론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일본 정부는 대담한 개혁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 도시히로 이호리 교수가 지난 달 26일 도쿄 미나토구 롯폰기 지역에 위치한 국립정책연구대학원 연구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여성·이민 정책, 성과 '미미'"

이호리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등 일본 경제의 충격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2000년대 이후 생산성조차 올라가지 않는다"며 "결국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일본 정부도 노동 인구 확대를 위해 여성의 사회 진출을 지원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들여오는 등의 정책을 내놓긴 했다. 그러나 이호리 교수는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일본 정부도 20여 년 전부터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출산율을 높이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늘리기 위한 정책을 내놨지만, 전체적인 성과는 별로 좋지 않다"며 "여성들을 위해 남녀고용 평등법을 제정하고, 육아 보조금 및 출산 지원금 확대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에선 아직까지 남자는 밖에서 돈을 벌고, 여자는 주부로서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는 게 주요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제 성에 기초한 역할 분담은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남자들이 육아와 가사에 더 많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진국에 속하는 한국이나 일본은 육아에 대한 기회비용이 매우 높다"며 "젊은 사람들에 대한 보조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외국인 노동자 확대를 비롯한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최근 들어 조금씩 변하고 있긴 하지만 섬나라인 일본의 폐쇄성은 여전하다"며 "외국인을 받아들여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아직 소극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노인연령 기준 70세로 높여야"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른 사회복지 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국가 채무 확대 문제도 여전한 난제다. 그는 "평균 수명이 60~70세였을 때는 일을 그만두고 연금을 받는 기간이 짧아 정부가 지원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 평균 수명이 늘면서 은퇴 후 20~30년 동안 사회 보장을 받아야 해 본인도 힘들고 국가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리 교수는 이런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의 연금 재정이 줄고 있어서 이제 노인 연령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정상적인 경우라면 70세 미만의 노인들은 아직 활동적이기 때문에, 이들은 연금과 의료 혜택을 받기보다는 일을 하고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연령 기준을 상향하는 문제는 한국에서도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한노인회는 지난 5월 정기이사회에서 현재 65살인 노인 연령 기준을 70세로 상향조정 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고, 지난 6월 국회의장을 만나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해 달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달에는 아산정책연구원이 대한노인회 방안대로 노인 기준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릴 경우 앞으로 20년간 기초연금 재정 126조원을 아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의 13.1%인 665만여명이다.
 

일본에서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호리 교수는 "일단 연금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들은 '약속 위반'이라고 반발할 것이고, 노인의 은퇴가 늦어지면 젊은층 고용이 줄어드는 측면도 있어 기업 입장에서도 어려운 면이 있다"며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한일 인구구조 추이 비교. 자료: 한국개발연구원(KDI)


고령화에 따른 국가 재정 문제에 대해서는 "의료비나 연금 등을 줄여서 젊은층에 나눠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노인들의 정치적 힘이 점차 커지면서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4월에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리면서 이 중 일부를 육아에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을 고령자 지원에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결국 고령자의 연금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호리 교수는 한국의 연금 체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노령화하는 한국에서 연금 방식은 (현세대의 부담을 미래 세대에 전가하는 식의) '부과 방식'보다는 완전한 적립 방식이 더 낫다"며 "일본에서는 적립 방식으로 옮기는 것이 정치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아직 고령화가 덜 진행된 한국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부분 적립방식을 택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재정 고갈 이후 '부과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호리 교수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것에 대해 "대담한 개혁이 없어서 효과를 내지 못 하는 것"이라며 "현 정부의 저출산 고령화 대책에는 새로운 것이 없고, 1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방안이 대부분이어서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호리 교수는 오는 11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비즈니스워치 주최 국제경제세미나에 참석해 '고령화가 일본경제에 미친 충격'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 국제경제세미나 개최

 

비즈니스워치가 주최하고, 산업통상자원부·코트라(KOTRA)가 후원하는 국제경제 세미나 '위기의 한국경제, 일본의 경험에서 배우자'가 내달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다. '아베노믹스'를 통해 부활하고 있는 일본 경제와 산업계의 현실을 살펴보고, 급속한 고령화와 저성장 등으로 일본의 전철을 밟으려는 한국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 지를 점검하는 자리다.

 

세미나 세션1에서는 나오유키 요시노 ADB연구소장이 '아베노믹스와 일본경제 전망'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도시히로 이호리(Toshihiro Ihori) 일본 국립 정책연구대학원(GRIPS) 교수는 '고령화가 일본 경제에 미친 충격'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세션2에서는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이 '일본 기업의 위기극복 사례와 전략'에 대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일본의 시사점과 한국 산업계 대응전략'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다. 패널 토론에서는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모더레이터)이 주제 발표자들과 함께 토론과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세미나는 11일 오후 2시~6시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에서 개최되며 참가비는 무료다. 사전 참가신청은 비즈니스워치 홈페이지(http://www.bizwatch.co.kr)나 세미나 사무국(02-783-3311)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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