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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3·4세 시즌2]①제약, 재벌 지배구조 축소판

  • 2018.10.05(금) 14:53

프롤로그- 시즌2 왜 제약인가
오랜 업력에 3·4세 승계 활발하게 진행중
지주사·공익법인·비상장사 등이 주요 이슈

비즈니스워치는 지난 6월 [재계 3·4세] 시리즈 시즌1을 통해 17개 대기업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 자금출처, 경영능력을 분석했습니다. 시즌1은 대한항공의 물컵 갑질로 시작해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파동을 지적하는 기사로 끝을 맺었습니다. 두 사례는 단지 특정기업에서 나타나는 이례적인 오너리스크로만 치부할 순 없습니다. 한국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열린 지 60년을 넘어서면서 이제 명실상부 다양한 업종에서 3·4세 경영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재계 곳곳에서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3·4세들은 우리 경제가 마주할 미래인 만큼 단순한 호사가의 시선이 아닌 꼼꼼하게 기록하고 짚어보는 마음으로 시즌2 제약업종편을 시작합니다. [편집자]
 


수많은 업종 가운데 제약을 시즌2의 주제로 꼽은 이유는 우선 어느 업종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오랜 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종로4가에 박승직상점(두산그룹 모태)이란 포목점이 들어선 지 1년 후인 1897년 9월 서울 중구 순화동에서 활명수(活命水)를 판매하는 동화약방(동화약품의 모태)이 문을 열었습니다.


1926년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 유한양행이 종로2가에 간판을 내걸었고 ▲강중희상점(1932년·현 동아제약. 공식설립일은 법인전환연도인 1949년) ▲궁본약방(1941년·현 종근당) ▲극동제약(1941년·현 일동제약)도 생겨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남기고 간 시설이 뿌리인 곳도 있습니다. 가와이제약소는 해방 이후 대한비타민화학공업을 거쳐 대웅제약이 됐고, 주가이제약 경성지점은 조선중외제약소를 거쳐 중외제약으로 변모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1954년 연합약품(현 한독), 1963년 광동제약사(현 광동제약)도 문을 열었습니다.

 

1960년대 동양제약, 수도미생물약품판매는 오늘날 각각 보령제약, 녹십자로 이어졌고 1973년에는 한미약품공업이 태어났습니다. 주요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막내뻘인 한미약품조차도 45년이 됐을 정도로 제약사의 업력은 긴 편입니다.

 

우리나라 제약업은 초기에는 대부분 약을 개발하고 생산하기보단 일본이나 미국에서 들여온 약을 가져다 파는 형태였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미국 원조자금을 종잣돈 삼아 첨단설비를 도입한 상위업체들이 비로소 현대적 개념의 제약사로 성장했습니다.


제약사들은 1960년부터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의약품 수요 확대와 설비투자에 대응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했습니다. 유한양행이 1960년 업계 최초로 상장한 이후 1970년대 동아·대웅·일동·종근당·중외·한독·녹십자·동화약품, 1980년대 제일·한미·보령약품이 속속 주식시장에 등장한 것이죠.


제약사들은 상장 이후 투자자금이 필요할 때면 주식을 새로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통해 돈을 조달했고 이 흐름은 1990년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유상증자는 금융권 대출과 달리 이자 부담 없이 돈을 조달하면서 회사의 자본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반대급부로 최대주주의 자금력이 부족하면 지분율 하락을 감수해야 합니다.


제약사들이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상장 초기인 1970년대에는 1회당 수억원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 이후 시가를 반영하면서 수백억원대로 커졌고 필연적으로 최대주주 지분율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1999년 말 주요 제약사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독일 훽스트와 합작한 한독(50%)을 제외하면 동아제약(2.61%), 녹십자(6.79%), 대웅제약(6.99%), 일동제약(8.20%), 광동제약(9.13%), JW중외제약(8.78%), 종근당(17.92%), 한미약품(20.67%) 등 대부분 한 자릿수 또는 최대 20%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의 결과로 낮아진 최대주주 지분율을 만회하기 위해 주요 제약사들은 2000년대 들어 인적분할 방식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시도합니다. 인적분할 후 사업자회사 지분을 지주회사 지분으로 교환하면 최대주주는 돈 한 푼들이지 않고 지분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죠.


대웅제약(이하 인적분할 시기 2002년·지주회사명 대웅)을 시작으로 중외제약(2007년·JW홀딩스), 한미약품(2010년·한미사이언스), 동아제약(2013년·동아쏘시오홀딩스), 종근당(2013년·종근당홀딩스), 일동(2016년·일동홀딩스) 순으로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행렬에 동참합니다.


이어 녹십자가 2001년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지난해 인적분할한 보령제약은 공정거래법 적용을 받는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창업주일가→지주회사→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로 정비했습니다. 이제 주요 제약사 중에선 광동제약과 한독 정도만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았습니다.

 

창업주 세대가 회사 설립부터 주식시장 상장, 초기 연구개발을 이끌었다면 2000년대 지주회사 전환 행렬은 창업주 세대를 넘어 2·3세대의 경영권 안정화 과정에서 나타난 흐름입니다. 이제 제약사들은 한 세대를 더 바라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동화약품은 이미 창업주 4세인 윤인호 상무가 핵심회사의 임원진으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장남 이주원 씨는 그동안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의 주주정도로만 알려졌지만 실제론 올해 상반기부터 계열사인 종근당산업의 사내이사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대웅제약(3세 윤석민)과 한독(3세 김동한), 보령제약(3세 김정균), 녹십자( 3세 허은철) 등도 3·4세의 경영 참여가 활발해 앞으로 안정적인 후계 승계를 위한 지분확보 과정이 예상됩니다. 일동·중외·동아제약도 현재 경영을 책임지는 3세가 50대에 접어들면서 다음 승계의 첫발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광동제약과 한미약품은 상대적으로 3세의 연령대가 낮긴 하지만 10대 자녀들이 이미 핵심회사의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요 제약사뿐만 아니라 삼성제약, 삼일제약, 국제약품, 유유제약, 현대약품 등 중견회사들도 3세들이 활발하게 경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약사들의 지배구조를 들여다보면 공익법인이 창업자 일가의 경영권 유지를 위한 보조재 역할을 하거나 가족들이 지분을 대거 보유한 비상장회사가 옥상옥(屋上屋) 형태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계열분리 문제를 고민하는 곳도 있습니다.


지주회사 전환과 공익법인 활용, 베일에 가려진 가족회사, 계열분리 등은 우리나라 대기업의 지배구조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흐름입니다. 다시 말해 2·3세 시대를 지나 3·4세 시대를 준비하는 제약회사들의 모습은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창업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성장해왔고, 3.4세 시대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재계 3·4세] 시리즈 시즌2 제약업종편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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