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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주권]②스튜어드십코드 뭐가 달라지나

  • 2018.06.07(목) 08:15

미공개정보이용 처벌, 공시의무는 변함없어
경영참여 논란 없는 주주권 행사 동원할 듯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 주주권을 대폭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와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기대와 우려 모두 일정수준 잘못된 정보에 근거한 오해를 담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법이 아니다. 따라서 국민연금에게 새로운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게 아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건 안하건 상위 규정을 지켜야한다. 미공개정보이용과 지분공시가 대표적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자금 수탁자의 입장에서 기업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개선을 촉구하라는 권고지침에 그친다. 이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정보를 투자에 활용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또 공격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에 개입할 의사가 있다면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야 한다. 자본시장법상 특정회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투자자는 어떤 목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밝혀야한다. '단순투자'나 '경영참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다고 이러한 의무가 면제되는 게 아니다.

 

◇ '경영참여' 적극적 주주권행사는 사회적 합의 필요

 

국민연금은 지금까지 모든 투자회사의 주식을 '단순투자' 목적으로 보유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민연금이 투자회사의 이사 선·해임을 요구하거나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구를 통해 표 대결을 벌이는 공격적인 주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선 먼저 지분보유목적을 '경영참여'로 바꿔야한다.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이렇게 하려면 상당한 수준의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연금은 개인 돈이 아니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미치는 파급효과도 감안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가입하면 주주제안을 통한 이사 선임 등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이는 명백한 경영참여행위여서 스튜어드십코드와 관계없이 투자목적을 바꿔야한다. 그 판단은 당분간 어느 누구도 쉽지 내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도 지금처럼 '단순투자‘로 지분보유목적을 유지한 상태에서 다양한 주주권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갖는다.

 

국민연금이 이제껏 주주로서 투자기업을 대상으로 행사해온 권리는 ▲의결권행사 ▲비공개서신·비공개대화 ▲배당확대 요구 정도다. 의결권행사와 비공개서신·대화요구는 개인이든 기관투자자든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기초적인 권리다.

 

회사의 배당결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경영참여행위다. 다만 일반 기관투자자와 달리 국민연금은 배당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더라도 경영참여행위로 간주하지 않는 특례를 2014년부터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은 지금도 배당이 저조한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그중 일부 기업은 일종의 '배당 블랙리스트'로 선정해 공개한다. 올해는 남양유업, 현대그린푸드를 배당관련 중점관리기업으로 공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한진그룹 총수일가 갑질 사태를 계기로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이라는 새로운 주주권을 행사했다.

 

◇ 공개서한처럼 ‘경영참여 아닌 주주권' 활발해질 듯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보낸 공개서한은 '주주로서 회사 경영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발표한 스튜어드십코드 법령해석집을 통해 이러한 행위는 경영참여가 아니라는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린 바 있다.

 

다만 향후 주주제안권을 행사하거나 임시주주총회 소집청구를 위한 사전포석으로 공개서한을 보낸 것이라면 경영참여 행위로 간주할 수 있는데 국민연금은 공개서한에서 '실력 행사'를 암시하는 문구를 전혀 넣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보유목적을 현행 단순투자로 유지해도 무방한 수준의 내용만 추려서 공개서한을 작성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에 보낸 수준의 공개서한은 예나 지금이나 국민연금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였지만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고 앞으로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걸 보여준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으로 예상되는 현실적 변화는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로 무언가 새로운 카드를 만든 게 아니라 기존에도 경영참여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었음에도 사용하지 않았던 카드를 챙겨보겠다는 의미다.

 

◇ 대표소송 등 상법상 권리는 경영참여변경 없이도 가능

상법이 정한 주주권인 ▲대표소송 제기·참여 ▲위법행위를 한 이사해임 청구 ▲절차상 하자가 있는 주주총회 결의취소의 소송 제기·참여 등은 회사의 위법행위에 따른 주주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여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금융위는 이 부분도 명확히 유권해석을 내렸다. 따라서 지분보유목적을 변경하지 않고 국민연금이 검토할 수 있는 주주권이다. 특히 이 가운데 주주대표소송은 스튜어드십코드시대 국민연금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국민연금이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만든 스튜어드십코드 용역보고서에서도 강조하는 대목이다. 주주대표소송은 피고가 회사가 아닌 이사진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연금이 회사를 대리해 주주로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개인(이사진)을 상대로 소송하는 것이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손해배상액을 국민연금이 직접 받지 않고 회사로 귀속시킨다.

 

국민연금은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당장 금전적 이익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기업가치 개선을 통해 주식가치 상승으로 보상받는 구조다. 용역보고서는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에게 매우 유용한 주주권행사 수단임에도 국민연금은 아직 한번도 주주대표소송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주총 전 특정 이사선임 안건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거나 회사에 이사·감사후보를 추천하는 행위도 경영참여로 간주하지 않는다. 국민연금이 직접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감사후보를 내세우는 행위와 다르다고 금융위는 해석한다.

회사가 요청하면 국민연금이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도 있다. 이미 2012년 하나금융지주가 국민연금에 사외이사 후보추천을 요청해 검토한 사례가 있다. 당시에는 하나금융지주가 요청을 철회하면서 실제 추천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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